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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이 아닌 인재를 축적해야 한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립자는 2023년 7월 내부 연설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화웨이가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타격을 입고 정리했던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시작해 화웨이 메이트60을 공개한 즈음이었다. 미국의 압박은 화웨이엔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쓴 약’이 됐다. 지전함야마토
난해 화웨이 매출은 약 171조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던 매출을 회복한 걸 넘어 역대 최대 매출(2020년 175조원)에 근접하는 성과를 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이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은 화웨이를 다시 흔들고 있다. 그러나 짐짓 여유로운 표정의 화웨이다. 런정페이의 말에 그 배경이 있다. 첨단기술 인재의 대규모 양KT서브마린 주식
성과 축적, 화웨이식 ‘인해전술’은 미국 압박을 돌파할 힘이 되고 있다.
24일 오후 화웨이 본사가 있는 중국 광둥성 선전의 샹그릴라호텔에서 올해 9회를 맞는 ‘화웨이 아이시티(ICT·정보통신기술) 대회’ 결선 시상식이 열렸다. 인공지능(AI), 컴퓨팅, 클라우드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겨뤘다. 이날 아모레퍼시픽분석
시상식 내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등 세계 47개 나라에서 온 700여명의 참가자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이공계 대학생들이 나서는 흔한 경진대회 중 하나로 이 대회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화웨이의 인재 양성 생태계와 인프라에서 중요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첨단 기술 인재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는 미·중 기황금성게임종류
술패권 경쟁에서 중국 국가대표 기업의 인재 축적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이번 대회에 100여개 나라, 2000곳 이상의 학교, 21만명 이상의 이공계 학생이 참여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직업기술대학은 산학협력 과정 ‘화웨이 아이시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알라딘오락실
있다. 이 대학 2학년 학생들이 23일 오전 첨단 통신기술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선전/이정연 특파원
화웨이의 첨단기술 인재 ‘인해전술’ 전략은 인프라와 생태계의 촘촘한 구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아이시티 대회와 더불어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산학 협력’이 다른 중요한 축이다. 23일 오전 찾은 선전직업기술대학은 화웨이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해 별도의 ‘화웨이 아이시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의 송롱 학장은 “학교 전체로 15개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있고, 화웨이 학원이 가장 대표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형식상의 협력이 아니라 실제 운영까지 깊이 침투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에 그치지 않고 ‘화웨이 인증’까지 이어진다. 송 학장은 “화웨이 학원 재학생들은 인증을 통과해 자격증을 받아야 수업 학점이 인정된다. 이런 체계를 도입해 교육 목표는 더욱 명확해졌다”고 했다.
이런 교육을 통해 화웨이는 자사뿐만 아니라 중국 그리고 세계의 첨단산업에서 부족 사태를 겪고 인재를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루융핑 화웨이 지역교육 분야 총괄 디렉터는 “현재 세계에 인공지능을 포함해 정보통신기술 인재 2억명이 필요한데, 6000만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며 “고급 인력의 공급과 양성이 절실한 가운데 화웨이는 교육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최신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만 된다면 화웨이에 꼭 입사하고 싶다. 나와 여기 친구들에겐 가장 이상적인 미래다.” 선전기술대에서 만난 학생 우용셰는 기대에 차 말했다. 인재 양성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기업이 일하고 싶은 일터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 화웨이의 대규모 인재 양성이 가능한 건 인재에 대한 보상도 크기 때문이다. 선전기술대 관계자는 “16개 화웨이 기술 인증체계를 산학협력을 통해 운영하고 있고, 이 인증을 받아 졸업하고 경력직으로 취업하면 초임 연봉이 12~14만위안(약 2200~2670만원) 정도 되고 입사 2~3년 차에는 연봉을 30만위안(약 5700만원) 정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졸자 평균 연봉은 1300~1400만원 수준이다. 우수 인재에게 주는 보상은 더욱 파격적이다. 화웨이는 ‘천재 소년’ 프로젝트를 가동해 최대 4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줘 최우수 인재들을 영입한다.
화웨이가 중국 광둥성 선전에 연 연구개발(R&D)센터인 둥관 캠퍼스는 유럽풍 건축물들로 꾸며져 있다. 선전/이정연 특파원
화웨이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연구개발(R&D)센터에는 보상과 성장 기회를 보고 모여든 인재들로 차 있다. 23일 오후 화웨이 본사와 연구개발 조직 등이 함께 있는 반톈 캠퍼스와 연구개발기지인 둥관 캠퍼스는 철저한 보안·통제 아래 일부 전시관과 외관만 공개했다. 140만㎡ 규모의 둥관 캠퍼스는 오직 ‘연구개발’만을 위한 하나의 도시다. 이곳은 세계 곳곳에서 오는 인재들을 위해 유럽 등에서 유명한 도시나 거리 등을 본떠 만들어졌다. 화웨이는 연구개발 규모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화웨이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과거 10%대였다가 트럼프 1기 때 제재 본격화 뒤 20%대로 증가했다. 화웨이는 지난해엔 매출 20%인 1797억위안(약 34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화웨이 직원의 55%(11만4천명)를 차지한다.
화웨이는 중국 첨단기술 발전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압박을 인재 인해 전술에 바탕을 둔 ‘기술 자립도’ 증대로 돌파하는 중이다. 트럼프 1기 때 미국 기술을 사용한 고급 반도체를 화웨이가 구할 수 없게 봉쇄하자, 화웨이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인 시도를 했다. 그 결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자체 개발 인공지능 칩 어센드를 만들었고, ‘어센드 910C’는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인공지능 ‘딥시크 R1’의 추론에 쓰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체 운영체제(OS)인 훙멍을 도입한 스마트폰, 노트북 등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정도로 화웨이의 기술 자립도가 올라온 것은 아니다. 미국은 다시 ‘반도체’를 통해 화웨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를 겨냥해 ‘어센드’가 미국 기술로 설계됐거나 미국산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제조 장비로 생산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미국의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 칩 어센드를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의 해결책이 되긴 어렵지만, 화웨이는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화웨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벽이 높은 ‘반도체 제조 장비’까지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거의 완벽한 공급망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은 결과적으로 화웨이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쓴 약’이 됐다. 트럼프 집권 2기의 화웨이 봉쇄 전략도 같은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미국발 규제가 중국이 전략적 핵심 기술의 자립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의 조앤 린 수석 연구원은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포스트에 “기술과 무역의 연계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중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역량에 대한 자립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전/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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