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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영원한 찍사 이수환 나는 이수환을 그렇게 부른다. 춘천이 이수환이고, 이수환이 춘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수환을 만나지만 이수환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날, 그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없는 이수환’이 어디선가 찍은 그 사진, 그 한 장의 이미지는 그날 그 시간 그 순간의 이야기다. 그것이 정지된 채 우리의 눈에 들어와 묘하게도 안개처럼 흐릿하게 우리의 기억 속을 점령한다. 이수환의 기록인 서사는, 어느새 우리의 감성을 뒤적이는 개인사이다 릴게임
의 서정으로 치환된다. 춘천은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이수환의 눈에 담겨 왔다. 일기 쓰듯이 이수환은 골목과 호수와 섬, 그리고 쓸쓸히 소멸해 가는 소외된 집들을 찍었다. 서면에서 집을 그리는 서숙희 화가. 그의 그림 속의 집은 비록 단순하지만, 그 안에 누가 있기라도 하듯 문을 두드리고 싶어진다. 간절히 간절히. 그렇게 이수환의 집도 녹슨 못의 기억처럼 그황금성오리지널
의 영혼에 외롭게 남았다. 그리하여 그 안의 사람들이 못내 궁금해지고 그들이 그리워지곤 했다. 눈물겹도록. 무언가를 외쳐 부르고 싶어졌다, 이수환은. 그 외침이 이수환의 내면을 울렸다. 찰칵!
▲ 이수환이 찍은KODEX자동차 주식
소양로
- 이수환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그는 밤새 시를 썼다. 그것을 선생님에게 가져가 보여주었다. 그러나 별반 반응이 없었다. 실망한 그는, 시 쓰기를 포기했다. 자신은 시를 머리로만 썼다는 자각이 왔다. 그러나 그건천가
핑계였다. 아마도 선생님은 그의 시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일찍 이수환은 자신이 가슴으로 시를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절망했다. 그건 선생님으로서도 학생으로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신 이수환은 중고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니 누르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피사체가 이수환의 심장에 쏜살같이 날아와 박혔다. 이수환은 글로 쓰는 주식실시간시세
시보다 사진으로 찍는 시가 더 좋게 느껴졌다.
▲ 이수환이 찍은 중도 뱃터 모습.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영원한 소년 이수환은 영원한 소년이다. 지금도 그가 예순을 넘긴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그는 천진한 웃음과 동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 그가 군대를 다녀오고 한 사람을 만나 결혼한 다음, 아이를 낳고 생계를 위해 열심히 뛰었건만,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는 않았다. 사실 이수환은 뛰어난 발상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시절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줄 뿐이었다. 1993년 춘천문화예술지 ‘강변문화’ 발행을 시작으로 춘천 최초의 포털사이트 ‘춘천넷’을 만들었고, 2005년엔 인터넷 신문 ‘춘천신문’을 발행했으나 이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춘천 사회에선 이수환의 획기적인 문화사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IMF가 터져 버린 일도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이수환은 신문배달, 우유배달, 일용잡부 등 닥치는 대로 다 했다. 자존심 강한 그는 언제나 꿋꿋하고 당당했다. 그러던 중 후배가 카메라 한 대를 이수환에게 줬다. 중고라며. 사진은 이수환을 위로했다. 골목을 쏘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춘천의 들과 산, 골목과 강, 호수는 이수환의 자유로운 세계였다. 그리고 이수환은 문득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마음의 결심이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온 이 도시, 걸어온 시간만큼 이 춘천을 정직하게 기록하자는. 이순신에겐 열두 척의 배가 있었듯이 이수환에겐 중고로 구입한 7년 된 디지털카메라 한 대, 낡은 필름 카메라 3대가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 이수환이 촬영한 바닷가의 죽은 물고기
- 집과 집 사이 정현종 시에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 집과 집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5월 초 어느 날 나는 이수환과 동행했다. 근화동이었다. 그가 태어난 봉의산 기와집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닿는 동네였다. 집안이 몰락하고 최초로 남의 집 사글셋방을 얻은 곳이 바로 근화동이라 했다. 근화동은 친구인 향토사학자 허준구가 태어나 살았던 곳이고, 지금은 원로 시인 이은무 님이 시를 쓰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제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슬레이트 지붕 처마가 이마에 닿는 낮은 집들, 그 조그맣고 오래된 창이 이수환을 늘 이곳으로 이끌었을 거였다. 우리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어슬렁거렸다. 햇빛과 그늘 사이의 경계를 따라 걷다가, 나무 그림자가 뿔뿔이 흩어진 보도에서 잠시 갈 길을 몰라 서성이기도 하면서, 이수환은 나직나직 이야기하며 걸었다. 그리고 시선을 한참이나 한곳에 집중하더니 카메라의 셔터를 조심스레 눌렀다. 옛날 사라진 연탄공장 건물, 번데기 공장, 한때 흥청거렸을 길모퉁이 쌀집,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 살았던 봉의산 기와집 터를 둘러보았다.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갔고, 골목을 벗어나면 또 다른 골목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렇게 오후가 저물어 갔다. 집과 집 사이엔 대체 무엇이 있을까. 섬인가. 집과 집 사이엔 잃어버린 꿈들이 있었다. 그것은 과거이면서 또 오늘의 꿈이었고 다가올 미래에도 또 그러할 것이었다. 이수환은 그 꿈을 찍고 있는 건 아닐까. 이수환은 자신이 찍는 것은 ‘그리움’이라 했다. 어쩌면 그 그리움들이 이수환에겐 꿈처럼 찍히는 건 아닐까.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찍었길래…. 그가 간직한 필름의 기록들이 대체 얼마의 부피로 남게 되는 것일까. 추측건대 10만 장 가까이 되지 않을까? 라고 나는 생각해 본다. 모두 춘천이다. 이 기록들이 춘천의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비비언 마이어는 평생 보모와 가정부 간병인으로 살면서 15만 장의 필름을 남기고 갔다. 그녀는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진은 지금 사람들 눈에 경이로운 사진으로 남아 있다.
▲ 이수환이 찾는 피사체는 이제 곧 사라져 버리는 것들, 낡고 오래된 것이 대부분이다.
- 이수환의 사진은 시다 이수환은 군대 생활 3년을 빼고 춘천을 멀리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이때까지 여섯 번의 개인전은 모두 춘천 이야기뿐이다. 올해 칠월에 계획 중인 일곱 번째 개인전도 역시 ‘봄, 춘천’이다. 그런데 2024년 그의 블로그에서 독특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8월 10일의 사진 한 장이 내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닷가 모래밭에 죽은 물고기 한 마리. 이수환은 사진에다 이런 글을 달았다. 바닷가에 물고기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바다 집을 앞에 두고 (스스로) 죽었거나 죽임을 당한 물고기, 죽음이라도 집으로 보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이 글을 행 가름하게 되면 시가 되었다. 이수환은 사진 한 장에 시를 써버린 셈이다. 파란 바다, 수평선,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죽은 물고기의 상처 …. 이것이 이 사진의 전부였다. 나는 오래오래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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