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 슈퍼마켓 매대가 텅텅비어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X 갈무리
일본 정부가 새로 출범한 방재청을 통해 국민들에게 최소 사흘에서 최대 일주일치 식량과 물을 비축하라고 요청하면서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직접 ‘긴급 요청’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자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한 것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사전 방재부터 재난 발생 이후 대응과 복구까지 총괄하는 방재청을 공식 출범시켰다. 초대 방재상에 취임한 호소노 고시 방재상은 출범과 함께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각 정부 부처에 재난 대비를 위한 ‘긴급 요청’을 발표했다.
앞서 호소노 방재상은 지난달 26일 후지TV 뉴스에 출연해 “최소 사흘분, 가능하면 일주일분의 식량과 물, 비상용 화장실을 충분히 준비해 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개인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정부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라도 나나”…일본 온라인서 불안 확산
호소노 방재상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본 온라인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
바다이야기상어
정부가 국민들에게 식량과 물을 비축하라고 긴급 요청하자 “제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어나는 것이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사이버 공격으로 사회 기반시설이 마비되거나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호소노 방재상은 재난과 관련한 특별한 정보를 입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이나 재난을 예견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긴급 요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민들이 평소 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긴급 요청을 강조한 배경에는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호소노 방재상은 2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향후 30년 이내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이 60~90% 이상, 수도권 직하 지진 발생 확률이 70%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재해는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국민들이 재난 대비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내진 진단부터 대피소 개선까지…정부·지자체에도 압박
이번 긴급 요청은 일반 국민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파칭코
.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1981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의 내진 진단을 받을 것을 요청하고, 식량과 물 비축 외에도 방재 지도와 대피 경로를 확인하고 지역 방재 훈련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각 정부 부처에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대응 기본계획에 담긴 주요 정책을 다시 。검하고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와 의료기관, 사회기반시설의 내진화는 물론 화장실과 침대, 냉난방 시설 등 대피소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까지 총 106개 항목이 포함됐다. 지방자치단체에도 방재 전문 인력 양성과 대피소 환경 개선, 재해 발생 이후 사용할 임시주택 후보지의 사전 선정 등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는 각 부처와 도도부현으로부터 연말까지 정책 추진 상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이행이 늦어지는 부처와 지자체에는 재차 개선을 요구하고, 그래도 진전이 없을 경우 각 부처를 상대로 법적 근거에 따른 권고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방재청은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수도권 직하 지진, 후지산 분화 등 초대형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내각부의 방재 담당 부서를 격상해 신설한 조직이다. 총리가 수장을 맡으며 방재상은 호소노 고시 부흥담당상이 겸임한다. 일본 정부는 방재청 출범을 계기로 사후 복구 중심의 재난 대응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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