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경남의 축제에는 지역마다 다른 시간과 기억이 흐른다. 김해의 금관가야와 함안의 아라가야, 그리고 합천에서는 다라국과 신라 대야주로 이어지는 고대 가야의 다양한 빛깔이 되살아나고, 양산에서는 옛 지명 '삽량'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되짚는다. 의령에서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일어선 의병의 정신을 만나고, 거제와 통영의 바다에서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역사와 마주한다. 서로 다른 빛깔을 지닌 경남의 18개 시·군 가운데 역사·유산문화를 대표하는 7개 축제는 '가야의 역사와 지역의 정체성, 임진왜란 당시 공동체의 대응, 오늘날 축제를 통한 기억의 계승'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빛의 가야가 깨어나다
그 출발。은 김해가야문화축제다. 김해는 금관가야의 중심지이자 수로왕과 허왕후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축제는 수로왕 행차와 가야 복식, 철기문화, 전통 의례 등을 공연과 체험으로 풀어내며 가야가 경남 역사문화의 중요한 뿌리임을 보여준다. 가야는 오래전 사라진 나라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김해의 도시 정체성과 시민 자긍심을 이루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야는 오래전에 사라진 나라가 아니라 현재 김해의 도시 이미지와 시민의 자긍심을 이루는 살아 있는 문화다. 특히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가야문화축제는 지역행사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역사문화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아라가야의 숨결과 기억
김해에서 낙동강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면 아라가야의 고도 함안에 닿는다. 함안아라문화제는 오랜 세월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운 아라가야의 역사와 지혜를 계승하는 축제다. 말이산고분군과 아라가야 왕성, 정교한 제작 기술과 표현력을 볼 수 있는 토기와 갑옷·투구·칼·말갑옷 등에서 나타나는 철기와 무장문화는 아라가야가 높은 수준의 정치·군사·문화 체계를 갖췄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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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라가야 특유의 불꽃무늬 토기를 비롯한 토기문화는 함안만의 독창적인 가야문화를 상징한다. 김해 금관가야와 함안 아라가야는 가야라는 공통의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각 지역의 역사적 위상과 문화적 개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향토문화로 이어지는 공동체 정신
합천대야문화제는 가야 다라국과 신라 대야주로 이어지는 합천의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향토문화, 군민 화합을 함께 담아내는 축제다. 합천의 고대 유적인 쌍책면 옥전고분군은 다라국 지배층의 무덤으로, 이곳에서 출토된 화려한 장신구와 무기, 말갖춤 등은 당시 합천지역의 높은 문화 수준과 활발한 교류상을 보여준다. 김해·함안의 축제가 고대국가와 유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현한다면, 합천은 다라국의 역사적 뿌리 위에 대야성 전투에서 산화한 죽죽장군의 넋을 기리면서, 주민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생활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더한다. 다라국과 대야주의 찬란한 문화유산에서 오늘의 대야문화제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합천만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옛 이름에 담긴 양산의 정체성
양산삽량문화축전은 신라시대 양산의 옛 이름인 '삽량'에서 지역의 역사적 뿌리를 찾는 축제다. 삽량은 신라와 가야의 경계이자 낙동강 수운의 요충지로 정치·군사·교통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665년 삽량주가 설치되었다. 박제상의 충효정신과 지역의 고분문화는 당시 삽량의 역사적 위상을 보여준다. 축전은 전통예술과 민속놀이, 역사체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역사를 오늘에 되살린다. 급속히 성장한 현재의 양산과 천 년 전 삽량을 연결하며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 자긍심을 높인다. 옛 지명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다는 。에서 양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로 의미를 더한다.
백성이 지켜낸 의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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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공동체 정신과 지역정체성은 임진왜란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의령홍의장군축제는 1592년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17장령, 이름 없이 나라를 지킨 의병들을 기린다. 관군이 미처 대응하지 못한 위기의 순간, 평범한 백성들이 고향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에서 의병의 역사는 공동체 연대의 상징이다. 오늘날 축제는 출정 행렬과 의병 체험, 역사 공연, 야간 프로그램, 전국의병마라톤대회 등을 통해 의병정신을 어린이와 가족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과거의 충의를 기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위기 앞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책임과 연대라는 오늘의 가치로 의미를 확장한다.
바다에서 시작된 승리의 기억
의령에서 시작된 육지의 항전이 공동체의 자발적 대응을 상징한다면, 거제와 통영은 바다에서 이룬 승리의 역사를 전한다. 거제옥포대첩축제는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이 옥포 앞바다에서 거둔 임진왜란 조선 수군의 첫 승전을 기념한다. 판옥선을 중심으로 전열을 갖춘 조선 수군의 전투는 이후 남해 바다의 전세를 바꾸는 출발.이 됐다. 패전의 두려움이 나라 전체를 뒤덮던 때에 전해진 옥포의 승전보는 백성과 군사에게 다시 싸울 용기와 희망을 안겼다. 축제는 옥포해전을 소재로 한 뮤지컬과 판소리, 무용극, 전통무예와 해군 공연 등을 통해 '첫 승리'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살린다.
승리의 역사를 평화의 문화로
통영한산대첩축제는 그 승리의 기억을 더욱 장대한 해양서사로 확장한다. 한산대첩은 학익진으로 잘 알려진 임진왜란의 대표적인 해전이다. 축제에서는 한산해전 재현을 비롯해 삼도수군통제사 행차, 군., 출정식과 승전 입항식 등이 펼쳐진다. 거제가 절망 속에서 시작된 첫 승리에 초。을 맞춘다면, 통영은 치밀한 전략과 리더십, 조선 수군과 백성이 함께 이룬 승리를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한다. 옥포가 '희망의 시작'이라면 한산은 '전세를 바꾼 전략적 승리와 평화의 가치'라는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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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선과 판옥선, 학익진으로 상징되는 조선 수군의 전략은 통영에서 역사 체험과 공연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일곱 축제의 공통。은 역사를 책 속의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고 공연과 행렬, 체험과 놀이로 되살린다는 데 있다. 또한 지역의 유적과 인물, 지명과 생활문화를 바탕으로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세대 간 기억을 잇는다. 반면 다루는 시대와 표현 방식은 뚜렷하게 다르다. 김해는 금관가야, 함안은 아라가야, 합천은 다라국과 대야주 등의 가야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양산은 '삽량'이라는 옛 지명을 통해 도시의 역사적 뿌리를 되짚는다. 의령은 민초의 자발적 항전을, 거제와 통영은 바다에서 이룬 조직적인 승리와 평화의 가치를 중심에 둔다.
앞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개별 축제의 경쟁력으로 키우는 동시에 일곱 축제를 하나의 '경남 역사문화길'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가야에서 대야와 삽량을 거쳐 의병과 이순신의 바다에 이르는 통합 관광코스를 만들고, 스탬프투어, 축제 간 순회전시를 운영한다면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확충하되, 지나친 오락화나 비슷한 공연의 반복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과 청소년이 역사 순례와 이야기 발굴, 공연 제작에 직접 참여해야 축제의 기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제상아 경남융복합협업축제 위원장은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기념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삶을 돌아보고 내일의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됩니다. 가야의 뿌리에서 시작해 의병의 붉은 옷을 지나 이순신의 바다에 닿는 일곱 축제는 저마다의 빛깔로 경남의 역사를 비추고 있습니다. 특히 통영한산대첩축제와 옥포대첩축제 등은 이순신 승전길과 백의종군로를 연결하면, 축제에서 만난 역사는 길 위의 체험으로 이어지고, 여행의 발걸음은 이웃 지역으로 넓어지게 됩니다. 일곱 축제의 빛이 경남 곳곳의 고유한 문화와 어우러질 때, '열여덟 빛깔이 함께 피어나는 경남'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경남만의 문화적 자긍심이 될 것입니다."
. 일곱 축제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