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약 4개월간 ‘9000피’와 ‘5000피’를 넘나든 급격한 변동성을 겪었다. 특히 ‘7월 폭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누가 주도해서 왜 도입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인 상황이다. 청와대, 금융 당국, 금융권 어디에서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국민일보는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도입의 출발.인 지난 1월 6일 회의 전후를 추적했다. 회의 전날 오후까지도 안건은 ‘미확정’이었으나 참석자들은 사전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연락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권 부위원장(현 재정경제부 1차관)은 금융위 주도 회의를 1월 6일로 소집하고 직전 주말에 직접 참석자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 관계자가 금융감독원 등에 보낸 이메일을 입수해 확인한 내용이다. 지난 1월 5일 오후 1시29분에 발송된 이메일 제목은 ‘청년자본 국내시장 투자촉진 관련(대외주의)’이다. 이메일에는 “안건은 아직 작성 중”이라며 “권 부위원장께서 주말간 참석자분들께 따로 연락드렸다고 하시니 알고 계실 것”이라고 적혀 있다. 금융위는 참석자 프로필을 당일 중 보내 달라면서 회의 개요를 윗선에 보고해 달라고도 했다.
정부부처가 업계와 회의를 열 때는 안건을 미리 정하고, 참석자 섭외는 실무진이 맡는 것이 관례다. 차관급 인사(금융위 부위원장)가 안건이 정해지기 전에 연락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청년들의 국내 증시 투자를 늘리자며 소집한 회의에서 오래 들고 있을수록 손실 위험이 커지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허용안이 나온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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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허용안을 담은 자료를 제시했다. 증권사·운용사들은 개별 제안서에서 장기투자계좌와 세제 혜택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회의로부터 일주일 뒤 청와대에서 비공개 후속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마무리 발언에서 상장지수펀드(ETF) 규제를 거론했다고 전하고 있다. 참석자 사이에서는 “투기성 상품이라 금융감독원이 반대할 것으로 봤다” “방향을 이미 설정해 놨을 수도 있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금융위는 1월 13일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낸 안내 메일에서 간담회를 ‘1월 6일 회의의 후속’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김 전 실장이 ETF 규제와 관련해 국내와 해외가 다른 부분은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비공개 간담회여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품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다른 청와대 간담회 참석자는 “투기성 있는 상품이라 채택이 될 줄 몰랐다. 금감원에서 반대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청와대나 정부가) 미리 방향을 설정해 놨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이 리스크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금감원이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상품을 규제 허.을 활용한 고위험 상품으로 규정하면서 “장기 보유 시 막대한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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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읽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품 출시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청와대 간담회 보름 만인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도입 추진을 공식화했고, 5월 27일 상장됐다. 개인투자자 손실은 금감원 집계 기준 출시 석 달이 안 돼 6조원을 넘었다.
금융위는 청와대와 선을 긋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국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김 전 실장과 지시·보고를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상품 도입이 금융위 자체 결정이라는 취지다.
이번 사태에 관여한 금융위 인사 일부는 자리를 떠났다. 부위원장이던 권 차관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1일 재정경제부 1차관으로 이동했다. 실무를 총괄했던 금융위 과장은 임명 7개월 만에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유럽 장기파견을 떠났다. 국감 증인 신청이 거론되던 때였다. 두 사람 모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관련 기관의 국회 자료 제출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금융위 산하기관 간부의 대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간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국회 요구 자료에 대해 “금융위의 컨펌을 받고 나가는 자료라 본인들도 나가는 게 민감하다 보니까 협조하지 말라는 지령 아닌 지령을 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감에서 이에 대한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최 의원은 국민일보에 “대한민국 주식시장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 희대의 정책 대참사가 누구의 지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벌어졌는지 그 전말과 책임소재를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국민일보의 전화·문자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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