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이 불안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피해 회복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 보니 기업들은 자료 제출 거부와 지연 작전으로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방해하고, 피해자들은 증거 확보가 어려워 피해 입증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한 기업의 버티기에 피해자들이 지쳐 나가떨어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가 29일 공개한 실태를 보면 2300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 사태의 경우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1인당 30만원 지급의 조정안을 냈지만 기업 측의 일방적인 거부로 무력화됐다. 결국 변호사 비용 등을 부담하며 민사소송에 나선 피해자들은 당초 분쟁조정 신청자(3267명)의 15%(485명)에 불과했다
릴게임신천지불새
. 3755만개의 개인정보 계정이 유출된 쿠팡 사건은 소송 과정에서 기업이 행정처분이나 수사를 이유로 재판 정지를 요구하거나, 막대한 수의 원고에 대한 위임 여부와 인적사항 소명 등을 요구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피해자보다 기업에 유리한 현행 피해 구제 절차에 있다. 분쟁조정위 의결만으로 처리 기간 연장이 허용되면서 기간 연장이 상시화되고 있고, 기업의 자료 제출 시한도 제한돼 있지 않아 기업들의 지연 전술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 무엇보다 증거는 기업 내부에 숨어 있는데 입증 책임은 피해자가 지다 보니 기업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피해 입증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선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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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별도로 소송을 포기하지 않는 한 피해자 전체에 판결 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 방식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구제받는 현행 ‘옵트인’ 방식은 원고 이탈을 노린 기업의 지연 전술을 유인한다. 아울러 재판 전 소송 당사자가 서로 증거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해 피해자들의 증거 확보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
지난달 말 시중은행 등 금융사 16곳에서 해킹으로 개인정보 수만건이 유출된 데 이어 최근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거래소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터졌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해킹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곳곳에서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털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나도 기업이 재판 지연과 솜방망이 처벌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면 어느 기업도 보안 투자와 정보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 사법부는 조속히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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