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지 한 달이 됐다. 그런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내놓은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30일까지 전국 중수청이 송치한 사건은 단 3건, 구속한 피의자는 5명이다. 반면 공소청이 지난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1만2465건에 달한다. 지난 한 달만 보면 중대범죄 수사는 속도를 못 내고 사건은 수사기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현실이 드러난다. 형사사법 개편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수청은 정원의 66%만 채운 채 개문발차했다. 중대범죄는 수사에 시간이 걸린다지만, 한 달간 서울중수청이 송치 3건과 구속 4건을 기록했고 대전·광주·대구·부산 중수청은 송치와 구속 모두 0건이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은 사건 접수·배당 등 일부 기능만 작동한다. 자체 전산망 완성까지는 3년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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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인 접견실과 피조사자 대기실 등 필수공간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충분한 준비 없이 일단 문부터 연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탓에 과거 검사가 직접 보완할 수 있는 내용도 이제는 경찰에 돌려보내야 한다. 공소청 출범 이후 영장 불청구율도 크게 높아졌다. 구속영장 불청구율은 올해 1~9월 평균 22.2%에서 36.2%로, 압수수색영장 불청구율은 2.8%에서 11.7%로 뛰었다. 경찰은 공소청 검사가 사소한 오류까지 문제 삼는다고 불만이고 검사는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상 직접 손댈 수 없다고 한다. 영장 불청구가 늘어난 원인은 따져봐야겠지만, 기관 간 책임 공방으로 사건 처리가 늦어진다면 문제다.
수사 부담이 커진 경찰도 사정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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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경찰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3740명 늘어 4만563명이 됐지만 9.2%인 3739명은 수사 경험이 전혀 없다. 이전부터 누적됐던 과중한 업무에 사건 이첩과 보완수사까지 겹친 것이다. 검찰 권한의 집중과 남용을 막자는 개혁의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원론에 급급해 국가의 범죄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면 성공한 개혁이 될 수 없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공백과 혼선 노출로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의 불안이 커져선 안 된다.
정부는 현장의 문제를 초기의 진통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사건 처리 지연 및 보완수사 요구 급증 원인을 면밀히 .검해야 한다. 중수청의 인력 및 전산망을 서둘러 갖추고 수사기관 간 사건 배당과 협력 절차를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검찰청을 없앴다는 사실 자체가 개혁의 성과일 수는 없다. 국민이 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지가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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