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에서 여전히 머뭇거리는 어르신이 많다. 식당 주문부터 병원 접수까지 무인·비대면 방식이 일상이 되면서 디지털 격차가 생활의 불편으로 번지고 있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봤을 때 71.8%로 취약계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장애인(84.1%), 농어민(80.6%), 저소득층(97.0%)보다 낮다. 조사는 지난해 10~12월 일반 국민 7000명(만 55세 이상 고령층 2300명 포함)을 대인 면접으로 진행했다.
격차의 핵심은 기기 보유가 아니라 활용 능력이다. 고령층의 접근 수준은 일반 국민의 95.4%로 높았지만 역량 수준은 56.2%에 그쳤고 70대 이상은 역량이 29.4%에 불과했다. 키오스크를 통해 인터넷을 가끔 이상 이용하는 비율(활동률)은 일반 국민이 74.5%인 데 비해 고령층은 54.2%였다. 6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96%에 이르지만 실생활의 예약이나 결제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은 96%인데…기차표·병원 접수 앞에서는 가족 호출
고령층의 어려움은 일상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식당과 카페, 패스트푸드.은 물론 병원 접수와 영화관, 기차역, 공공기관까지 무인 단말기가 빠르게 늘면서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주문이나 접수 때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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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에 따른 격차도 크다. 월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49.8%, 400만원 이상은 92.4%였다.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경험한 비율도 고령층은 30.2%로 일반 국민(59.4%)의 절반 수준이어서 격차가 새로운 기술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서울디지털재단이 2022년 서울시민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고령층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사람은 45.8%에 그쳤고,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사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가 가장 많았으며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도 꼽혔다.
음성안내·직원 호출 의무화…법은 움직였다
제도는 달라지고 있다. 지난 1월 시행된 디지털포용법은 키오스크 제조자에게 보조 인력 호출 기능이나 실시간 음성안내 기능을 지원하거나 배리어프리 기준을 충족하는 기기를 만들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식당·카페가 기성품을 사거나 빌려 쓰는 현실을 반영해 임대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보조 인력을 별도로 둘 필요 없이 직원이나 사장이 설명을 도울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계도기간이 있어 대기업·중견기업은 3개월, 중소기업은 6개월, 소기업·소상공인은 1년 뒤부터 시정명령과 과태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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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식당과 카페는 내년 1월까지 의무가 유예돼 현장의 변화는 단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공공부문에는 새 서비스를 도입할 때 디지털 취약계층에 불리한 요소가 없는지 사전에 .검하는 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의무도 지난 1월 말 모든 사업자로 전면 확대됐다.
교육만으로는 한계…“대면 창구 함께 유지해야”
정부는 전국 디지털배움터를 통해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 모바일 금융, 온라인 행정, AI 활용 같은 실생활 교육을 지원한다. 그러나 개선 속도는 더디다.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2021년 69.1%에서 지난해 71.8%로 5년간 2.7%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금융·행정·교통·의료로 번진 디지털 서비스의 확산 속도에는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기기 보급이나 교육만으로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고 오프라인 창구와 대면 서비스, 접근성이 높은 무인기기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근성 분야 전문가는 키오스크 접근성이 제품이 완성된 뒤 덧붙이는 기능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하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멈칫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 문제만이 아니라 서비스가 사람보다 기계를 기준으로 설계된 결과다. 법으로 직원 호출과 음성안내가 의무화됐지만 소상공인 유예가 끝나기까지 현장의 불편은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만큼 교육과 함께 사람이 직접 돕는 창구를 남겨 두는 병행이 당분간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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