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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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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0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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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제로 데이’에서 테러 수사를 지휘하는 전직 대통령 조지 멀린(로버트 드니로)이 수사 경과를 발표하는 장면. 단 1분간 교통과 통신 전력망을 멈춰 세우는 사이버 테러로 3000명 넘는 국민이 희생됐지만, 이는 위기를 이용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정치 엘리트들의 어이없는 시도였음이 밝혀진다./넷플릭스


“누가 밤비를 죽였나?” 눈동자가 흔들려도 결연히 다문 입. 테러의 배후를 밝히는 중책을 맡은 노쇠한 전직 대통령 조지 멀린(로버트 드 니로 분)의 귓가에 노래 가사가 맴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보험급여 생긴 환청. 이 노래가 그로 하여금 국민 목숨을 앗아간 추악한 테러의 민낯을 밝히도록 이끈다.
넷플릭스 정치 스릴러 ‘제로 데이’가 지난 20일 공개 후 전 세계 76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25일 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극중 정치 상황이 국내 비상계엄 이후 상황과 겹쳐지며 관심이 높아지고 공급 있다.
◇비정상적 테러에 의존하는 정치권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선 양극단으로 분열된 정국과 이를 타개하는 수단으로 테러를 선택하는 무모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지난 연말 우리를 놀라게 했던 비상계엄 전후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개월간 국회에서 단 한 개의 법안도 통과되지 않는 꽉 막힌 정국. 여기 주택담보대출 대환 에 대중에게 거짓말이 섞인 독을 푸는 선동가들이 가세한다. 정치인들은 망가진 정치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이 상황에서 3000명 이상의 국민 목숨을 앗아가는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 드라마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멀린이 진상 규명을 위한 이른바 ‘제로 데이 위원회’를 맡아 거대한 음모의 배후를 찾아 나선다. 그에겐 진 직무 상 조사를 위해 영장 없이 국민을 체포 구금할 수 있는 초헌법적 권한이 주어진다.



멀린(왼쪽)은 위원회의 힘을 이용해 무고한 방송인 에반 그린(오른쪽)을 고문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넷플릭스


◇“양극단으로 분열된 만기일치형 만기자유형 정국 국내 정치와 유사”
처음엔 가상의 적(敵)으로 러시아가 지목되지만, 밝혀진 테러의 배후는 자국 하원 의장과 양당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분열된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한 경고성 테러를 자행했던 것. 위기를 이용해 “올바른 이”에게 권력을 주고, 자유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보여줘 극단론자들을 배제하려는 시도였다고 이들은 말한다. 자국민에 대한 테러가 “충정”에서 비롯됐고, 분열을 극복할 정상적인 방법이 없었다고 항변한다.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선 “한국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라는 점이 신선하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정치 엘리트들이 빅테크 기업 수장에게 휘둘려 말도 안 되는 테러를 벌인다는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현실 정치에서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 부상했다. 이런 여러 설정들이 국경을 넘어 오늘날 정치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현대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섬뜩한 거울”이라고 분석했다.
◇초헌법적 권력의 위험성 경고
드라마는 초헌법적 권력의 위험성과 권력이 낳을 수 있는 오류를 어떻게 견제해야 하는지, 극단적인 정치적 목소리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도 보여준다. NBC 뉴스 사장을 지낸 노아 오펜하임과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기자 마이클 슈밋 등 현실 정치를 직접 경험한 저널리스트들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다. 오펜하임은 뉴욕타임스에 이 드라마에 대해 “우리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학을 탐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시스템이 아무리 망가졌더라도 모두는 여전히 자신 안에 도덕적 나침반을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옳은 일을 하기로 선택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82세의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멀린은 비범한 능력이 있다기보단 소신을 버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이 엉망진창인 현실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 뒤 퇴장한다. 그는 정치는 반드시 ‘승리’가 아닌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진실을 덮자는 유혹을 뿌리친다. 세상은 항상 망가져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 듣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각자가 옳은 선택을 할 때마다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란 작은 희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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