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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책 표지
ⓒ 고즈윈 출판사, 김관식
1960~1970년대 미국은 대통령학의 붐이 일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위해 회생계획안 서였다.
무엇보다 이 시기는 미·소 간의 냉전과 쿠바 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며 핵경쟁과 핵안보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던 때, 그리고 이 혼란을 틈타 기회를 엿보던 화합되지 않는 정치인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던 때였다.
최고 정책결정자의 판단 하나가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기 사업자저금리대출 에 미국은 대통령의 정책과 정서적 안정, 나아가 그의 성장 과정까지도 주목하며 미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랐던 것이다.
독일 철학자인 저자도 오죽 답답했으면...
언젠가 신문 칼럼에서 읽은 적이 있다. 대통령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임스 바버가 대통령의 (즉흥적인) 활동을 기준으로 유형을 분류했다. 그중 케네디 대통령이 LTV완화 '적극적·긍정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꼽혔다. 그럼 그 반대는 '부정적·소극적'이야 할까? 아니다. 바로 '적극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대통령이다. 바로 리처드 닉슨이었다.
그는 베트남전 철수, 오일쇼크, 워터게이트 등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장본인이었다. 잘못된 확신이 차 있는 적극적인 지도자는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다. 대안도, 산림조합 해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잡는 데만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결국 유권자가 책임을 갖고 현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얘기가 머릿 속에 내내 맴돌았다. 비단 이것이 정치 뿐일까. 종교, 기업, 사회 등 리더의 한 순간 잘못된 판단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아둔함, 잘못된 확 대부중개 신과 오만함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지를 저자인 미하엘 슈미트 살로몬이 철학척으로 풀어낸다.
무엇보다 독일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독일의 정치문제와 함께 독일 지도자의 어리석음을 실랄하게 사례로 먼저 보여주는데, 나도 읽다가 '여기도 만만치 않네' 하고 생각하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저자가 이 책을 써내려가며 자국의 정치에 얼마나 답답해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다. 그러면서 그는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닌, 도덕적인 분개보다 우리 먼저 어리석음으로부터의 탈피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다시는 이런 지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깨어나자는 의미다.
그와 동시에 그는 '과연 인간은 이성적이며 현명하며 합리적인가?'라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이 질문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잊히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움 마저 느꼈다. 그 임금님 옆에 모든 신하가 임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로 지저귀는 동안, 한 아이의 용기가 결국 그릇된 어른들의 위선과 보신주의를 무너뜨리지 않았는가.
종교와 기업 지도자도 마찬가지
정치 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책에서 종교와 경제에 대해서도 낯 부끄러울 정도로 기성 어른들을 꼬집는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병폐, 그중에서도 자신을 신이 점찍은 사람이라 외치며 신도를 자신의 욕망의 노예로 만들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성스러운 망상이라 저자는 지적한다.
이를 터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팔레스타인 폭탄 테러, 케냐와 나이지리아의 마녀사냥 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에 반대하거나 믿지 않는 이는 폭력과 억압, 선동을 통해 처단하고 멸시까지 하니, 어찌 어리석은 광기가 아니겠는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더욱 정교하고 튼튼한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갈수록 고가의 제품이 잔고장이 많아지고, 교체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불필요한 기능을 잔뜩 끼워 넣고 이를 인류의 다양한 개성을 반영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두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합리적 전략이라 치부한다. 또, 금융시장에서도 양털깎기, 즉 의도적인 통화교란과 환투기 등 시장보다 기업의 생존게임에 매몰된 전략을 기업가들은 '합리적 경제 지향'이라 일컫는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자본은 곧 권력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끝도 없이 빨아들이는 수익은 곧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며 간극을 더욱 넓혀 지배와 피지배 관계까지도 이어진다. 현 정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두 번째 외환위기와 미국 월가 시위, 그리스 경제 위기 사태가 또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철학자인 저자가 내놓은 해답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권력을 지닌 비도덕적인 인간에게 분노하며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는 한 사회, 한 국가, 나아가 전 세계의 불행을 가져온다. 비난 받아 마땅한 몇 몇의 인간도 문제지만, 집단적 어리석음의 과정이 나타나도록 고안된 불안정한 시스템도 문제다. 그럴수록 우리는 자기 자리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권력을 갖지 않도록, 또는 불행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며 비판적으로, 본질에 대해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실랄하다. 명백히 정신 나간 인간에게 쏟아 붓는 언어적 모욕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기회도 준다는 점에서도, 내가 지금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새해 첫 책으로 택했다는 데서 안도감 마저 든다.
솔직히 나는 본문보다도 서문의 이 한 마디에 꽂혔다. '어리석음이 유행이 되다' 이 말이 어찌나 와 닿던지. 주변 국가와 정세를 보니 말이다. 그들에게 이 책을 보낼 방법이 없나? 아니, 읽기나 하려나?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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