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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국민들은 돈 없어서 고생하는데 사치스럽다” 지난 5일 이시바 시게루(68) 일본 총리신 천지 게임
는 차슈(일본식 돼지고기 고명)가 많이 들어간 라멘 사진을 올렸다가 일본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니가타현 나가오카시에 있는 한 라멘 가게를 다녀왔다”며 라멘 가게 직원들을 향해 “여러분 잘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고 적었다. 이시바 총리는 당시 이 지역구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나카무라 마갤럭시S2이벤트
이 자민당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댓글에는 “사치스럽다”, “특식인가”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가득했다. 어떤 네티즌은 “그래도 총리인데 고기 먹은 걸로 비난을 하다니”라며 그를 동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 이시바 총리는 ‘비호감 정치인’으로 굳혀지고 있다. 오는 20일 일본 참의원(야마토게임방법
상원) 선거 전망도 어둡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이 1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공명당이 선거에서 31∼55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주 조사에선 36~56석 확보가체리마스터 확률
예상됐지만 일주일 만에 최저 의석 기준으로 예상치가 5석이나 줄었다.
참의원 정원은 248명으로 3년마다 임기 6년인 의원 절반을 뽑는다. 이번 선거에선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을 선출한다. 자민·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50명 이상 당선돼야 남은 의석(75석)에 더해 과반(125석)을 유지할 수 있다.
이시바 정권의주식귀재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협상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자리한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뒤 원만한 조율을 위해 7번이나 관세 협상을 벌였음에도 상호관세율이 24%에서 1%포인트 오른 25%를 지난 7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쌀값 폭등 또한 이시바의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쌀 부족에 따른 쌀값 폭등 현상이 이어져 쌀 소매가가 1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격)은 “쌀이 집에 넘쳐서 사본 적이 없다”는 실언으로 이시바 내각을 향한 비난을 키웠다. 그는 결국 경질됐고 후임으로 고이즈미 신지로가 임명됐다.
금수저→최연소 중의원까지 인생 탄탄대로
돗토리현 지사, 자치대신울 지낸 아버지 이시바 지로(오른쪽)와 어린 시절의 이시바(가운데) 총리 [자민당 제공]
현재는 일본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위기의 정치인’이지만 이시바 총리는 젊은 시절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1957년 2월 돗토리현에서 태어났다. 이시바 가문은 뼈대있는 정치 가문이었다. 당시 돗토리현 지사였던 아버지 이시바 지로 덕분에 어린시절 이시바는 관가에 살았다. 아버지 이시바 지로는 관료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해 돗토리현 지사, 자치대신 등을 지냈다. 할아버지 역시 돗토리현 지사와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그의 이름 ‘시게루’도 요시다 시게루 전 일본 총리를 따서 지어졌다.
돗토리현에서 살던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홀로 ‘도쿄 유학’을 떠났다. 고향이 그리울때마다 그는 도쿄역에 가서 돗토리현으로 가는 열차를 보며 외로움을 달랬다. 기차를 바라보던 습관은 그의 취미로 자리잡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철도 덕후’가 됐다.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몇 년간 은행원으로 지냈다. 은행원 이시바는 자전거로 니혼바시 도매상가를 돌아다니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영업을 했다.
은행원 이시바가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건 아버지 친구때문이었다. 1981년 이시바의 아버지가 죽자, 그의 친구이자 일본 정치 거물이자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는 이시바에게 정계 입문을 권했다. 다나카 총리의 강력한 추천으로 용기가 생긴 이시바는 은행을 떠나 1983년 다나카 파벌 사무소 근무를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아버지의 후광 덕분인지 이시바의 초기 정치 생활을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29세였던 1986년 돗토리현에서 출마해 당시 최연소 중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12선 의원이다.
자민당 ‘미스터 쓴소리’…당에선 소외된 외톨이
의외의 훈남 외모로 주목받은 젊은 정치인 시절의 이시바 총리 [X(옛 트위터) 캡처]
젊은 정치인 이시바는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보기 드문 개혁파 인물이었다.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젊은 정치인 모임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잠시 자민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1997년 다시 자민당에 합류했고, 2002년 방위청 장관으로 내각에 입각하게 된다. 그가 장관이던 시절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담당하는 등 어려운 난제를 도맡았다. 그러면서 자민당 내에서도 신임을 얻게 되면서 2008년 첫 총재 선거에 나서게 됐다.
이시바는 2008년을 시작으로 2012년, 2018년, 2020년까지 네 차례 총재 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2008년에는 아소 다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가볍게 승리해 고배를 마셨고, 2012년과 2018년에는 아베 신조와의 대결에서 졌다. 2020년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와 경쟁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총재 선거에서 그는 뽑힐 것 같으면서도 뽑히지 않은 인물이었다. 2012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주요 파벌 수장의 ‘오더’가 좌우하는 결선 투표에서 아베에게 밀렸다.
하지만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인기를 얻었다. 그는 언젠가부터 일반국민 여론 조사에서는 늘 차기 총재 후보감 1, 2위로 꼽혀왔고 지방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런 그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신 이유는 자민당 내 지지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미스터 쓴소리’라 불릴 정도로 자민당 내 파벌정치 문제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총재 선거에 실패하자 2015년 스스로 ‘수월회’라는 이름의 군소 파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마지막 도전이었던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당시 자민당 전 간사장)는 결선투표 끝에 당선된다. 이시바 총리는 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전체 유효표 409표의 절반을 넘는 215표를 얻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반성 언급
이시바 총재는 일본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친한파’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과거 그는 한일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우익 세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17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이시바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2016년 체결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시바는 과거 블로그 글에 “일본에도 한국에도 ‘이대로 좋을 리가 없다. 뭔가 해결해서 과거의 오부치 총리-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와세다대 강연 도중에도 “일본이 한국을 합병한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대응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리가 된 후에는 야스쿠니신사 공물에 봉납해 한국 정부에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지난 4월 그는 야스쿠니 신사의 춘계 예대제(봄철 큰 제사)에 맞춰 ‘마사카키’(상록수의 일종인 비쭈기나무)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1867년 메이지유신 전후를 시작으로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이나 내전 때 숨진 이들의 혼령이 합사된 곳으로, 당시 한국 외교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일본 방위성은 최근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첫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21년째 이어갔다.
트럼프 관세 못 막고 쌀값 폭등에…연일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오른쪽) 총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일본 내각 홍보실]
우여곡절끝에 총리가 됐지만 출범 이후 이시바 내각은 늘 위기였다.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좋지 않은 건 이시바 개인의 문제도 있고, 외부 요인 탓도 있다.
먼저 집권 초 ‘상품권 논란’이 커지면서 이시바 내각은 초반부터 신임을 잃었다. 상품권 논란은 이시바 총리가 지난 3월 초선 중의원(하원) 의원 15명에게 1인당 10만엔(약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하면서 생긴 문제다. 이시바 총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원들을 매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외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 달만인 2월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를 만났지만, 관세 협상 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7일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 상호관세 25%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관세 서한을 일본으로 보내기도 했다. 당초 일본에게 부과된 관세 24%보다 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요미우리 신문은 “가장 큰 실패는 정상 간 가치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해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동안 미일 동맹을 믿고 이시바 총리가 오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관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일본 정부에서는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착각이 생겼다. 해당 신문은 “특별 대우에 대한 집착이 오판이 됐고, 협상 교착 상태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표를 노리는 극우 정당 득세로 이시바 내각은 더욱 위기 상황에 처했다. 우익 군소 야당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First)’를 외치며 외국인 규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교도통신이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 투표에서 참정당을 찍겠다는 견해는 지난달 28∼29일 조사와 비교해 2.3%포인트 상승한 8.1%였다. 집권 자민당이 18.2%로 1위를 지켰지만, 야당 중에는 참정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주요 언론 예측대로 자민당이 참의원선거에서 50석도 얻지 못하면 일본 정국은 중의원과 참의원이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된다. 이시바 총리는 당내에서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중의원 해산 등 대규모 정계 개편 작업도 이뤄질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연정 확대와 중의원 해산’ 관련 질문에 “예단을 갖고 말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며 “어디까지나 일반론으로 하나의 테마만으로 연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정책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어떤 시점이나 시대든 같다”고 답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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