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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22일 택배기사 ㄱ씨가 ‘쓱배송’ 택배 세 상자를 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다은 기자
차 안은 시원했다. 하지만 택배기사 ㄱ은 계속 땀 흘렸다. 얼굴도 붉었다. 왜일까. “몸 식힐 시간이 없어서요. 너무 바쁘니까.” 과연 그랬다. ㄱ이 차에 머무는 시간은 배송지로 이동하는 2∼3분 남짓. 반면 택배상자를 안고 고객의 집을 방문릴게임오션
하는 시간은 짧으면 5분, 길면 10분이었다.
그와 속도를 맞추려니 숨이 차고 발목이 시큰거렸다. 무게를 가늠해보라며 들려준 상자가 너무 무거워 순간 휘청했다. 송장을 보니 ‘쌀 10㎏’이라 적혀 있었다. 그런 상자를 ㄱ씨는 세 개 안고 뛰었다.
계단도 한 칸씩 오르는 법이 없었다. 택배상자 여럿을 안고 두 계단씩 훌쩍 모바일릴게임접속하기
뛰어올랐다. 엘리베이터도 좀처럼 타지 않았다. “빌라 엘리베이터는 너무 느려서 걸어내려가는 게 더 빨라요. 와이파이 안 터지면 인증사진 전송도 늦어지고요.”
가끔 엘리베이터를 타도 ‘닫힘’ 반응이 늦으면 바로 뛰어나왔다. 그러면서 작게 읊조렸다. “처음부터 계단 탔으면 더 빨랐을 텐데….” 한순간도 허투루 쓸 수 없는 듯했다. 2시간 안에릴게임 추천 사이트
배달해야 하는 상자가 80개나 남았기에.
무더위 속 급성 과로로 숨진 택배종사자들
2025년 7월, 세 명의 택배 종사자가 숨졌다.7월4일 43살 인천 택배대리점 소장이 분류 작업 도중 “차에서 쉬고 오겠다”고 한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7월7일 서울 역삼동 담당 51살 택배기사가 아침 7시 출근 직후 구토하며 쓰시황설명회
러져 사망했다. 7월8일 경기 연천에서도 53살 택배기사가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 이송 뒤 숨졌다. 세 사람 모두 씨제이(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이었다.
온열질환은 열사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상시 누적된 피로가 무더위와 만나 열스트레스를 급격히 올리는 ‘급성 과로’도 있다. 그렇기에 무더위엔 평소보다 노동량을 줄이고 물골드몽게임
·그늘·휴식 자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실은 반대다. 한겨레21이 2025년 7월23일 CJ대한통운의 3차 하청 배송기사 ㄱ씨의 하루를 동행해 보니, 공짜 분류 노동이 만연하고 마감 준수 압박이 노동자를 짓눌렀다. 다단계 하청으로 땅에 떨어진 임금을 노동자가 과로로 메우는 구조였다. 터미널에 물건 쌓는 공간은 많아도 기사 쉴 공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비자 불만·파손 책임은 ‘기사 몫’
택배 배송엔 많은 변수가 있다. 미로 같은 대단지 아파트도 그중 하나다. 분명 1층인데 복도 끝으로 가니 201호가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가니 105호가 있었다. 워낙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지 아파트도 층별 호수를 써붙여뒀다. 그걸 눈으로 훑으며 ㄱ씨는 미로 같은 길을 숨 가쁘게 오르내린다. “거기 106호 있어요?” “없어요. 위층인가봐요.”
택배 전달을 위해선 네 가지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져야 한다. 택배를 차에서 내리며 바코드 찍기→건물을 뛰어 올라가 상자 전달→인증사진 찍어 택배회사로 전송→다시 뛰어 내려와 차에 탑승하는 경로다. 이 동작을 80번 반복하면 마침내 화물차 안이 빈다. ‘1회전’(1차로 받아온 택배 전달 완료)이 끝나는 것이다. ㄱ씨는 땀이 많은 편이다. 무더운 날 일하다 아찔했던 적이 많다. “어지럽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죠. 같이 일하는 형님도 어지럼증이 심해서 못 나오신 적 있어요.”
한번 온열질환을 경험한 몸은 다시 더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보다 근무시간을 적게 잡고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택배업계는 아파서 쉬는 기사에게 대체 인원을 구하는 비용(용차비)까지 물린다. 그마저도 일이 힘드니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럴 땐 쉬던 동료 기사가 끌려나온다. “지난주도 주 7일 했어요. 사람 구하기 힘들대서요.” ㄱ씨가 말했다.
2025년 7월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기사 ㄱ씨가 택배를 꺼내고 있다. 아이스팩이 녹아 상자가 다 젖은 모습이다. 신다은 기자
아이스팩 녹아버린 ‘쓱배송’ 택배
오후 3시, 차 문을 여는데 바닥이 물로 흥건하다. “벌써 다 젖었네.” ㄱ씨가 한숨을 쉬었다. 출고 1시간 만에 택배 속 아이스팩이 다 녹았다. “반나절만 지나도 저렇게 돼 버려요. 하나가 녹으면 그 아래에 쌓은 상자도 다 무너지는데.” 신세계 ‘쓱배송’은 최근 배송 품질로 논란이 됐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쓱닷컴이 자체 배송망을 해체하고 CJ대한통운에 배송을 맡기면서 냉동 배송이 일반 배송으로 바뀐 탓이다. 단가는 낮췄지만 문제는 품질이다. 냉동차까지 동원하던 신선식품 배송을 이제는 아이스팩에만 의존하니 택배가 더위에 취약하다. 소비자 불만과 파손 책임은 고스란히 기사 몫이다.
푹 젖은 택배를 안고 ㄱ씨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2회전’, 즉 2차 배송을 나가려면 적어도 오후 5시 이전에는 1차 배송을 끝내야 한다. ㄱ씨가 원해서 하는 2회전이 아니다. 낮은 배송료를 메우려고 협력사가 당일배송과 쓱배송을 묶었다. 이 일로 ㄱ씨는 가족과의 시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2025년 7월 22일 ㄱ씨가 차량에서 택배를 꺼내고 있다. 신다은 기자
오후 4시가 넘어가자 ㄱ씨의 발길은 더 빨라졌다. 휴대전화를 보며 “큰일이네, 벌써 시간이”를 되뇌었다. 화장실은 아동복지시설에 택배를 갖다줄 때만 단 한 번 들렀다. 1회전은 오후 5시30분에야 끝났다. 홀가분함도 잠시, ㄱ씨는 담배를 태운 뒤 바로 터미널로 액셀을 밟았다.
분류노동 폐지? 현장은 슬그머니 ‘부활’
택배기사는 하루에 짧게는 11시간, 길게는 16시간 일한다.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잠만 자고 나와야 한다.” 핵심 원인은 슬그머니 부활한 분류노동이다. ㄱ씨도 이날 총 노동시간의 30%를 분류에 썼다.(총 11시간30분 중 3시간30분·터미널 왕복 시간 포함)
2021년 택배기사가 잇따라 과로로 숨지자 사회적 합의 기구는 ‘공짜노동’인 분류노동을 대대적으로 폐지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원인은 다단계 하청 구조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당일배송과 신선식품 물량을 대리점에 직접 주지 않고 물류회사를 거쳐 맡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분류노동과 2회전 배송이 부활했다. 물류회사가 운영하는 분류 터미널은 CJ 것보다 시설도 열악해, 시원한 휴식공간은 물론 선풍기조차 없었다.
2025년 7월22일 서울의 한 분류터미널에서 기사들이 ‘1회전’ 배송 물량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터미널 내부 온도는 32.5도, 습도는 70%였다. 신다은 기자
ㄱ씨는 이날 분류노동에 2시간30분을 썼다. ‘1회전’ 때는 식료품을, 2회전 때는 화장품을 받았다. “이거(분류)만 없었어도 배송을 훨씬 빨리 시작할 텐데. 왜 이걸 기사한테만 떠미는지 진짜 답답해요.” 동료 ㄴ씨가 한숨을 쉬었다. 예상보다 출발이 늦어지니 ㄱ씨도 말없이 담배만 태웠다. 압박감과 초조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니 후텁지근한 열기가 훅 끼친다. 실내 온도 31도, 습도 70%다. 10분만 서 있어도 온몸에 땀이 났다. 첫 번째 터미널은 선풍기라도 있었는데, 두 번째 터미널은 그마저도 없다. 터미널은 택배기사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종일 야외에 있으니 이때라도 잘 쉬어야 한다. 그러나 기사들이 더위를 피할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배송하는 당일택배의 단가는 1600~1700원이다. 한 아파트에 여러 개 배송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 전체를 돌며 한 집씩 배송한다. 문제는 한 집이 여러 택배를 시켰을 때다. CJ대한통운은 ‘어차피 경로가 같다’는 이유로 2개째부턴 단가를 80% 삭감(상자당 300원)한다. 이날 한 가게는 동일 주소지로 택배 46개를 보냈다. 사람 키만큼 택배가 쌓여도 배송료는 총 1만5천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하청업체 몫을 빼고 나면 기사들에겐 단 3500원만 남는다. 기사들은 “이걸 배송하는데 5천원도 안 준다는 건 정말 미친 짓”이라며 화를 냈다.
CJ대한통운 쪽은 “택배 46개의 배송료가 1만5천원일 리 없다”고 반박했다. 네 상자부터는 300원이 아닌 1천원을 준다며 ‘회사 계산법으론 적어도 4만원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왜 기사들이 그 계산법대로 돈을 못 받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CJ대한통운은 3차 하청 기사들이 분류노동과 2회전 배송을 한다는 사실도 한겨레21 질의를 받고서야 파악했다. 하도급을 반복하며 원청이 하청의 노동 실태에 깜깜이가 되는 것. 다단계 하청의 필연적 결과다.
2025년 7월22일 신세계 ‘쓱배송’으로 한 가구가 시킨 물건들. 46개 물품을 시켰지만 단가는 1만5천여원에 그친다고 대리점 쪽은 밝혔다. 신다은 기자
오후 6시58분. 분류가 끝나자 ㄱ씨가 서두른다. “얼른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ㄱ씨의 구역은 다른 동료보다 거리가 멀고 물량도 많다. 다른 동료들은 한참 전에 배송을 시작했다. 오후 7시33분, ‘두 번째 출근’이 시작됐다. 해가 져도 기온은 30도를 웃돌았고 습도도 70%에 달했다. 그래도 낮보단 덜 쫓긴다. 적어도 걸어서 배송할 수 있고 무리하게 액셀을 밟지 않는다. CJ가 7월 한시적으로 ‘시간제한’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주문한 날 바로 배송받는 ‘당일배송’은 택배기사들에겐 엄청난 압박이다. 그날 얼마나 교통체증이 심하든, 얼마나 물량이 많았든 반드시 밤 12시까지 모든 배송을 마쳐야 한다. “대단한 거 바라지 않아요. 시간제한이라도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있으면 이 더위에 정말 온종일 뛰어야 해요.”
밤 9시를 넘어가자 몸이 처지기 시작했다. ㄱ씨가 호주머니에서 포도당 사탕을 꺼냈다. “맛봐요, 눈이 확 뜨이는 기분도 경험하셔야지.” 그러나 당분이 주는 상쾌함도 잠깐이었다. 차 문을 열고, 상자를 꺼내 배달하고, 다시 차 문을 닫고 출발하는 노동이 쉼 없이 반복됐다. 아무리 뛰어도 상자 더미는 줄어들 줄 몰랐다. 그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2025년 7월22일 배송을 기다리는 택배 상자가 차량 안에 쌓여있다. 밤9시가 넘어도 기온은 31도를 유지했고 습도도 63%였다. 신다은 기자
ㄱ씨의 일은 밤 12시30분에 끝났다. 새벽 1~3시까지 배송하는 기사도 있다. “눈꺼풀이 너무 무겁고 피곤해요. ‘오늘도 살았다’ ‘어찌저찌 견뎌냈다’는 생각이 드네요.” ㄱ씨가 지친 몸으로 차에 올랐다.
사람 키만큼 택배 쌓여도 배송료는 1만5천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등 택배기업에 △다단계 하청 금지 △배송 속도 경쟁 제한 △단가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CJ대한통운이 한시적으로 약속한 건 ‘지연배송 면책’뿐이다. 기업은 또 다른 죽음을 막을 각오가 됐을까. CJ대한통운은 다단계 하청 구조에 대해 “기존 배송 체계가 익일배송 중심이라 당일배송 등 특수한 건은 물류회사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다. 택배기사도 여러 회사 물량을 받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규모의 경제’”라고 한겨레21에 설명했다. ‘건강히 일할 자유’를 묻는 질문에 ‘착취당할 자유’로 답한 것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이어서 한겨레21의 폭염 배달 체험 기사를 보시려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7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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