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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이 끝났다. 수많은 공방 끝에 타결된 협상은 오늘날 세계 경제의 불편한 진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미국과의 거래는 여전히 필수적이며, 달러는 변함없이 건재하다. 브릭스(BRICS, 중국·러시아 주도 신흥경제국 연합체)의 연대가 굳건해지고,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통화의 춘추전국시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산업정책과 수출입 비율, 공장 이전 등의 표면적 이슈를 조율한 건 맞지만, 그 이면에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있었다. 바로 ‘킹 달러’다. 이 책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이 통화의 권력에 대해 그 기원과 구조,골드몽
경쟁자들의 도전과 실패까지 아우른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스텔스기나 항공모함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미국조차 깨닫지 못했지만 달러는 어느새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됐다. 미국은 이미 이를 실전에서 여러 차례 사용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 제재를 가했을안전 검증 릴게임
때,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이에 반발했지만 유럽의 대표 기업들, 덴마크의 머스크, 프랑스의 푸조, 독일의 지멘스와 같은 회사들은 이란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과의 직접 거래가 아니더라도 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CHIPS)을 통해 국제 거래 자체를 제재할 수 있었다. 일례로 푸조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이미 1991년 포트폴리오투자
철수했고 1년에만 44만 대의 차량이 판매되는 이란은 자국 외에 가장 큰 매출을 안겨주는 시장이었음에도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과의 합작 사업을 중단했다.
이렇게 2020년대에 들어 ‘2차 제재’는 달러를 무기로 삼은 외교전략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미국조차 최근에야 이 무기의 진면목을 인식했고, 이후 백악관과 의회는 이 도구에 더투자심리도
욱 의존하게 됐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이 제재를 가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했지만, 2018년엔 22개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달러 패권의 실체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책은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한다. 첫째는 CHIPS, 둘째는 페트로달러, 셋째는 연방준비제도(Fed)다. CHIPS는 맨해튼 고층빌딩에 본사를 둔 민간 결제 시중외신약주가
스템으로 국제 은행 간 거래의 90% 이상을 처리한다. 하루 평균 54만 건, 총액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가 이곳을 거친다. CHIPS는 말하자면 국제 거래의 ‘초크포인트’, 즉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그 덕에 CHIPS를 관할하는 미국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제재를 할 수 있고 달러를 무기화할 수 있다.
두 번째 축은 석유, 곧 페트로달러다. 1970년대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밀 협상을 통해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세계는 에너지 구매를 위해 반드시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에 들어섰다. 마지막은 Fed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표로 하던 Fed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까지 떠맡았다. 그로부터 12년 후, Fed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을 달러를 바탕으로 한 거래로 구해내며 세계 경제의 보루 역할을 수행했다. 위기의 순간 달러만이 생명줄이 된다는 사실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 각인됐다.
하지만 달러가 영원히 무적일까. 달러의 대안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중국의 위안화와 가상화폐다. 다만 위안화는 권위주의 체제라는 구조적 한계에 발목이 잡힌다. 법치주의가 불확실한 체제 아래선, 국제 자본이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유럽 통합의 상징인 유로 역시 2010년 재정위기를 거치며 균열이 드러났다. 비트코인은 발행량 한계와 디플레이션 위험이라는 태생적 약점을 안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역시 ‘1코인=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독립적이지 않다. 이 구조는 오히려 달러 수요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 정부가 최근 이를 법제화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균열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달러를 국내 정치의 수단이자 무기로 다룬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와 파월 간의 갈등은 이러한 위기를 예고한다. 2016년 제이컵 루 당시 재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라는 금융 중심지를 대체하는 국가나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대체하는 통화가 나타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하는 날이 오면, 미국은 달러 기반의 경제 제재를 가했던 일을 후회하게 될지 모릅니다.”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다. 다만 달러가 한때 파운드 스털링의 기축통화 ‘후계자’에 불과했듯 영광이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다. 504쪽, 2만8000원.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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