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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옛날 병인년(1446)에 소헌왕후가 세상을 빨리 버리시매 서러워 슬퍼함에 할 바를 알지 못하였더니, 세종이 나더러 말씀하시기를 '죽은 이를 기리는 것이 경을종자돈500으로10억만들기
옮겨 씀만 같은 것이 없으니, 네가 부처의 일대기를 만들어 옮김이 마땅하니라'고 하셨다."(월인석보月印釋譜 중 서序에서)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은 어머니 소헌왕후(1395~1446)의 죽음을 애도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려고 석가모니 부처의 일대기 '석보상절'(釋譜詳節)을 지었다. 왕위에 오른 지 5년이 되던 해에 세조가 부왕 세종이 지디아이 주식
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자신이 지은 '석보상절'을 합치면서 쓴 '월인석보' 서문에는 15세기 조선 사회 속 불교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이전 20주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의 3부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는 조선 전기 불교미술을 불화, 불상, 경전, 사리장엄과 공예에 야마토2다운로드
이르기까지 다룬다. 불화 15건, 불상 20건, 공예 3건 경전 및 활자 48건 등 불교미술 총 86건이 전시되고 있다.
3부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맞닿아 있던 조선 전기 불교미술을 조명한다. 3부 첫 부분 '조선 부처, 유교의 시대를 가로지르다'는 조선 전기 불교 미술을 이끈 왕실 발원 불교미술에 대한 이KODEX은선물(H) 주식
야기다.
김영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유교 사상을 국가 운영 이념으로 삼아 건국된 조선에서 불교를 비롯한 기존 종교는 공적 영역에서 경제적·사회적 위치가 제한됐다"며 "사적 영역에서 사람들의 심성과 맞닿아 있는 종교로서 불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고, 화려한 불교 행사와 불교미술 조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시대상을 설명했모바일릴게임종류
다.
이어 "유교 국가 조선에서 불교미술이 어떻게 잊혀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긴 시대를 가로질러 오늘날까지 지속될 수 있었는지는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조성과 발전을 이끈 왕실의 불교미술 후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금강반야바라밀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08.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왕실, 돌아간 가족 명복과 남은 가족 평안을 빌다
"옛부터 유교와 불교는 서로 용납하지 못하지만, 부처를 다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신하들이 부처를 배척하면서도 오히려 수륙재를 폐하지 않는 것은 선왕을 위하여 명복을 비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는 선왕을 위하여 비록 날마다 불사를 하더라도 마음에 만족하지 않다." ('성종실록'117권, 성종 11년 5월 30일, 인수대비가 내리는 말)
왕실은 사적 차원에서 여전히 불교에 의지했다. 발원문, 화기 등 기록에서 드러나는 조선 전기 왕실 발원 불사의 목적은 '성종실록' 내용처럼 돌아간 가족에 대한 애도와 극락왕생 기원, 병의 치유, 득남 등 인간 본성에 맞닿아 있는 바람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돌아간 가족을 애도하고 남은 가족의 평안을 비는 것은 왕실 발원 불사의 가장 중요한 동기였다. 사경과 불화에 있는 수많은 발원문이 이를 입증한다.
세종과 신빈 김씨(1406~1464)가 막내아들 담양군(1439~1450)의 명복을 빌며 조성한 '금강반야바라밀경', 성종의 어머니 소혜왕후(인수대비(1437~1504))가 며느리 공혜왕후(1456~1474)의 죽음을 애도하고 왕실 가족의 극락왕생과 장수를 빌며 조성한 '예념미타도량참법'(1474), 인성왕후(공의왕대비(1514~1577)가 지아비 인종(재위 1544~1545)의 명복을 빌며 도갑사에 봉안한 '관음삼십이응신도'(1550)가 그 예다.
왕실 발원 불사 형태는 사찰 창건과 중건, 전각과 탑 보수, 불상·불화·종과 향로 조성, 사리장엄구 조성과 탑 내 봉안, 불교 서적 간행과 유포, 의식 개최까지 다양했다.
1458년(세조 4)에 효령대군을 비롯한 왕실 인사들이 시주해 법천사에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조성했을 때는 도화서(圖?署) 화원인 ‘사직司直 이중선李重善’이 불사를 감독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조선 전기 불교미술 특징으로 "당대 사회를 주도했던 왕실이 중심이 되어 발원한 불교미술의 조성에는 가장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기술 수준을 겸비한 이들이 동원됐다"며 "불상의 복장에서 발견된 발원문이나 불화 화기(畵記) 등 기록에 제작자 이름이 보편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꼽았다.
[서울=뉴시스]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08.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왕부터 상궁까지, 불교미술을 후원하다
조선 전기 왕실 불사는 왕, 왕후, 비빈, 대군과 공주, 그들의 배우자와 방계 가족까지 다양한 인물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특히 15세기에는 세종·문종·세조·예종 등 국왕과 효령대군·안평대군·영응대군 등 왕자가 적극적으로 불사에 참여했다.
태조는 승려 무학(無學)을 왕사(王師)로 임명하고 도성에서 불교 의식을 크게 열었으며, 사찰에서 법석法席을 베푸는 등 고려 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불교를 믿었다.
세종과 세조도 불사를 적극적으로 후원한 대표적 왕이다. 세종은 정책적으로 불교를 규제하면서도 훈민정음으로 불서를 번역해 간행했다.
세조는 신료들이 불교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강력한 호불(好佛) 군주였다.
세조는 도성 안에 원각사(圓覺寺)를 창건했으며, 상원사(上院寺)·해인사(海印寺) 등 유서 깊은 사찰을 중수했다. 국가 기구인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불교 경전을 한문과 훈민정음으로 간행했다. 이때 간행된 경전들은 지방 사찰로 퍼져 나가 여러 차례 재생산됐다.
세조는 이밖에도 기원정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상' 등 불상 조성·중수 등 많은 불사를 행했다.
세종의 형이자 세조의 숙부인 효령대군은 조선 왕실에서 가장 열렬한 불자였다. 그는 태종대부터 성종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7명의 왕대를 거치며 수많은 불사를 주관했다. 불사는 사찰 창건과 중건, 경전 사경, 불상 조성까지 다양하다.
16세기에는 왕과 대군의 불사 후원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여성이 왕실 불사를 주도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15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정치와 사회 전반에 성리학적 질서가 점차 자리잡았고, 신권이 높아져 왕권을 견제했다"며 "집권층 스스로 성리학적 논리를 내면화하면서 불교 신앙 행위 명분을 찾기 어려워진 까닭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16세기 왕실 불사의 주요 후원자로 잘 알려진 문정왕후(1501~1565)는 선교양종과 도승제度僧制를 부활시키는 등 제도적·정책적 지원으로 불교의 부흥을 이끌었다.
문정왕후는 1562년 향림사(香林寺)에 200폭의 나한도를 조성했다. 1565년에는 회암사(檜巖寺) 중수의 낙성을 기념해 400폭의 여래도를 발원하는 등 대규모 불사를 주도했다.
이 시기 문정왕후 외에 소혜왕후, 인성왕후(1514~1577), 덕빈(德嬪) 윤씨(尹氏)(1552~1592)와 왕실 출신 여성으로 추정되는 비구니들의 불사도 행해졌다.
김 학예연구사는 "이 불사들의 주요 발원자는 여성이었지만 대부분 발원문에는 왕과 대군을 포함한 왕실 가족에 대한 축원이 포함됐다"며 "왕실 남성이 전면에서 불사를 주도하지 않았을 뿐 왕실 여성들의 불사를 묵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08.01. photo@newsis.com
이번 전시에는 뛰어난 기법과 필치에서 왕실 발원으로 추정되는 작품도 있다.
일본 혼가쿠지와 독일 쾰른 동아시아미술관에서 각각 출품한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는 조성과 관련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이 불화들은 세밀한 표현과 금을 사용한 채색이 뛰어난 기량을 보여 도화서 화원의 작품으로 보인다. 화면 구도가 왕실 발원 불교 서적 '석보상절'의 변상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왕실 발원 작품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언론공개회를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갖고 주요 유뮬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과 함께 꽃핀 15~16세기 당시 미술을 대표하는 691건(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작품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이다. 2025.06.09. pak7130@newsis.com
'조계사 목조여래좌상'도 조선 15세기 불교조각 정수를 보여준다. 이 불상의 양식과 뛰어난 조각 수준으로 보아 왕실 장인이 조성한 15세기 작품으로 추정한다.
조성 관련 기록은 없으나, 이 불상이 본래 봉안됐던 전라남도 영암 도갑사는 15세기 후반 왕실 후원으로 대규모 중창 불사가 행해졌던 사찰이다.
이 불상은 지난 6월 10일 개막한 전시 기간 중 최초 2주간 출품된 후 아쉽게도 조계사 대웅전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서울=뉴시스] 시왕도 중 제5 염라왕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5.07.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 최근 일본에서 환수된 '시왕도' 10점 중 제5 염라왕, 제6 변성왕, 제8 평등왕 등 3점도 공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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