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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한 청년은 한국사회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고자 했다. 이 청년에게는 1980년 12월 11일 기층민중이 변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을 담은 ‘반파쇼 학우투쟁 선언’을 작성하고, 1987년 여름 ‘지식인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을 발표하며 기층민중의 문학주체화를 주창하기까지 일관된 가치체계가 있었다. “독점자본주의 구조 자체를 해체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가능케 하는 혁명적 전환에 대한 열망이었다. 1980년대를 관통했던 이념 과잉의 시대를 성찰적으로 되돌아본 김명인이 신간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에서 밝힌 ‘젊은 날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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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의 책을 몰입감 있게 읽으며 떠오른 낱말은 광사(狂士)와 미네르바의 부엉이였다. 공자가 말하길 중용의 길을 걷는 사람을 얻지 못할 바라면 반드시 광사나 견사와 함께하리라 했다. 광사는 진취하고 견사는 차마 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했다. 맹자는 광사를 일러, 그 뜻이 크고 광대하지만 실제 행동은 말에 따르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평하면서, 견사보다 낫다고 했쌍용정보통신 주식
다.
김명인은 1980년대 변혁세력이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가장 격렬하고 황홀한 “낭만적 고양과 극도의 급진적 전망”에 휩싸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에 되돌아보면 “거대한 낭만적 착각이었고, 집단적 시대착오”였다고 반성적으로 회고한다. 뜻은 드높고 컸으나, 이를 실현한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광사였다고 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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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할 점은 공맹이 광사를 높이 평가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1980년대를 휩싼 급진적 전망과 실천이 없었다면, 오늘 한국사회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가능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변혁세력의 치열한 공세가 있었기에 그 열망을 체제에 순화시키는 일련의 정치적 혁신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 민주주의의 원리가 작동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사회”가 된 데에는 198STOCHASTIC
0년대 변혁세력에게 진 빚이 많다. 역사의 간지가 광사를 요구했던 셈이다.
김명인은 1991년의 이른바 분신정국을 기점으로 변혁세력이 꿈꾸었던 총체적 변혁은 “과거의 미망이자 낭만적 추억”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주관적 착각과 객관적 오류”를 집단으로 저지른 것이다. “당시에 유행하던 경구를 빌려 말한다면” 미네르바의 부엉이CJCGV 주식
는 황혼이 깃들 때 비로소 나는 법이다. 그런데 1980년대의 변혁세력은 부엉이가 날면 비로소 황혼이 깃드는 법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김명인이 1990년대를 환멸의 시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싶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질곡은 이제 비로소 황혼 무렵이 되었다는 징조인지도 모른다. 2024년 12월3일, 김명인이 삶에서 겪은 두번째 계엄령은 새로운 부엉이를 출현시켰다. 2030 여성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응원봉 연대다. 김명인은 이들에게서 “차별 없는 세상, 돌봄과 배려와 환대가 넘치는 다정한 세상 같은,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는 여성적 가치”의 실현을 기대한다. 역사라는 수레바퀴의 나사못이 되고자 했던 김명인은 이제 충만한 개별자의 연대, 비유하자면 활짝 핀 꽃이 한데 모인 빛나는 꽃다발을 꿈꾼다.
이 책은 내자송(內自訟)이라, 자신을 역사의 법정에 고발해 재판을 받은 사유의 결과다. 자서전 문화가 빈약한 우리 문화에 큰 획을 그었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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