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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런던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 FTSE 100에서 퇴출될 정도로 주가가 빠지고 실적이 타격을 입었지만, 1년 만에 주요 지표들이 대부분 회복했다. 새 최고경영자(CEO)인 조슈아 슐만 체제 하에 드라이브를 거는 ‘버버리 포워드’ 전략이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1년 만에?주가 86% 급등
런던증권시장에서 버버리그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준 1343.5펜스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최근 1년 사이에 약 86.7% 급등했다. 실적 감소세도 멈췄다. 버버리는 지난달 28일 마감한 올해 회계연도 1분기(4~6월) 동안 4억3증권강의
300만파운드(약 58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지만, 3% 감소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보다 양호하다.?
비슷한 소비자층을 두고 경쟁하는 구찌, 생로랑 등 경쟁 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수치다. 구찌·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리드코프 주식
소했다. 구찌와 생로랑 매출은 각각 24%, 8% 줄었다. TD카우언은 올해 구찌의 매출 전망을 15% 하향 조정하며 연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봤다.?
사진=한경DB
분석가들은 버버리에 대다빈치릴게임
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HSBH는 버버리가 경쟁사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슐만의 회생 프로젝트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슐만은 과거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COACH)와 마이클 코어스 등을 맡아 경영하면서 비용 절감, 가격 재정비 등 브랜드 리포지션 전략으로 경쟁력 잃은 브랜드를 부활쌍용주식
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전통으로 회귀…트렌치코트에 집중
버버리에 합류한 슐만이 집중한 건 특유의 영국적 이미지를 되살리는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 가방·신발·레디투웨(RTW·기성복) 같은 비핵심 카테고리는 재정비에 들어가는 등 제품군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대신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특유의 체크무늬 머플러주식시장가
나 트렌치 코트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시그니처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체크무늬가 들어간 폴로 셔츠나 여성용 원피스도 실적을 견인할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더불어 계절성을 극복하는 마케팅을 강화 중이다. 트렌치 코트나 스카프는 가을, 겨울 시즌에 매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특정 계절에만 수요가 몰리는 특성을 희석하기 위해 버버리는 ‘버버리 페스티벌’ 캠페인을 통해 영국 여름의 주요 행사들을 공략했다. 힙합 아티스트 로일 카너와 음악 프로듀서 골디, 그리고 모델 카라 델레빈 등이 버버리 레인부츠 등 주요 아이템을 착용하고 진흙탕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대표되는 이 마케팅은 최근의 예측 불가능한 날씨를 상징하면서도, 버버리 제품이 1년 내내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버버리그룹은 지난 실적 발표 간담회에서도 “제품 라인을 깔끔하게 줄이고 핵심 아이디어에 집중한다”며 상품 구조 재정비를 강조했다. 특히 슐만 CEO는 트렌치 코트나 스카프·아우터 집중 전략이 브랜드 매력·매출 회복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사진=한경DB
그는?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전임 경영진의 전략에 강한 비판을 이어왔다. 버버리의 몰락이 체크무늬 등 브랜드 본래의 정체성을 버리고 실험적인 디자인과 고가 핸드백에 집중한 선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버버리의 지난해 매출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슐먼?CEO는 “지난 10년 동안 버버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세 번 바꿨고, 고급화를 위한 어설픈 시도들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꼽은 실패 중 하나는 2018년 버버리가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의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 T·B를 이용해 만든 상징이다. 이는 루이뷔통의 L·V 모노그램을 억지로 따라했다는 비판 등 시장의 혹평을 산 바 있다.
?가격 이원화
가격 정책은 고가와 저가로 뚜렷이 구분해 이원화했다. 잘 안팔리는 제품은 더 저렴하게, 잘 팔리는 건 더 비싸게 값을 매겨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침을 세웠다. 일례로 가방 가격은 크게 낮췄다. 최근 출시한 코츠월드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250만~350만원대로 기존 제품들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으로 매겨졌다. 850파운드(약 158만원)짜리 홀슈 크로스바디 백도 있다. 데이터분석기업 럭셔리엔사이트(Luxurynsight)에 따르면 최근 버버리 가방 가격은 작년 10월 이전과 비교해 평균 9% 내렸다.
반면 아직 고가 명품 소비자층이 남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선 주요 제품 위주로 고가 가격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최근 중국에선 11만5000위안(약 2199만원)짜리 코듀로이 트렌치 코트를 출시하면서 하이엔드급 부유층 소비자들을 타게팅하고 있다. 초고소득층 소비자 사이에선 패션은 물론 기능성까지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버리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이같은 고가 제품 라인을 넓혀가며 관련 제품군은 22% 늘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버리 주식을 소유한 프제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측은 “버버리에 전달한 중요한 요청 중 하나는 3000달러(약 410만원)짜리 핸드백을 팔아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양극화된 명품시장 흐름상 중위 가격대의 애매한 포지션을 고수해선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주주사들의 요구 아래 버버리는 전체 상품 수는 줄이면서 저가와 고가 제품군 일부는 확대하는 식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 작업도
비대해진 비용도 줄여나가는 중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며 조직을 슬림화했다. 전 세계 1700명의 직원을 한꺼번에 감원하면서 영국 내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긴했지만,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탁월한 효과를 본 것만은 사실이다. 그룹 내 인력의 5분의 1을 줄이는 대규모 인력 조정 조치다.?감원 대상 다수는 영국 런던 본사 등의 사무직이다. 버버리의 상징적 제품인 트렌치코트를 생산하는 잉글랜드 북부 캐슬퍼드 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야간조를 폐지할 예정이다.?
사진=버버리 공식 홈페이지
재고 관리나 매장 내 디스플레이 등을 개선하면서 부동산 관리 지출도 축소했다. 매장 내 마네킹을 늘리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임대 비용을 낮췄다. 매장 내 맞춤형 스카프 커스터마이징 공간인 스카프 바 시범 운영을 통해서도 재고를 줄였다. 고객이 색상·소재·모노그램(이니셜) 등을 선택해 자신만의 스카프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제품 라인업 자체를 줄였지만 더 많은 스타일의 제품을 팔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25년 상반기 뉴욕 57번가 플래그십 매장 등 주요 매장에서 시범 운영돼 성과를 보면서 향후 전세계 200여개 매장으로 확대 운영될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 덕분에 버버리는 2025년 3월 기준 총 재고량을 예상보다 7% 줄였다. 전반적인 비용 감축안을 시행하면서 그룹 측은 2027년까지 연간 1억 파운드(약 1853억원)씩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확실히 제품 군이 선호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재정비되고 마케팅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등 조직 운영이 개선되는 면은 엿보인다”면서도 “완전한 실적 증가세로 보기는 어렵다. 이원화된 가격 정책 등이 하이엔드 시장과 매스티지 시장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 실제 시장에서의 성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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