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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바로 이 시기를 집중 조명하는 책과 전시를 꾸준히 내놓으며 한국 근대 예술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대표적인 근대 전문가입니다. 그녀는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대 작가 아카이브를 구축하며 한국 근대 미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작업에 매진하는데요. 이런 일련의 작업은 이중섭, 이쾌대, 유영국 등 불멸의 근대 나노신소재 주식
예술가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근대 미술 전문 큐레이터로서 김인혜의 진가를 대중들에게 알린 전시는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입니다. 1930~1940년대 경성을 중심으로 당대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며 한국 근대 예술의 기틀을 마련했는지를 최초로 조명한 전시였습챠트스쿨
니다. 미술과 문학을 아우르는 통섭적 전시로 높은 전시 완성도는 물론 참신한 접근으로 대중적으로도 열띤 반향을 일으켰죠, <살롱 드 경성 1, 2>는 바로 2021년 전시에서 비롯된 역작입니다. 시공간의 한계가 있는 전시에서 미처 다 못 담아낸 근대 경성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빼어난 글솜씨로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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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 하나다. / 케이옥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3/ked/20250723083904402pzkl.jpg" data-org-width="647" dmcf-mid="0TeQKRmeTP" dmcf-mtype="image" height="a대동금속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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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1955, oil and penci초록뱀 주식
l on paper, 32×49.5cm.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에 걸린 작품 중 하나다. / 케이옥션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을 거쳐 전시를 총괄하는 학예연구실장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에서 일한 그녀는, 그러나 처음부터 근대에 탐닉한 건 아닙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사를 마친 그녀가 처음 주목한 분야는 아시아 미술이었습니다.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를 넘어 서아시아 미술까지 섭렵했던 그녀는 아시아 미술을 충분히 공부한 후 서양 미술로 눈을 돌립니다. 독일에서 서양 미술사 공부에 매진했고, 그 결과 독일 낭만주의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를, 그리고 박사는 다시 중국 목판화 운동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합니다. 이렇게 아시아와 서양을 광폭으로 종횡무진한 그녀가 종국에 매료된 건 다름 아닌 한국 근대였습니다. 자타 공인 근대 미술 전문가 김인혜가 말하는 근대 경성과 불멸의 예술가들 이야기는 작품보다 감동적입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사진 제공.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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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아닌 근대, 특히 ‘근대 경성’에 매료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근대 이전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우리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살았죠.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반도에 근대가 옵니다. 한복에서 양복으로, 우리말에서 일본어로, 나라의 주권도 빼앗기죠.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달라진 시대가 바로 한국 근대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문화의 기원은 근대입니다. 현대 미술의 시발점도 근대죠. 아노미(Anomi) 같은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서로 연대해 분투하며 경성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해 본 정말이지 드라마틱한 시대죠. 우리가 지금 현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근대에 대한 통찰이 필수입니다.
▷?<살롱 드 경성> 1, 2권을 보면 근대 경성, 그 시기는 이토록 불세출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이렇게 집중적으로 많이 나왔을까 싶게 예술혼이 폭발했다는 느낌입니다. 유독 이 시기, 그렇게 무수한 예술가들이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저는 간절함과 절실함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 민족만 가지고 있는 정서인 한(恨)의 발현이죠. 우리는 정말이지 훌륭한 민족이고 나라였는데,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너무나도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죠. 시대의 당면한 현실과 의미에 민감한 예술가들은 “그럼 조국이 없는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근대 경성의 예술가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 보면서 자신들만의 의미를 치열하게 찾아갑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절박한 이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집니다. 바로 경성 근대 모더니스트들이 그런 전형을 보여줍니다.
저는 인간의 진면목은 시련 앞에서 보여주는 태도에 의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을 살다 보면 시련이 닥칩니다. 그런데 이 시기 예술가들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인간의 기본과 본성을 지키려 분투했던 이들입니다. 자기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서, 마침내 깨달은 바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거죠.
표지. / ⓒ 해냄출판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3/ked/20250723083907017jhjv.jpg" data-org-width="1200" dmcf-mid="U7Rz1bLKv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3/ked/20250723083907017jhjv.jpg" width="658">
<살롱 드 경성 2> 표지. / ⓒ 해냄출판사
▷?근대 경성 불멸의 예술가들 이야기를 통해서 다루고 싶은 화두는 결국은 “어떻게 살 것인가?”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많이 변모했지만, 아직도 “어떤 삶이 성공이다‘라는 틀이 강력한 사회이기도 합니다. 저는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는 예술가들, 극단의 삶을 살았지만 너무나 근사했던 이들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삶의 양태를 인정해야 좋은 사회“라는 강력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사실 제가 그동안 공부한 목적도 이런 분들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뛰어난 예술가들은 '세상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각자 삶의 고난을 이기고, 부단히 내면을 성찰해서 결국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기어코 발견해낸 이들입니다. 암울한 시기였기에 더욱 예술가들끼리 뭉쳤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유명한 어느 영화 대사처럼, 예술가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잃지 않았죠. 이렇게 멋쟁이들이 불과 100년 전에 이 땅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중섭과 이남덕, 김환기와 김향안, 유영국과 김기순 등 ’화가와 그의 아내‘를 하나의 챕터로 따로 6편을 쓸 정도로 책에서 중요하게 다룹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배우자는 어떤 의미였나요?
화가의 생애를 연구하다 보면, 저절로 그의 배우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근대 경성 예술가들 상당수는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인정받기는커녕 호구지책이 해결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그러나 그들이 그런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뛰어난 예술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기반은 바로 아내였습니다. 남편을 대신에 생계를 책임지고, 남편의 작업을 독려하고 지지하죠. 후원자이자 관객이자 매니저인 역할을 담당한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그 근대 경성 주옥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상당수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아내 못지않게 딸들의 역할도 지대했다는 겁니다.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던 이 시기 예술가들이 훗날 그들의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에 딸들이 존재하죠. 결국 예술은 작품이 온전히 남아 있어야 하는데,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중히 보관한 일등 공신은 딸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는 물론 예술적 성취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어려웠던 시기, 여성들은 이렇게 스스로 예술가는 아니어도 강력한 조력자인 동시에 후견인 역할을 수행했죠. 우리가 지금 근대 예술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배경에는 이들의 헌신이 지대하게 작용합니다.
▷?근대 경성에는 기억해야 할 여성 예술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천경자, 나혜석, 이성자 등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그 자체가 우리 근대사의 아픈 상흔을 모두 함축한 것 같습니다.
근대라는 엄혹한 시기에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가혹한 상황을 돌파해야 했습니다. 이 3명의 여성은 다 다르게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운 전사들인데요. 특히 나혜석의 경우는 ’근대라는 가혹한 세상을 온몸으로 관통한 아이콘‘ 같은 인물입니다.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의 삶은 너무 영화 같아서 언뜻 들으면 믿기 힘들 정도죠.
그녀는 '최초' 타이틀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보유한 멀티플레이어입니다.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최초로 서양화를 배운 한국 여성, 경성에서 최초의 서양화 개인전을 연 화가입니다. 여성운동가 김일엽과 함께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를 만든 언론인, 여성 야학을 운영한 교육인인 동시에 소설과 시를 발표하는 문인, 3.1 운동을 주도하고 의열단을 돕는 독립운동가 등 미술은 물론 교육, 언론, 문학, 여성 운동, 독립운동 등에서 활약한 슈퍼 우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삶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혼외정사로 이혼당하고, 자녀교육은 도외시했고, 결국 비참하게 살다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합니다. 이런 나혜석을 성숙한 인간이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비극으로 막을 내린 삶 속에서 그녀가 치열하게 그린 작품은 남았고 우리는 오늘날 그 역작을 향유합니다. 그녀가 온몸으로 겪은 고통스러운 삶이 투영된 작품은 슬프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근대를 상징하는 소중한 예술 유산이죠.
▷?근대 경성 예술가들을 관통하는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요?
저는 ’정신적 귀족주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선민의식을 지녔거나 지적 우월감을 가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초월적이고 완벽한 인물이라서가 아닌,모진 세파를 견디면서도 위엄과 품위를 지닌 예술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실리주의‘ 시대에 ’예술에 사활‘을 건, 그 도저한 낭만주의자들의 고귀한 정신이 주는 매력은 정말이지 대단해서, 저로 하여금 계속 이 시대를 탐구하게 만듭니다.
최효안 예술 칼럼니스트·디아젠다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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