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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6일 오전, 폭염 특보가 내려진 경기 고양 벽제 마골오거리 인근. 낮 최고기온이 38도, 체감온도는 35도 이상 오를 거란 예보에도 불구하고 유모차와 아기띠를 맨 부모들이 줄을 섰다. 한 달에 사흘만 문을 여는 사단법인 트루의 장난감 바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영미씨(41)는 수원에서 아침 8시에 출발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수천 개의 장난감이 이씨와 아이를 맞이했다. 입구 가까이에선 플라스틱 물총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7월 초 서울에서 열와이비로드 주식
린 '워터밤' 축제 이후 쏟아진 일회용 쓰레기 논란 속에서 나온 물총들이 정비를 마치고 이날 처음 등장했다.
트루는 이 물총 약 1500개를 기부받아 세 갈래로 처리했다. 500~700개는 지역아동센터, 탈북 청소년 보호시설, 교회 등에 재기부했고, 일부는 물질 재활용으로 넘겼다. 나머지 양품을 이번 바자회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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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민씨(32)는 속초에서 내려왔다. "축제 같은 데서 일회용품이 쉽게 버려지는 걸 보고 눈살이 찌푸려진 적이 있었다"며 "그 물총이 여기 있는 걸 보니 신기하다. 필요 없어서 사지는 않았지만, 잘 재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온 30대 최모씨는 "집에 쓰지 않는 장난감을 기부하고, 사돈댁 집들이 갈 때 줄 장난감을 사러 왔대한통운 주식
다"며 "아이에게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트루는 단순한 중고 장난감 할인 매장이 아니다. 박준성 트루 사무총장은 "우리는 장난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재사용 기반 사회적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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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사무총장이 26일 뉴스1에게 재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트루는 기부받은 장난감을 열분해, 즉 '소각로'로 보내지 않는 데 주력한다. 아동용품 안전검사부터 생산까지, 여러 공정을 거쳐서 나온 양질의 플라스틱이 가치가 하락하는 '다운(오션파라다이스 다운
Down)사이클링'이 아닌 고부가가치의 '업사이클링'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재사용이 어려운 장난감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장난감을 잘게 부순 '낱알'(플라스틱 프레이크)을 가공해 '널'(재생 판재)로 만든다. 널은 3㎜부터 30㎜까지 두께별로 생산되며, 교구나 가구, 조형물 등에 쓰인다. 물질 재활용을 통해 펠릿 형태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낱알'과 '널'은 최근 다양한 부자재로 활용됐다. 삼성전자는 베를린 가전박람회 전시부스에 자재로 널을 사용했고, 아모레퍼시픽은 공병으로 만든 널을 매장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GS건설이 건설 현장에서 쓰던 안전모는 입주민 기념품과 분배기 부품 등으로 새 가치를 얻었다.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사무총장이 26일 뉴스1에게 장난감에 사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든 플레이크 '낱알'을 보여주고 있다. 낱알은 색깔별로 분류한 플라스틱을 잘개 쪼갠 조각이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다만 박 사무총장은 "기부는 고맙지만, 기부 자체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부받는 게 낫냐, 애초에 안 쓰는 게 낫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안 쓰는 게 낫다"며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게 사회가 할 일"이라고 했다.
전체 장난감 중 재사용 가능한 비율은 2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환경부는 2026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장난감과 가전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트루는 재활용뿐 아니라 교육도 병행한다. 환경부 우수환경교육프로그램으로 지정된 '장난감학교 쓸모'를 통해 장난감 부속품을 활용한 수업도 진행한다. 기부와 재사용, 교육이 순환 고리처럼 연결되는 구조다.
부모들은 아이 손을 잡고 장난감을 천천히 살피고, 고르고, 다시 순환의 고리에 얹는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환경 운동이 되고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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