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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불발탄 제거 사업
ⓒ UNDP
베트남은 지난 10년간 평균 6~7%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동남아시아의 '경제 기적'으로 불린다. 세계은행(WB)은 2025년 베트남의 GDP 성장률을 5.8%로 전망했다. 그동안 베트남의 성장에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이 성장의 그늘에는 베코오롱아이넷 주식
트남전 이후 남겨진 불발탄이라는 비극적 유산이 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따르면, 베트남전 당시 미국은 약 760만 톤의 폭탄을 투하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사용된 폭탄의 2~3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 중 최대 80만 발 이상이 불발탄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베트남 정부는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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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남 종전 50주년이다. 하지만 국토 곳곳에 묻힌 불발탄은 여전히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며, 경제.농업·개발·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 코이카와 함께 불발탄 제거와 지역 회복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베트남에서 잠시 귀국한 권구순 UNDP 선임기술고문을 UNDP 서울정책센증권계좌개설은행
터가 있는 고려대학교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불발탄 문제의 실상과 국제사회의 대응, 그리고 '제거 이후 삶'을 위한 통합적 복원 모델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불발탄 제거 그 이후, 삶의 회복까지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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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UNDP 정책센터가 있는 고려대학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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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내 불발탄 상황은 어떤가요?
"베트남전 이후 지금까지 10만 명 이상이 지뢰·불발탄 사고로 희생됐습니다. 전체 국토의 17%가 오염돼 있고, 63개 성 모두가 영향권입니다. 이는 농업 생산, 기반시설 건설, 일상생활 모두에 장애물입니다. 지뢰는 단지 전쟁의 잔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재난입니다."
- 그중에서 특히 불발탄 피해가 심한 지역은 어디인가요?
"코이카와 UNDP가 '베트남 지뢰/불발탄 제거를 통한 중부지역 평화마을 조성사업(2022년-2026년)'을 하고있는 빈딘, 꽝응아이, 후에 등 중부지역입니다. 꽝응아이성은 성의 절반 이상이 불발탄에 오염돼 있고 빈딘성도 전체 면적의 약 38%, 후에성은 약 30% 이상이 오염된 상태입니다. 이 세 성의 면적은 약 1만6231㎢로 우리나라 강원도와 맞먹는 크기이며, 수도권보다도 훨씬 넓습니다."
- 베트남의 불발탄 제거 사업이 다른 나라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제거 이후를 함께 설계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나라에서는 지뢰나 불발탄을 제거하면 사업도 종료됩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릅니다. 제거 이후 그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민의 삶을 어떻게 회복시킬지까지 함께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제거된 지역에는 기후복원력 기반 농업, 복원력 있는 주택과 보건소가 함께 들어섭니다. 이는 단순한 '지뢰 제거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회복 생태계'를 구축하는 통합적 접근입니다."
- 불발탄 제거 이후에는 어떤 사업이 이어지나요?
"지뢰나 불발탄을 제거한 땅은 다시 '살아나는 땅'이어야 합니다. 특히 이런 지역은 기후위기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단순한 정화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실시간 농업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기후변화적응형 작물재배, 영농 규모화 교육, 유통·판매 역량 강화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에 소액대출 지원까지 연계해 자립 기반도 마련합니다. 핵심은 '땅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지금까지 UNDP와 KOICA는 약 2만5000헥타르지역에 대해 기술적 탐지를 실시했고, 이 중 1만2000헥타르에서는 실제로 불발탄을 제거했습니다. 이후 총 2만2000헥타르의 토지를 주민에게 개방했는데, 이는 축구장 3만2천여 개에 달하는 넓이입니다. 직접적인 인도적 지원도 병행했습니다. 의료·심리·재활 서비스를 6400명에게 제공했고, 장애인 9140명의 등록도 도왔습니다. 기후복원력 기반 주택 353채, 보건소 6개소를 지었으며, 스마트농업 교육도 1200명 이상에게 실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뢰 제거가 아니라, '제거 이후의 삶'까지 복원하는 통합형 개발모델입니다."
-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60대 여성 한 분이 있습니다. 지뢰 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었고, 본인도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은 분이었습니다. 생계조차 어려워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가고 있었죠. 저희가 그 마을의 오염지역을 제거한 뒤, 할머니의 집터에 기후위기에도 안전한 복원력 주택을 새로 지어드렸습니다.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연계해드렸고요. 얼마 뒤 다시 뵈었을 때, 할머니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느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땅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 ?베트남 불발탄 사업에 참여 중인 권구순 선임기술고문
ⓒ UNDP
지속가능성 핵심은 '주민 중심 대응 체계'
- 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 중단 사례에서도 보듯, 원조는 언제든 끊길 수 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겠지요.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정부와 주민이 스스로 불발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그중 하나가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지뢰대응활동법' 제정을 돕는 일입니다. 이 법은 지난해 한국에서 제정된 '지뢰제거 등에 관한 법률'을 참고하고 있으며 저희는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자문에 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지뢰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 3D 프린터 기술을 사업에 도입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습니까?
"불발탄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피해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시에 맞춤형 보조기기를 제공하긴 쉽지 않습니다. 제작비는 비싸고, 현지엔 전문가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국의 사회적 기업과 함께 3D 프린터를 활용한 보조기기 제작 및 활용가능성을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피해자의 신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량 보철기를 현지에서 직접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엔 현지 장애인과 청년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철기를 받는 것을 넘어, 기술을 익히고 소득을 얻는 구조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 AI도 활용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UNDP는 올해 4월, 한국의 클라우드·AI 전문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지뢰 대응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핵심은 주민이 스마트폰 하나로 폭발물 위험을 인식하고,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의심 물체를 촬영하면, AI가 자동으로 종류와 위험도를 판별합니다.
이 정보는 현지 당국과 유관기관에 실시간 전송되고, 위치·사진·시간·유형이 기록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됩니다. 기존의 수작업 중심 데이터 수집·보고·분석 체계를 자동화하고,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전 당시 사용된 폭탄 정보를 학습한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장 인식률이 높습니다. 단순한 디지털 혁신을 넘어, 현지 주민이 직접 훈련받아 활용할 수 있는 '현장 친화형 생명 안전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뢰·불발탄 문제는 단순한 물리적 위협이 아닙니다. 한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데 치명적인 장애물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안보나 전후 복구 차원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회복의 기반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단순히 폭발물을 제거하는 데 그쳐선 안 됩니다. 기후복원력, 농업, 교육, 피해자 지원까지 연결된 종합적 회복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군 출신 가운데 폭발물 전문지식을 갖춘 분들이 많고, 국제감각과 어학 능력을 갖춘 인재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더 많이 국제 지뢰·불발탄 대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 권구순 UNDP 선임기술고문은 국방대학교 PKO센터 연구교수와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외교부 무상원조 관계기관 협의회 전문가단, 국무조정실 개발협력 평가전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코이카 평화·인도적 지원 자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원 및 한국평화활동학회 연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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