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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정부는 다른 나라 일에 일절 간섭 않겠다는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적어도 야생동물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인 듯합니다. 어류아생동물보호국이 얼마 전에는 아시아·아프리카를 터전으로 삼는 천산갑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이 원산지인 푸른나무왕도마뱀을 멸종 위기종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어요. 푸른 바탕에 기하학적 줄무늬의 비늘을 두른, 아름다운 도마뱀입니다. 이번 조치는 도마뱀계의 타이탄족이라고 할 수 있는 왕도마뱀류가 다시 조명받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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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사냥에 성공한 구름왕도마뱀./Singapore Animal & Veterinary Service
장지뱀·카멜레온·아가마·테구·무족도마뱀·이구아나·도마뱀붙이… 확인된 것만 4600여 종이 넘어가는 전 세계 도마뱀들이 속해 있는 분파입니다. 이들을 죄다 합쳐도 이 막강한 분파 앞에대한해운 주식
선 명함도 못 내밀고 걸음아 날 살려라 내빼고 말 거예요. 이름부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왕도마뱀입니다. 어마어마한 덩치, 섬뜩한 외모, 더러운 성질머리, 포악한 식습관... 사람들이 파충류에게서 기대하는 공포와 환상이 집약된 생명체들의 집단이 바로 왕도마뱀입니다.
미국 정부앞으로주식전망
가 멸종위기종 지정을 예고한 인도네시아 원산의 푸른나무왕도마뱀./Hectonichus.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그 옛날 지구를 호령하던 공룡의 카리스마, 하늘을 나는 전설의 괴수 용의 아우라가 농축된 짐승이에요. 그래서 영미권에서 이들은 도마뱀(lizard)이되 결코 도제미니투자 주식
마뱀(lizard)로 불리지 않습니다. 잡힐라치면 꿈틀대는 꼬리를 쳐내고 냅다 줄행랑치는 가련한 미물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서일지 모르겠어요.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는 왕도마뱀계의 최강자 코모도왕도마뱀은 용(Komodo dragon)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부여받았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명성에 가려졌을 뿐, 그에 못지않모두스탁
은 덩치와 맹수 기질을 자랑하는 나머지 왕도마뱀들은 모니터(monitor)로 통칭됩니다.
도마뱀의 제왕으로 '용'이라고 불리는 코모도왕도마뱀./Nashville Zoo
비늘 두른 네 발 짐승이 어쩌다 ‘감시자’로 불리게 됐을까요? 여러 설이 분분한데, 가장 타당한 해석이 있습니다. 여느 도마뱀들과 달리 기다란 목을 가지고 있어서 곧잘 머리를 땅에서 높이 쳐들고 주변을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되곤 합니다. 영락없이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감시자의 모습이죠. 아프리카·아시아·오세아니아에 걸쳐 살고 있는 60여 종의 ‘감시자들’의 게슴츠레한 눈동자와 쉿쉿 낼름거리는 혓바닥은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잘나가는 코모도 녀석에만 열광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관심 좀 가져달라고! 쪼오오옴~~~!!!”
왕도마뱀류의 하나로 동물원의 인기 전시종이기도 한 레이스왕도마뱀./Wellington Zoo
이 녀석들에 대해 좀 파고들어볼까요? 도마뱀계의 타이탄이라는 표현이 절대 과하지 않을 정도로 이 족속에는 거대 도마뱀들이 포진돼 있습니다. 다 자란 몸길이가 3m를 훌쩍 넘는 코모도왕도마뱀에 약간 못 미칠 뿐 아프리카의 나일왕도마뱀,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왕도마뱀, 호주의 페렌티에 등은 성체의 몸길이가 2.5m에 육박해 결코 코모도왕도마뱀에 꿀리지 않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뱀처럼 멧돼지·사슴·염소 등을 단숨에 꿀꺽 삼키지는 못해도 어지간한 크기의 뱀·도마뱀·쥐·새·거북·개구리 등을 거뜬히 먹어 치웁니다. 그런데 모든 ‘감시자’들이 육식으로 연명하는 덩치 큰 괴수들은 아니에요.
왕도마뱀중에서 둘째로 크다고 알려진 물왕도마뱀./Detroit Zoo
호주에 사는 댐피어 반도 왕도마뱀은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의 전신이 다 자라도 23㎝에 불과해 왕도마뱀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의 몸집입니다. 자칫하면 ‘신하 도마뱀’들에게 꿀꺽 삼켜지고 말 팔자예요. 대부분의 왕도마뱀은 직접 사냥을 하거나 간간이 썩은 사체를 먹는 육식동물이지만, 개중에는 과일을 주로 먹는 ‘변종’들도 있어요. 필리핀에 터잡고 사는 그레이왕도마뱀과 북시에라마드레숲왕도마뱀이 고기가 아닌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비건 듀오’입니다. 이 초식 왕도마뱀들은 알껍질을 뚫고 부화했을 때는 여느 왕도마뱀 새끼처럼 곤충을 먹고 살아가지만, 성체가 되는 순간부터 식성을 바꾼다고 해요.
나무타기에 능숙한 왕도마뱀인 검정나무왕도마뱀./Roshan Patel. Smithsonian National Zoo
육식 짐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주변 환경에 맞춰 입맛을 초식으로 바꾸는 경우는 모든 짐승계에서 드물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젖먹이 짐승 중에는 사나운 곰의 무리임에도 대나무에 연명하며 99.9% 초식동물로 전환한 판다가 있고요. 새 중에서도 맹금류의 일원임에도 사냥보다 야자 열매를 파먹는데 주력하며 배를 채우는 기묘한 독수리 야자수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부분에 해당될 뿐, 대부분의 왕도마뱀들은 가만히 있을 때는 머리를 쳐들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사냥을 할 때는 사지를 꾸불텅대고 혓바닥을 쉿쉿 낼름거리며 먹잇감의 피와 살 냄새를 쫓습니다.
왕도마뱀의 한 종류인 악어왕도마뱀./Oregon Zoo
이때 왕도마뱀의 모습은 도마뱀이 아니라 영락없는 뱀의 모습입니다. 왕도마뱀의 혀는 여느 도마뱀들과 달리 양끝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뱀의 혀와 생김새가 일치하죠. 혀에 있는 감각기관으로 먹잇감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까지도 완벽한 뱀의 습성입니다. 대다수의 왕도마뱀들이 독샘을 품고 있고, 이는 덩치가 작은 먹잇감에게 치명상을 입혀 사냥을 수월하게 한다는 점까지도 왕도마뱀을 ‘뱀스럽게’ 보이게 합니다. 이렇게 왕도마뱀 안에 내재된 뱀의 모습은 이 족속이 도마뱀 중에서 가장 진화된 위치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통상 파충류는 도마뱀에서 뱀으로 진화해 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왕도마뱀류 중에 드물게 초식을 하는 그레이 왕도마뱀./Los Angeles and Botanical Gardens
그래서 그 경계 사이에는 뱀 같은 도마뱀과 도마뱀 같은 뱀이 중첩돼 있어요. 전자의 경우 왕도마뱀, 그리고 네 발이 완전히 퇴화해 온몸으로 기어다니는 무족도마뱀이 있고요. 후자에는 뒷발의 흔적이 발톱으로 남아있는 보아뱀이 있죠. 왕도마뱀들이 여느 도마뱀들과 차원이 다른 무리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표는 꼬리입니다. 이들에게 꼬리는 적에게 붙들렸을 때 끊고 달아나도 언젠가 쑥 자라는 그런 잉여로운 기관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왕도마뱀 무리가 몸통 길이의 절반이 넘는 길고 튼튼한 꼬리를 가지고 있어요. 이 꼬리는 사는 곳에 따라 천차만별로 기능합니다.
오세아니아에 사는 대형 왕도마뱀인 페렌티에./Los Angeles Zoo and Botanical Gardens
가령 동남아시아가 원산인 물왕도마뱀은 물에서 헤엄칠 때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방향타로 활용합니다. 호주에 사는 머턴물왕도마뱀은 그 단단한 꼬리를 물속에서 잽싸게 움직이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낚시 도구로 활용합니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보호종으로 지정을 예고한 푸른나무왕도마뱀은 나무를 오르내릴 때 마치 원숭이처럼 꼬리로 나뭇가지를 틀어쥐면서 안전한 등산 도구로 활용합니다. 자칫 꼬리가 훼손되더라도 여느 도마뱀처럼 제대로 재생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대형 왕도마뱀류인 나일왕도마뱀./Capron Park Zoo
이렇게 왕도마뱀들은 거대한 도마뱀계에서 또 하나의 자신들만의 소제국을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얼굴마담은 이 시리즈에서도 숱하게 소개한 괴수 코모도왕도마뱀일 테고요. 이들의 서식지 북쪽 한계선은 중앙아시아까지입니다. 그러나 기후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언젠가 한반도의 강변과 풀숲에서도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천 생태계의 포식자 노릇을 하고 있는 수달·삵·왜가리의 삼분지계 구도에도 변화가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아메바부터 침팬지까지, 사람 빼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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