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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시마=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국의 지방은 늙고 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할 아이보다 요양병원에 갈 노인이 더 많은 시대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3%,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이 '소멸 위험' 경고를 받았다. 젊은이가 떠난 지방엔 일자리도 병원도 학교도 사라진다.
그런데 일본의 한 마을은 달랐다.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 산속, 인구 1300명 남짓한 '가미카쓰초'(上勝町) 얘기다. 고령화율이 50%를 넘긴 이곳에서 할머니들은 나뭇잎 하나로 억대 수익을 올리고 쓰레기 43가지를 나눠 버리며 마을을 지킨다. 모두가 떠날 현대제철주가
거라 믿었던 곳, 가미카쓰에서 지방 소멸의 해답을 찾았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인구 1300명, 일본에서 가장 작지만 강한 마을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는 일본 시코쿠 내륙의 깊은 산속에 위LIG손해보험 주식
치한 작은 마을이다.
2024년 기준 인구는 약 1300명, 고령화율은 53%를 넘는다. 일본 전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인구 감소 속도도 가파르다.
불과 10여 년 전 1800명이던 마을은 매년 50명씩 줄어드는 중이다.
전체 면적의 88%가 산지여서 평지는 귀하고, 농업 외에는 뚜렷한주식
산업도 없다. 젊은 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은 건 노인들뿐이었다.
그러나, 이 마을은 '이대로 사라질 수 없다'며 주민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의 씨앗이 바로 '잎사귀 프로젝트'(葉っぱビジネス·핫파 비즈니스)다.
태블릿으로 잎야마토 동영상
사귀 주문을 받는 가마카쓰의 할머니 사업자(IRODORIco,ltd 제공)
잎사귀 한 장에 150엔, 할머니들의 억대 수익
산속 작은 마을에서 나뭇잎이 돈을 벌어다 준다.
1986년, 가미카쓰초 농협 직원 요코이시 토모지 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잎사귀 프로젝트'온라인야마토게임
(葉っぱビジネス·핫파 비지네스)는 고령자와 여성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소득원을 만들겠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요코이시 씨는 고급 일식 요리에 쓰이는 장식용 잎(츠마모노)에 주목했고 마을 어르신들의 손이 그 가치를 살려냈다.
지금은 75세 안팎의 농가 140여 곳이 각자 산과 밭에서 잎을 따고 크기·색깔·모양을 기준으로 정성껏 포장해 매일 아침 출하한다.
한 장에 100~150엔, 한 팩은 수백수천 엔까지 팔리며 이 작은 마을은 일본 전국 장식잎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매출은 약 2억 7000만 엔(약 23억 원), 억대 수익을 내는 할머니들도 여럿이다.
일본 전국으로 납품되는 가마카쓰 잎사귀(IRODORIco,ltd 제공)
일본 요리에 사용되는 잎사귀ⓒ News1 윤슬빈 기자
성공 비결은 단순함과 시스템화다. 잎을 채취하는 일은 무겁거나, 위험한 기계가 필요 없다. 아침 8시, 전국 시장에서 들어온 주문이 디지털로 공유되면 농가들은 태블릿을 두드리며 "오늘은 내가 판다"며 경쟁적으로 클릭한다.
현지에서 지속가능한 지역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노노야마 사토시 팡게아 CEO는 "이건 농업과 IT를 접목한 틈새 산업"이라며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미카쓰의 제로웨이스트 센터ⓒ News1 윤슬빈 기자
쓰레기 없는 마을을 위한 실험…제로웨이스트 센터
가미카쓰엔 상징적인 건물이 있다. 독특한 빨간 삼각 지붕으로 이뤄진 '제로웨이스트센터'다.
주민들은 이곳에 직접 쓰레기를 가져와 무려 43가지로 분리한다. 우유팩, 은박지 내포 종이, 잡지, 단단한 종이 등 종이류만 5종. 플라스틱도 '재활용 마크'가 붙은 용기 포장과 일반 쓰레기로 나뉜다.
각 분리수거함 옆에는 이 쓰레기를 재활용하면 얼마의 수익이 발생하고 버리면 얼마의 처분 비용이 드는지 적혀 있다.
페트병과 캔은 수거업체가 ㎏당 일정 가격에 매입해 마을 수익이 되지만, 혼합 플라스틱이나 은박 포장지 등은 마을이 직접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각 쓰레기 바구니마다 처리하는데에 얼마 만큼 비용이 들거나 혹은 돈을 버는지, 해당 쓰레기는 어느 지역으로 가는 지 적혀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왜 이 마을은 다소 불편하게 쓰레기를 분리하는 걸까.
후루미치 야스토모 제로웨이스트센터 직원은 "과거 가미카쓰는 쓰레기 처리는 태우는 소각로에 의존했다"며 "하지만, 소형 소각장이 포화되면서 다이옥신이 검출되고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2003년, 가미카쓰는 결국 소각장을 폐쇄하고 '제로웨이스트' 선언하게 됐다. 마을은 이제 80%가 넘는 재활용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평균의 4배에 달한다.
주민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도 있다. 정해진 품목을 정확히 분리하면 포인트가 주어지고 이를 통해 생활용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분리수거가 어려운 어르신을 돕기 위해 항상 직원이 상주해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무인 재사용품 공간. 필요한 용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센터 한쪽에는 '고미가타케'라는 무인 재사용품 공간도 있다.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을 자유롭게 가져오고 필요한 사람은 무료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아이들 옷, 식기, 장난감, 책까지 버려지는 대신 다시 손에 쥐어진다.
호텔 WHYⓒ News1 윤슬빈 기자
객실은 단 4실밖에 없다.ⓒ News1 윤슬빈 기자
“이게 다 내가 만든 쓰레기?…호텔 WHY
가미카쓰에는 단 하나뿐인 호텔이 있다. 이름도 인상적인 호텔 WHY(와이).
'왜 쓰레기를 버리는가', '왜 소비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숙박 전부터 끝까지 던지는 일본 유일의 제로웨이스트 호텔이다.
체크인과 동시에 여행자의 습관은 흔들린다. 마실 만큼의 찻잎만, 커피도 하루치 원두만 손님에게 건네진다. 비누는 통째가 아닌, 손님이 직접 원하는 만큼 잘라 써야 한다. 방 안에는 일회용품이 없다. 쓰레기통 대신 분리함이 있다.
체크인 할때 사용할 비누를 잘라서 가져가야 한다.ⓒ News1 윤슬빈 기자
객실 안에 마련한 분리수거 바구니ⓒ News1 윤슬빈 기자
건물은 복층 구조로 객실은 단 4개. 아담하지만 나무와 유리로 만든 깔끔한 공간엔 테라스가 딸려 있어 마을 풍경이 탁 트인다. 자연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듯한 고요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룻밤 머문 뒤, 남은 쓰레기를 직접 분리수거 하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도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가 이 정도였다니. 음식물 쓰레기는 야외 퇴비장에 묻고, 닭뼈 같은 타지 않는 폐기물은 소각함에 넣는다.
2층 구조로 전망 좋은 객실. ⓒ News1 윤슬빈 기자
체크아웃 전 음식물 쓰레기는 야외 퇴비장에서 처리한다.ⓒ News1 윤슬빈 기자
가미카쓰처럼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마을은 일본 전역에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공식 웹사이트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규슈·주고쿠, 도카이·호쿠리쿠 신에쓰 지역 등에서 체험할 수 있는 녹색 여행지, 생태관광, 사토야마(里山)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일본 관광청은 2021년부터 '지속가능한 관광 콘텐츠 고도화' 모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네스코 에코파크 지정 지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여행 실천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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