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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란 무엇인가? 직역하면 '책대화'라고 할 수 있고, 의역하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행사 정도 되겠다. 북토크가 이뤄지는 장소는 서점이나 카페 등이다. 즉 '안전한' 실내에서 진행된다. 책을 쓴 작가와 참여자 모두 얌전히 의자에 앉아 정해진 책과 관련된 말을 주고 받는 형식이다. 산에서 북토크가 진행된 경우가 있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산에서 시를 낭독하는 등 여럿 있다. 나도 가끔 산에서 월간<산> 이야기를 한다.
"이번 기사 어땠어?"
이런 식으로 친구한테 묻고, 친구는 대체로 이렇게 대답한다.
"응주식계좌
? 그거 나왔어? 아직 못 봤는데?"
4월 마지막 주 수락산 귀임봉(285m)에서 <밥보다 등산>을 쓴 손민규 작가와 <등산 시렁>을 쓴 '윤성중(나)' 작가가 참여한 북토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손민규 작가가 기획했다. 그는 국내 최대 '문화 콘텐츠 플랫폼' 예스24에서 인문 PD로 일하는데, 이 행사를 두고 예스24 최초 산에서 진행하KCI 주식
는 북토크라고 했다.
예스24에서 작년 봄 독서 커뮤니티, 즉 책과 관련된 SNS 앱을 개발해 출시했다. 앱 이름이 '사락sarak'이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여러 콘텐츠 중 하나가 독서모임이다. 이 독서모임 중 하나가 이번에 산에서 진행된 것이다. 출판사(안온북스)에서 이 계획을 나에게 알렸고, 나는 싫다고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기 남화토건 주식
때문에 단번에 "좋다!"고 했다. 우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었다. 과연 사람이 많이 올까? 싶었다. 하지만 이벤트 공고가 나자 이틀 만에 15개 표가 동났다.
행사날이 됐다. 전날 소나기가 내렸는데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4호선 불암산역(이전 이름 당고개역) 3번 출구 앞에서 등산복을 입은 어떤 남자가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현진소재 주식
그는 근처 벤치로 가서 배낭을 내린 다음 안에서 주섬주섬 이름표를 꺼냈다. 그가 손민규 작가라는 걸 깨닫고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윤성중입니다."
손민규 작가도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손민규입니다."
그는 당황하면서 이름표를 내게 내밀었다.
황금성2
"여기 이름 쓰고 가슴에 달아 주세요. 우리 회사가 큰 회사가 아니어서 모든 걸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요."
나는 이름표에 내 이름을 쓰고 가슴에 달았다.
북토크 신청자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낯선 사람들이 다가올 때마다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참석자들도 어색해했다. 모두 차렷자세로 둥글게 섰다. 이윽고 약속시간이 됐다. 손민규 작가가 말했다.
"참가자분들 개인 연락처를 제가 알 수 없어요. 개인정보라 회사에서 알려 주지 않아요. 그래서 출발시간이 되면 그냥 가야 합니다. 하지만 다 온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5분만 더 기다렸다가 가죠."
우리는 쭈뼛쭈뼛 서서 5분 더 기다렸다. 5분이 지났다. 마침내 모든 참가자가 도착했다! 손민규 작가와 나는 각자 소개를 하고 역 입구에서 빠져나와 산으로 향했다. 모두 귀임봉으로 가는 길을 모르니 내가 앞장서야 했다. 참가자와 출판사 직원 등을 합쳐 스무 명이 내 뒤를 줄줄이 따라왔다.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이 든 김에 나는 '당고개 공원'에서 행렬을 멈춰세우고 수락산 귀임봉貴壬峰 유래에 관해 설명했다.
"귀임봉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관해 여러 설명이 있는데요, 복귀할 귀, 임무할 때 임자를 써서 귀임봉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옛날 공무원들이 의정부나 그 위쪽에 파견을 갔다가 서울로 복귀할 때 이 봉우리를 보고서 '아, 이제야 서울로 왔구나!' 했대요. 그래서 귀임봉이라고 했다는데…" (나는 이 정보를 챗GPT에게서 얻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믿을 수 없는 정보였다. 귀임봉의 제대로 된 한자표기를 찾아보기 위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1910년대 종이 지도까지 찾아서 뒤졌지만 봉우리 이름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이름 유래에 관련된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 명성황후가 1882년 임오군란을 피해 여주로 가던 길에 귀임봉을 지나 근처 암자인 용굴암으로 피신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 있다. 이후 '귀한 사람을 짊어진 봉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충 얼버무린 다음 또 사람들을 끌고 산길로 올라갔다. 그냥 올라가는 건 좀 뭣해서 나는 옆에 있는 사람부터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등산 시렁> 책을 보고 왔으니 등산을 제법 싫어하는 사람일 텐데, 그렇다면 정신없이 말을 걸어 오르막을 쓰윽 오를 수 있게 해야 했다.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켜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참가자의 이름은 송이(가명)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어요. 다른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들이 <등산 시렁>을 소개해 줬어요. 인스타그램에서 행사 소식을 듣고 '이거다!' 해서 오게 됐어요. 산에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가요. 새해 첫날 한 번 갔으니 이번 올해 두 번째예요. 책에 천천히 산행하는 것에 관해 쓰셨잖아요. 그래서 오늘 산행이 쉬울 거라고 예상하고 왔어요."
등산을 싫어하는 이현경씨는 여기까지 1시간 걸려 왔다. 새벽에 일어나기가 힘들어 갈까말까 엄청나게 고민한 끝에 결국 전철을 탔다. 이은지씨는 내가 이전부터 SNS로만 알던 사람으로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을 즐겼다. 못 보던 사이에 출산을 했다. 그래서 운동을 못 하고 있는데, 곧 러닝 트랙이든 산이든 복귀할 거라고 했다. 이설희, 김지유씨는 각각 아웃도어 업체에서 일한다. 이들은 취미와 일이 같아 꽤 즐거워 보였다. 똑같이 내게 '덕업일치'에 관해 물었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덕업일치의 세계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이렇게 계속 말을 하고 있잖아요?"
이수진씨는 산에 다닌 지 올해로 4년차로 이날 북토크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립밤 목걸이'(이날 프로그램 중 하나가 내가 항상 차고 다니는 립밤 목걸이 만들기였다)를 얻고 싶어서였다.
"저 립밤 목걸이 진짜 하나 갖고 싶어요."
"이번에 립밤 목걸이가 생기면 365일 하고 다닐 건가요?"
"아, 매일은 좀 그렇고요, 산에 갈 때마다 하겠습니다!"
송윤아씨는 <등산 시렁>을 읽고 궁금해서 참가했다. 그녀는 평소에 산에 자주 간다. 나는 그녀에게 "자발적으로 산에 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녀는 평일에도 산에 가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로 바꿔보자고 했더니 "좋다!"면서 반겼다.
임현정씨는 100% 재택근무자로 너무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등산을 한 경우다. 광합성을 해야 했는데 제격인 장소가 산이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자 눈앞에 귀임봉 오르막이 나타났다. 나는 정신이 없는 상태로 길을 안내했다. 모두 바위틈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 정상에 섰다. 정상에 올라온 참가자에게 내가 말했다.
"저기 맨 오른쪽 봉우리가 도솔봉이고요, 맨 왼쪽에 높이 솟은 게 수락산 정상이에요."
그제야 나는 숨을 돌렸다. 사람들은 봉우리 곳곳에서 쉬다가 <등산 시렁> 책을 들고 나에게 다가와 싸인을 요청했다. 나는 책을 들고 오는 모든 사람에게 그림을 그려줬다. 엉망진창이었는데 사람들은 웃었다.
봉우리 뒤편으로 넘어가 립밤 목걸이 만들기 시간을 가졌다. 출판사에서 준비한 립밤과 내가 챙겨온 목걸이 줄, 수도꼭지 고무 링을 참가자에게 나눠줬다. 나는 바위 끝에 서서 사람들에게 매듭법을 알려줬다. 목걸이 만들기 시간이 끝나고, 돌아가며 책에 쓰인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읽었다. 나는 서서 그들이 낭독하는 문장을 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책이 재미있었다거나 문장이 좋았다거나 이 북토크는 무해한 모임이라는 식의 칭찬폭격을 퍼부었다.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여러 번 푹 숙였다. 북토크는 작가에게 칭찬을 하는 행사인가? 평생 들을 칭찬을 여기서 다 듣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는데 그들에게 더 이상 줄 게 없어 굉장히 아쉬웠다. 손민규 작가가 뒤에서 말했다.
"이제 행사는 끝이에요. 산을 더 타고 싶다면 타셔도 되고요, 집에 가고 싶으면 가셔도 됩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임은 산 꼭대기에서 끝났다. 아쉽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햇빛 내리쬐는 소리가 '쨍'하고 들렸다(등산시렁 '탐조산행' 편 中에서).'
Mini interview
"참가자들 멋있었다!"
<밥보다 등산> 쓴 손민규 작가
산에서 하는 북토크 행사는 손민규 작가가 기획했다. 그는 예스24 인문 분야 담당으로 일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행사는 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굳이 나서서 벌였다. 그는 왜 산에서 북토크하기를 결심했을까? 몇 가지 물었다.
이번 산에서 북토크 어땠나요? 계획대로 됐나요?
이번 북토크는 유료행사였어요. 돈을 내고 책을 구매해야 했죠. 게다가 주말에 진행되는 거라 참가자가 얼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표가 금방 매진됐어요. 또 참가자들이 많이 적극적이어서 놀랐어요. 산에서 내려왔는데, 참가자들끼리 모여서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있더라고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 광경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북토크는 작가님이 쓰신 <밥보다 등산>보다 <등산 시렁>을 더 중심에 놓은 분위기예요. 왜 그러셨죠?
서점에서 하는 마케팅은 신간 위주로 진행되거든요. 이 업계에선 책이 나온 지 한두 달 넘으면 '구간'으로 봐요. <등산 시렁>은 작년 겨울에 나왔잖아요. <밥보다 등산>은 그것보다 더 전에 출간됐고요. 둘 다 구간이긴 한데, 아무래도 <등산 시렁>이 최근이니까. 산에서 북토크를 해보고 싶었어요. 겨울에는 산에 가기 힘들잖아요. 봄에 하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보다 등산>을 쓰신 것을 보니 등산을 꽤 좋아하시는 군요?
네, 책하고 등산하는 거 좋아해요. 제 기준으로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더라고요. 첫째 운동이고, 둘째 독서요. 두 가지 공통점이 뇌의 전 분야를 움직이게 한대요. 제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심심하지 않다는 거예요. 움직이면서 보이는 게 많으니까요. 러닝은 진짜 싫어해요. 특히 헬스장에서 뛰는 건 너무 지겨워요.
다음 산행 계획이 있을까요?
제가 요즘 바빠서 산에 많이 못 가요. 작년에도 많이 못 갔어요. 6월 6일에 설악산에 가려고요. 아내한테도 허락 받았어요. 그때 설악산 오실 계획 없으세요? 있으면 그때 또 봬요!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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