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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보이스피싱, 전화. 사진=gettyimagesbank
“윤수현씨 맞으시죠. 우체국인데요, 내일 2시 서부지법에서 보내는 등기 받을 수 있어요?”
지난 17일 오후, 자신을 우체국 집배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에게 전화가 왔다. 말투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고,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나 해외전화가 아닌 '010'으로 시작되는인터넷증권거래
국내 전화번호였다. 등기 발송자 전화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부 영장 담당부서 번호와 동일했다. '기사 때문에 소송에 걸렸나' 보이스피싱에 대한 의심보단 당혹스러움이 앞섰다.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며 회사 주소를 알려주자 '집배원'은 전화를 끊었다.
등기는 오지 않았다. 최근 유행하는 '우체국 등기' 보이스피싱이기 때문이다. 우체국과 주식유망업종
법원에 확인 전화를 하고 나서야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화로 회사 주소를 알려주지 않고 '어떻게 등기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면 피싱범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며 문자메시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링크를 보내줬을 것이다. 링크를 클릭하면 해킹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고,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가 탈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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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는 갈수록 진화한다. 피싱범은 전화 받는 이의 이름과 생년월일도 알고 있으며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사용한다. 검찰·마사지 업소 사장·납치범 등을 사칭해 강압적 태도로 피해자를 윽박질러 사기를 저지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일을 소재로 삼는다. 등기·신용카드 배송 집배럭키세븐
원 사칭이 대표적이다. 등기를 주고받는 것에 익숙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중요한 서류를 기다리는 사람들,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한 사람들은 속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청년 구직자를 상대로 '화상면접을 봐야 한다'며 피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하는 사기가 늘고 있으며,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당시 SK텔레콤 직원을 사칭물관련주
해 피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보이스피싱 대국민 행동요령. 사진=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콜센터 상담원은 미디어오늘에 “집배원이 미리 전화를 준다면 그건 보이스피싱”이라며 “우편물에 핸드폰 번호가 기재되어 있더라도 바로 전화하는 게 아니라 우체국 공식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다. 서부지법 종합민원실 상담원도 미디어오늘에 “법원에서 등기를 보낼 때 당사자 핸드폰 번호를 기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내고 “집배원을 사칭해 주소와 개인정보 등을 확인하는 사기 유형이 또다시 활개 치고 있다”며 “등기우편물 배달 예고 문자가 왔는지 확인하고 우편물에 기재된 주소와 등기번호가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매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8545억 원으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4100만 원에 달한다. 피해자 나이도 다양하다. 피해자 중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65.4%에 달하지만 30대 이하 청년층도 21.7%로 적지 않다.
결국 스스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협박하는 경우 이에 응하면 안 된다. 신뢰할 수 없는 링크를 클릭해서도, 정체 불명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도 안 된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보이스피싱지킴이' 홈페이지에서 주요 보이스피싱 유형과 피해예방책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이스피싱 방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통신3사는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에이닷(SK텔레콤)·후후(KT)·익시오(LG유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팸 신고가 접수된 번호로 전화가 오면 사전에 경고를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다만 애플리케이션이 노출하는 광고를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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