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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하느라 애 좀 썼겠다!”
지난해 12월 5일, 그러니까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날, 방송인 ‘뽀빠이’ 이상용은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에서 인사하는 제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뽀빠이와 일면식도 없었는데 저를 보자마자 ‘야!’라고 소리쳤던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뽀빠이는 ‘모이자 노래하자’ 같은 여러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군대 가서는 ‘우정의 무대’의 진행자였습니다. 대략 그런 세대라는 걸 뽀빠이는 금세 알아차려 보자마자 반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친근무료충전릴게임
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날 그 박물관에선 ‘나의 보물, 우리의 현대사’ 특별전의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조선일보 문화면에 2023년 4월부터 1년 반 동안 65회 연재됐던 기획기사 ‘나의 현대사 보물’을 바탕으로 한 전시였습니다. 명사 60명의 실물 소장품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짚어보는 특별전으로, 뽀빠이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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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여러 명사들이 불안한 정국 때문에 광화문에 나오지 못하겠다며 개막식 참석을 취소하는 가운데서도 뽀빠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개막식에 나타났습니다. 그러고선 자신이 전시에 대여한 전시물을 보고선 “아휴~ 징그럽다!”고 소리쳤습니다. 그것은 ‘우정의 무대’를 진행할 때 입던 군복이었습니다. “어휴, 저걸 10년 가까이 줄창 입고 다녔황금성게임설명
으니…”
그런데 저를 안타깝게 했던 것은 뽀빠이의 외모였습니다. 그는 키는 작았지만 다부진 체구로 유명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부곡 하와이’에 어린 시절 가족끼리 갈 때마다 그는 풀장 한가운데 설치된 무대에서 쇼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군대에선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을 위해 제가 있던 12사단을 찾아왔는데, 당시 인기 가수였던 김혜림, 박알라딘온라인릴게임
진영, 육각수와 함께였습니다. 무대 위 뽀빠이는 정말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무대에서 홀로 능수능란하게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팔방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박물관에서 뽀빠이는 대단히 왜소해 보였습니다. 마른 체구에 검게 변한 얼굴은 ‘아, 이 사람이 뽀빠이가 맞나’ 싶을 정도여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뽀빠이도 세월은 비껴가지 못하는 것인스마트폰주식정보
가. 그는 여전히 전국을 돌며 ‘폭소 강연’을 한다며 제게 명함을 건넸습니다.
뽀빠이는 1990년대부터 ‘폭소열차’라는 카세트테이프를 내놓아 여러 사람들을 웃겼는데, 이것은 ‘성인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그 전에 나온 ‘어린이용’ 유머집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뽀빠이가 출간한 유일한 유머 서적이었습니다. 1980년 12월 23일 출간된 ‘뽀빠이 아저씨 시금치 대작전’(문화서적)입니다. 만화가 박수동씨가 삽화를 그린 이 책은 정말 저를 비롯한 여러 어린이들을 배꼽 잡게 했던 책입니다.
‘뽀빠이 아저씨 시금치 대작전’은 오래 전에 절판된데다, 지금은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책입니다. 국회도서관이나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도서관에도 없고, 오직 국립중앙도서관에 단 1부가 있을 뿐인데 이곳은 관외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이 책이 지금까지 집에 남아있을 리는 없고, 새로 어렵게 한 권 구했습니다. 책 표지의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책 상태가 원래 그렇습니다.
1980년 출간된 '뽀빠이' 이상용의 유머 서적 '뽀빠이 아저씨 시금치 대작전'. /유석재 기자
책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뭐, 과연 당시로서는 배꼽을 잡을 만했던 것도 같습니다.
유머 속에 거지와 도둑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시대상을 반영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상당히 공을 들여 유머에 대해서 연구하고 또 연구했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링컨과 처칠, 무학대사 같은 옛 사람들의 유머가 간간이 등장하기도 하고, 자신이 골몰해서 만들었을 듯한 매우 긴 버전의 유머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생이 된 뒤 이 유머를 떠올리며 ‘그래도 마오는 위대한 인물인데 이건 너무 비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네, 앞의 문장은 과거형입니다.
제5공화국 출범 직전인 그 서슬퍼런 시대에 이런 유머도 가능했었다니 놀라운 부분입니다.
이렇듯 이지적인 유머가 가끔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뽀빠이 유머의 본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나는 유머는 바로 이것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몰라 답답해한다!’ 당시에는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인가 싶었습니다만, 지금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K팝과 K드라마를 보다가 한국어를 모르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례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시대를 앞서간 유머라고 해야 할까요?
‘뽀빠이’ 이상용은 지난 9일 81세 나이로 갑작스레 별세했습니다. 뽀빠이의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외마디 탄식이 나왔습니다. 그가 가다니, 그마저 가다니! 또 이렇게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일까요. 그러나 새로운 시대는 결코 밝지만을 않을 것 같아 또다시 우국충정 따위의 개도국형 정서에 젖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뽀빠이가 남긴 옛 유머에 잠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죠.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주 금요일 새벽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설명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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