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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 국화. 사진=gettyimagesbank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들었다. 고인의 영정사진은 텅 비어 있었다. 두 손으로 정중하게 제대 위에 두었다. 이제 이승을 떠날 시간. 고된 생은 잊고 좋았던 기억만 품고 가라고, 끝인사를 나누었다.
1948년생 박아무개씨, 1959년생 이아무개씨, 1966년생 송아무개씨. 명패에 적힌 이름은 빠짐없이 처음 보는 거였다. 지난해 1세력주
1월과 12월에 숨졌다.
모두 연고가 없는 사망자들이었다. 보통 가족과 관계가 끊겼거나, 가족이 있어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이들을 위한 '무연고 공영장례'를 치러주었다. 헤어짐을 슬퍼해 울어주진 못해도, 비싼 관에 들어가진 못해도.
마지막만큼은 수의 하나10억만들기프로젝트
쯤 깨끗한 걸로 입고, 이 세상 함께 숨 쉬었단 인연 하나로 추모하며, 그리 떠나길 바랐을 거였다. 2023년까지 1218명이 존엄하게 떠났다.
뜨끈한 뭇국에 숟갈을 옆에 두고. 고갤 숙이고 마지막 한 끼 식사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무릎을 꿇고 술 한 잔을 따랐다. 채워진 술잔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바퀴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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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사(弔辭)를 읽을 차례. 사는 내내 불리었을, 성함을 한 명씩 마지막으로 부르며 천천히 읽었다.
“잊을 수 없을 듯한 생생한 기억들을 배웅하며 진심으로 떠나보냅니다. 그런 당신을 그리워하며 기억하며… 이 세상 미련일랑 다 접어두고 잘 가시라,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으며 빌고 또 빌어봅니다.”
추모가 끝난 뒤 고인의단타365
관이 화장장에 들어갔다. 1시간20분 만에 한 줌 가루가 되어 나왔다. 뜨끈한 유골을 유택동산에 뿌린 뒤, 이름 석 자가 적힌 위패 종이에 불을 붙였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화르륵, 짧은 순간 이름이 사라지는 동안 깊이 애도하며 바랐다. 그게 어디든 부디 좋은 곳으로 향하였으면 좋겠다고, 짧은 삶 고생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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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자 장례는, 내게는 닥치지 않을 먼 이야기인가.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이렇게 바라봤으면 싶다고 했다.
“특히 지금 청년층 같은 경우엔 자신의 일이란 감각을 좀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시혜나 동정이 아니라요. 저도 결혼을 안 했고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는데요. 제 장례를 치를 유일한 가족은 동생뿐이거든요. 동생이 먼저 사망한다면 전 그대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거지요.”
그래야 제도가 바뀔 여지가 더 크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총 2만여 명. 2020년 3000여 명에서 2023년 5400명으로 1.7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중 70%는 가족이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했다.
장례를 혈연이나 법률혼 중심으로 치러야 한단 인식. 연고자의 그런 인식, 범위가 확장되지 않으면 무연고 사망자는 앞으로 점점 늘 수밖에 없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이와 관련된 해법으로 '사후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내 뜻대로 장례가 보장될 수 있게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장례와 사후 사무를 맡기는 방식입니다.”
참여했던 무연고 공영장례에선 실제 그런 얘길 들었다. 임예원 나눔과나눔 팀장의 설명이었다. 고인 중 한 명은 쪽방촌에 사는 이였고, 같은 동네에 살던 이가 다 같이 빈소에 왔다고 했다. 여전히 혈연 중심으로 장례가 치러지기에, 공동체가 이리 추모하는 건 다른 느낌이어서. 가슴이 먹먹했단다.
▲ 2018년 12월1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2018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홈리스의 사후 자기결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추모를 마친 뒤 빈소 한쪽 벽에 붙은 종이도 봤다. 이름 모를 아기를 위한 손편지였다. 거기엔 이리 적혀 있었다. 따뜻했다. 가족이 아니어도, 아무래도 괜찮았다.
'아가야, 네 두 발로 이 땅을 걸어보지 못했다고 서러워 말아라. 너의 숨은 영원하고 너의 빛은 이름이 되며 너의 발이 닿은 모든 땅은 새로운 생으로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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