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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기독학생회 지도교수 하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 당하고 대학에서 해직
복직 뒤엔 농민·노동·여성·평화 등 다양한 사회운동으로 보폭 넓혀 시민단체·활동가 재정지원도 앞장 늘 배낭에 책 가득 담아 선물로 줘
‘전북 민주화운동의 큰 어른’ 이석영 전북대 명예교수님이 지난 3월31일 별세했다. 향년 89. 윤석열 퇴진 운동이 막바지에 이른 시기에 급작스럽고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곧바로 교수님의 정신을 따르고 추모하는 730명과 120단체가 모여 ‘민주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를 치렀다.
4월2일 오후 7시에 바로바론 는 전주예수병원 장례식장에서 25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추도의 밤’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8시 발인을 하고 오전 9시에 고인이 생전 11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세월호 참사 분향소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어 광주 망월동 ‘국립 5·18묘역’에서 안장식을 진행했다.
교수님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새마을금고인터넷뱅킹 학부를 거쳐 1962년 모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63년 전주기전여고 교사로 부임하며 전주에 정착했다. 35살 되던 1970년 전북대 농과대학 교수로 부임하였다.
1975년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전북대 지도교수를 맡았는데 이 일은 고인의 일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80년 5월17일 정기예금 금리 밤에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최초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의 주검을 목도했고 그해 7월31일에는 케이에스시에프 지도교수라는 이유로 전두환 신군부에 체포되어 발가벗긴 채 거꾸로 매달려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고 교수직에서도 해임되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당시 고문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면책결정
세월호 분향소를 지키던 고인의 모습. 장례위 제공
고인이 생전 지키던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열린 노제 모습. 장례위 제공
해직 4년 동안 경제 재직확인 적으로 어려웠지만 신학 공부를 하고 조그마한 시골교회의 전도사 생활을 했다. 1984년 9월17일 복직한 뒤에도 농민운동, 노동운동, 교육운동, 여성운동, 평화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갔다. 오염된 땅을 살리는 생태농업 연구와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생활협동조합 운동에도 관심을 가졌다.
1988년 전북기독교사회운동연합 공동의장, 1989년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 지도위원, 1999년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2009년 전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 2024년 (사)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과 전북자주연합(준) 고문 등으로 활동했다. 전국 단위로는 1997년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2003년 농어촌 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고, 2002년 5?18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로 선정되었다.
고인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전주 풍남문 광장에 세워진 세월호 분향소에서 최근까지 지킴이 활동을 해왔다.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직후에도 분향소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거의 주말마다 했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매주 월요일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계속 해왔다. 2024년 12월3일 발생한 비상계엄 직후에 구성된 윤석열퇴진 전북운동본부 고문을 맡아 매주 토요일 퇴진 촉구 집회에도 참석했다.
교수님은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의 창립과 활동에 필요한 자금 지원에도 앞장서 후원과 기부를 많이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활동가에게도 일정 금액을 후원해 주었다. 대학교수직을 마치고 연금 생활자가 된 뒤에도 이런 후원과 기부 활동은 계속되었다.
교수님은 ‘자연을 닮은 사람’이라는 교육철학을 내세운 무주 푸른꿈고등학교 설립에 산파 역할을 했으며 2001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이 학교법인 푸른꿈학원 이사장을 맡았다. 교수님은 푸른꿈고등학교 체육관 용지를 직접 매입해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교수님은 또한 버스노동자 투쟁, 청소노동자 투쟁, 농민 투쟁, 민주노총 투쟁 현장에도 늘 함께했다. 교수님은 노구에도 힘들게 무거운 배낭을 항상 메고 다녔다. 배낭 안에는 동지들에게 나누어 줄 책과 당신이 공부해야 할 책들로 가득했다. 가까운 동지들은 책 몇 권씩은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행사나 집회에 자주 참석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을 독일어 원서로 학습하고 활동가들과 토론도 했다. 교수님은 행사나 집회 때 축사나 격려사를 자주 했는데 역사 정의와 동학농민혁명, 의병 투쟁, 독립운동과 친일 문제, 만주 간도특설대 등을 자주 이야기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한의 자주적인 평화통일도 주장했다.
교수님은 동지들에게 “희망을 가져! 혁명을 해야 혀! 내가 앞장설게!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 말씀을 잘 이어받아 더욱더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석영 교수님의 명복을 빈다.
하연호/장례위 호상·전북민중행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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