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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사찰 음식이 뜨고 있다. 건강에 좋고 환경에 부담을 적게 준다는 호평을 받는다. 진관사 큰 어른인 계호스님은 "법(法·가르침이나 계율) 위에 밥"이라는 말로 절밥에 담긴 철학을 압축했다. 출가 60년을 바라보는 사찰음식 명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23일 북한산 자락의 진관사를 찾아간 기자에게 계호스님은 '사람들이 살면서 첫째로 추구하는 게 뭐냐'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행복이 주식배우기
아니겠냐고 답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말씀이 이어졌다.
"행복하게 살려면 잘 잡숴야죠.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예요. 어떤 음식을 드시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과 몸이 나타나거든요."
맷돌 돌리는 계호스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진관사 회주 금호타이어 주식
계호스님이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맷돌로 콩을 갈고 있다. 2025.5.11 mjkang@yna.co.kr
적게 먹고, 채식하고, 자주 웃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혹자는 소식(小食·음식을 적게 먹음), 소식(素食·고기반찬이 없는 밥), 미소(微笑)라고 하여 '삼소'를 행복의 지름길로 꼽기함께하는주식투자
도 한다.
진관사는 제철 채소와 정갈한 상차림으로 절밥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꼽힌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찾아와 한 수 배우고 갈 정도로 절밥에 정성을 기울인다. 오랜 기간 땀 흘린 결과다. 계호스님의 은사인 진관스님(1928∼2016)이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진관사를 비구니 도량으로 일구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사찰음식 주식구매방법
전문가 최고 등급으로 공인한 명장 6명 중 한 명인 계호스님은 진관사가 미슐랭 셰프들이 경탄하는 반열에 올라서도록 이끌었다. 그는 진관사의 명성에 대해 "여러 스님과 더불어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님을 모시는 날이면 스님들과 종무원들은 손수 가꾼 채소를 손질하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해진다.
시황분석
진관사 방문한 미네프 셰프 (서울=연합뉴스) 르 코르동 블루 런던의 학과장 셰프인 에밀 미네프(50)가 2024년 9월 5일 서울 은평구 소재 진관사에서 계호스니의 설명을 들으며 사찰 음식을 체험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계호스님은 1950년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1968년 출가했다. 2006∼2022년 진관사 주지를 지냈고 지금은 회주를 맡고 있다. 어린 시절의 그는 중국 요리를 시켜 먹기도 하고 좋고 나쁜 것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먹성이 좋았다고 한다. 스님은 "뭐가 좋은지 나쁜지는 그때는 몰랐다. 그런데 절에 오니까 알게 됐다. '이 음식 먹으면 이게 좋겠다. 저 음식을 먹으면 저것이 좋겠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돌아봤다. 공양간 생활이 편할 리 없었겠지만, 고생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출가를 못 하죠. 수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매일매일 사는 게 그대로 수행입니다. 먹는 것도 수행이고 준비하는 과정도 수행으로 일관하면 문제가 없어요."
식생활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계호스님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식사하면 맛도 좋고 즐거워지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스님은 "기분이 나쁜 상태로 음식을 먹으면 속이 막히고 체한다"며 "마음이 여유로워져야 음식도 맛있다"고 조언했다.
사찰음식 만드는 계호스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이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다. 2025.5.11 mjkang@yna.co.kr
절에서는 식사를 통상 공양(供養)이라고 한다. 먹는 것도 수행이며 누군가가 애써 마련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일깨우는 표현이다. 계호스님은 쌀 한 톨이 여물 때까지 농사꾼이 땀을 일곱근 쏟는다는 의미를 담은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말을 소개하고서 "쌀 한 톨이 수챗구멍에 떨어지면 제석천신(帝釋天神·수명, 자손, 운명, 농업 등을 관장한다는 신)이 그 쌀이 썩을 때까지 합장하고 눈물 흘리고 계신다"고 말했다. 스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산사 음식은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면서, 평화롭고 건강하게 먹는 것. 그게 1순위에요."
절밥은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함께 먹는 공덕의 음식이자 나눔의 음식이고 그 속에는 자비와 지혜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진관사 찾아온 질 바이든 여사 2015년 7월 18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부인 질 바이든(오른쪽에서 세 번째) 여사가 진관사를 방문해 계호스님, 법해스님과 장독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는 분쟁과 살육에 대해 계호스님은 "서로 가지려고 하니까 집착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때처럼 평화롭게 지내면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생명 존중과 절제의 철학을 담은 한국 고유의 사찰음식을 조만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3월에 지정을 예고했으며 머지않아 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호스님은 "세상 사람들이 '절밥을 먹으면 건강해진다. 행복하다'라고 느끼니까 무형유산이 되는 것"이라며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을 더 널리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렇다면 스님이 보는 현대인의 식생활은 어떨까.
농업 기술의 발달과 식품 산업의 성장으로 이제 '보릿고개'는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는 낯선 단어가 됐다.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끼를 준비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장을 보고, 손수 재료를 손질하던 정성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사찰음식 만드는 진관스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이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다. 2025.5.11 mjkang@yna.co.kr
첨가물이 혀를 자극하는 초가공식품, 그럴듯하게 포장한 음식이 현대인의 위장을 장악한 세태에 대해 스님은 "포장은 포장일 뿐이다. 요새는 성형으로 사람도 포장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패스트푸드는 안 좋은 것이잖아요. 먹고 나면 성격이 더 급해집니다. 어떤 음식이 좋은지 본인이 판단해야죠. 어제 먹었던 음식이 바로 오늘의 내가 됩니다."
가능하면 제철 음식을 먹으라고 당부했다. 계호스님은 "싸다고 많이 사서 묵혀놓지 말라. 냉장고 속에서도 썩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이 절밥을 집에서 따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진관사 사찰음식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색 비빔밥이 있잖아요."
계호스님은 쌀밥에 푸른 채소와 김을 비롯해 몇 가지 부재료를 넣으면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청백적흑황 오방색(五方色)이 금세 갖춰진다며 비빔밥을 권했다.
스님은 또 "어떤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서 음식이 맛있어지기도 하고 맛이 없어지기도 한다"며 "최고 양념은 마음"이라고 당부했다. 빨리 준비해서 빨리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맛있고 건강한 식생활과는 멀어진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을 향해 "지혜로운 일을 해야 하는데, 헛일하니까 지친다"며 '빨리 가야겠다. 어서 승진해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당부하고서 발효식품인 된장 이야기를 꺼냈다.
"된장이라는 건 시간의 흐름, 기다림의 미학이죠. (중략) 흘러가는 물도 굽이굽이 흘러야 좋지요. 물은 거꾸로 안 올라가잖아요. 순리대로 살면 좋아요."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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