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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밋밋한 풍경을 가장 극적으로, 혹은 입체적으로 바꿔주는 건 ‘빛’이다.
빛의 그런 역할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때가 일출, 혹은 일몰 무렵이다. 바다를 끼고 하는 여행에서, 일출은 로망이다.
하지만 감격적 일출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 근사한 일출을 만나기 위한 조건이 너무 많다. 공유형모기지 그렇다면 일몰이다.
장엄한 일몰도 운이 좋아야 하는 건 맞지만, 일출보다는 허들의 높이가 훨씬 낮다.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요즘 같은 한여름이다.
며칠에 한 번쯤은, 놓치면 아쉬워질 법한 노을이 펼쳐진다. 지금 부산의 서쪽을 얘기하기로 한 건, 요즘 가장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다대포의 일몰 풍경 때문이었다. 사무총무법무 제주가 그렇듯, 부산도 이제 딱 한 번만 다녀오는 여행지가 아니다.한 두름에 꿰어서 바쁘게 보기보다는, 아끼고 나눠서 봐야 하는 곳이 됐다.
여행자들에게 해운대로 대표되는 부산의 동쪽은 익숙하지만, 부산의 서쪽은 낯설다. 서부산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동쪽이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며 경쾌하다면, 서쪽은 뭔가 진득하고 더 뜨겁다. 부산 사람 신한카드자동차할부금융 들의 추억도 몇 스푼 더 스며있는 듯하다.
지금 가면 딱 좋을 부산 서쪽의 명소를 골라서 다녀왔다.
# 다대포 노을이 가장 화려한 때는 지금
부산에서 일출을 보려면 어디든 상관없다. 해운대도 좋고, 광안리도 좋다. 하지만 부산에서 일몰은 딱 한 곳, 여기 다대포다.
다대포에서는 가는 곳 퇴직금 지급기준 마다 ‘노을’이다. 노을길, 노을마루길, 노을정(亭), 낙조분수, 선셋전망대…. 다대포를 지나는 부산갈맷길 7코스 명칭도 ‘다대포 선셋 피크닉’이다. 작명에 낙조가 빠지지 않는 건, 다대포의 해지는 풍경이 그만큼 장관이어서다. 평생 바다를 보고 살아온 부산 사람들에게도 다대포 노을이 특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대포는 부산의 서쪽 사하구에 중소기업청 상권분석 있다. 다대포의 드넓은 백사장은, 낙동강이 싣고 온 모래가 만들어낸 것이다. 낙동강이 끌고 내려온 모래는 다대포 앞바다에 맹금머리등, 백합등, 대마등 같은 거대한 모래등도 만들었다. 얕은 바다와 광활한 백사장, 거대한 스크린 같은 하늘. 이 세 가지가 다대포의 근사한 낙조를 만들어내는 원재료다.
다대포 노을이 가장 화려한 때가 요즘 같은 여름날이다. 늦여름에 해가 뉘엿뉘엿 질 때의 다대포 해변 경관은 근사하다. 하늘과 바다가 시시각각 채도가 달라지면서 주황색에서 핑크색이 됐다가 다시 화려한 보라색으로 물들어가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다. 뜨거운 해가 잠기는 모습을 보면 달궈진 쇳덩이를 찬물에 담글 때처럼 ‘치이익’ 소리가 날 것만 같다. 붉게 타오르던 노을이 스러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바람 끝이 제법 선선해진다.
다대포 노을을 보는 최고의 자리는 해수욕장 동남쪽 끝의 낙조 전망대다. 몰운대 해안을 끼고 설치한 목조 덱 위가 다대포 노을을 보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그게 어딘지 미리 알고 갈 필요는 없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대포에서 해지는 방향을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거기로 가게 되니까.
이쯤에서 덧붙이는 다대포 낙조 감상의 팁 하나. 가장 화려한 다대포 노을을 만나겠다면 썰물 때와 해지는 시간이 딱 만나는 날을 골라야 한다. 다대포 낙조는 바다도, 하늘도, 썰물로 드러난 백사장까지도 다 붉게 물들이는 장면이 압권인데, 그런 장면은 썰물 때만 볼 수 있다. 마침, 이번 주말쯤이 딱 그런 날이다.
# 다대포 앞에는 몰운대가 있다
부산에는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여덟 곳 명소, ‘해안 팔대(八臺)’가 있다. 여기서 좀 더 가려서 뽑은 것이 ‘해안 오대(五臺)’다. 팔대는 몰라도, 오대라면 제법 알려진 곳들이다. 해안 오대는 해운대, 태종대, 신선대, 오륜대, 그리고 몰운대다. 해안 팔대에는 오대 중에서 오륜대가 빠지고 이기대, 시랑대, 첨이대, 연대가 들어간다.
해안 팔대도 그렇지만, 해안 오대의 명소는 주로 부산 동쪽에 몰려 있다. 다섯 곳 가운데, 네 곳이 부산 동쪽이다. 서쪽에 있는 건 ‘몰운대’ 딱 하나다.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야트막한 산이지만, 본래 몰운대는 몰운도라는 섬이었다. 낙동강을 따라 내려온 흙과 모래가 쌓여 지금은 육지가 됐다. ‘몰운(沒雲)’이란 지명은 해무(海霧)가 밀려들면 섬이 구름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것. ‘잠길 몰(沒)’ 자에 ‘구름 운(雲)’ 자를 쓴다.
몰운대는 전국에 두 곳이 있다. 하나가 여기 부산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강원 정선에 있다. 부산 몰운대가 바다를 끼고 있는 갯바위의 절경이라면, 정선의 몰운대는 비장한 느낌의 수직 벼랑이다. 정선 몰운대는 ‘몰운대행(行)’이란 황동규 시인의 시로 널리 알려졌다.
여기서 잠깐, 샛길로 빠져서 정선 몰운대를 노래한 시(詩)를 읽고 가자. 황동규 시인이 그곳에 간 날도 요즘 같은 폭염의 날씨였던 모양이었다. ‘더위에 녹아내리는 추억들 위로 간신히 차양을 치다 말고’ 시인은 해뜨기 전에 소형차를 몰고 정선으로 간다. 폐광을 보고 절집을 가고, 고갯길을 넘어서 당도한 곳이 화암약수. 호텔은 빈방이 없다. 호텔 주인은 “몰운대 저녁노을이나 보시고, 밤도와 영월이나 평창이나 나가시라”고 권한다. 그렇게 당도한 몰운대. 그 앞에 시인이 섰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후략).” 이 시를 읽으면 절경의 벼랑 끝에 저물도록 앉아 있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 몰운대에 세워진 두 개의 비석
정선의 몰운대를 황동규 시인이 시로 썼다면, 부산의 몰운대는 조선 후기 동래 부사를 지낸 이춘원이 시로 노래했다. 서른일곱 나이에 동래 부사로 부임한 이춘원은 재임 중에 부산 곳곳의 명승과 고적을 두루 둘러봤다. 이때 가 본 몰운대를 시로 썼는데, 그가 죽고 나서 제자들이 펴낸 시문집 ‘구원집’에 그 시가 전한다. 사하지역발전협의회가 몰운대 산책로 옆에 잘 생긴 바위를 빗돌로 삼아 뉘어놓고 그 시를 세로쓰기로 새겼다.
“호탕한 바람과 파도는 천리요 만리(浩蕩風濤千萬里)／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白雲天半沒孤臺)／ 새벽 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扶桑曉日車輪赤)／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常見仙人駕鶴來)”. 흰 구름에 묻혀 있는 몰운대에서는 이춘원은 신선이라도 될 것 같았겠지만,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인목대비를 둘러싼 정쟁에 휘말려 벼슬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으며,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러 나갔다가 중풍으로 쓰러진 뒤에는 벼슬을 내놓았다. 병든 몸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나아가지 못했다.
이춘원 시비는 1999년에 세운 것. 이보다 200여 년 전인 1798년에 몰운대에 먼저 세워진 비석이 있다. ‘정운(鄭運)공 순의비’다. 이름 그대로 정운 장군의 순국의 의로움을 기리는 비석이다. 정운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휘하의 장군. 전투 때마다 수군의 선봉에 서는 거로 유명했다.
왜군이 점령한 부산포를 공격할 때도 그는 맨 앞에 섰다. 몰운(沒雲)의 운(雲)이 자기 이름의 운(運)과 음이 같다면서, ‘구름이 스러진다’는 뜻의 몰운(沒雲) 대신, 자기 이름 운(運)을 끼워 ‘몰운(沒運)’으로 바꿔 쓰고 ‘자기가 죽을 자리’로 해석했다.
자신의 해석대로 몰운대에서 죽을 것을 각오하고 싸우다 순절한 그의 죽음이 비석에 적혀 있다. 누구는 거기서 자기의 죽음을 읽었고, 누구는 학을 타고 온 신선을 보았다. 정운 장군이 순국한 건 1592년. 이춘원이 동래 부사로 부임한 건 1607년의 일이다. 고작 15년의 이쪽저쪽에 벌어진 일이었다.
몰운대는 바다보다 숲이 더 좋다. 훤칠한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구간에서는 초록으로 몸과 마음을 씻을 수 있다. 몰운대는 걸어서 돌아본다. 흙길 구간이 있고 가끔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트레킹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산책에 가깝다. 40분 남짓이면, 몰운대를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전망 좋은 자리마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가져온 도시락이나 차를 꺼내놓으면 딱 좋을 자리다. 이리 좋은데 찾는 이는 많지 않다. 언제 가도 늘 조용하고, 자리는 비어 있다.
공사 중인 천마산 복합전망대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부산의 전경. 전망대에서는 부산 명소의 거의 전부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전망대는 오는 10월쯤 문을 열 예정인데, 전망대를 오르내리는 모노레일은 공사 지연으로 1년 뒤에나 완공될 듯하다.
# 부산에는 산(山)이 많다
부산(釜山)의 한자에 ‘뫼 산(山)’은 그냥 들어간 게 아니다. 부산 도심에는 크고 작은 산이 촘촘하다. 지도를 꺼내보면 놀랍다. 이만한 도시에 이만큼 산이 있다니…. 금정산(801.5m), 장산(634m), 백양산(642m), 황령산(427m)…. 굵직한 것만 뽑아봐도 이 정도다.
산은, 그 자체로 도시를 내려다보는 훌륭한 전망대다. 부산에서는 어떤 산에 오르든 정상 혹은 능선에서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다 같은 부산이지만 높이와 방향에 따라 경관은 천차만별이다.
높이가 보여주는 부산의 ‘최고의 전망’은 황령산 정상에 있다. 황령산은 부산 연제구와 수영구, 남구, 부산진구가 나눠 가진 산이다. 이 말은 곧, 황령산이 부산 한복판이란 뜻이다. 황령산 정상의 방송통신탑은 거기가 부산의 중심이라는 걸 객관적으로 증명해준다.
황령산에는 두 개의 전망대가 있다. 황령산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망대까지는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먼저 당도하는 ‘황령산 전망 쉼터’에서는 부산 바다와 광안대교, 이기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전망 쉼터에서 좀 더 올라가면 황령산 봉수대가 있다. 봉수대 앞에는 빌딩이 숲을 이룬 서면 일대의 도시 풍경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지는 전망 덱이 있다.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전망 쉼터보다는 봉수대다. 압도적인 건 경관의 규모다. 낮 풍경보다는 불빛 화려한 야경이 열 배쯤 나으니까 이곳은 낮보다는 밤이다.
황령산 야경이 근사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낮의 풍경이라면 부산 서남쪽의 천마산(326m)이 한 수 위다. 천마산은 부산 서구와 사하구의 경계에 솟은 산. 천마산에서 보는 부산 경관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부산항 남쪽 끝에서 흘낏 뒤돌아 내려다보는 부산’이다.
대체로 전망은, 정면보다 살짝 비켜서서 바라보는 게 더 훌륭할 때가 많다. 백사장 한가운데서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해운대의 해변 호텔보다 백사장 한쪽 끝에서 비스듬히 해변을 바라보는 웨스틴조선 부산의 조망이 더 뛰어나지 않은가. 경관의 중심에서는 그 풍경이 잘 안 보이는 법. 슬쩍 비낀 자리에 섰을 때 풍경은 더 잘 보인다.
# 천마 바위 벼랑의 부산 최고 전망대
천마산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은 정상 아래 천마 바위 벼랑이다. 지금 거기 천마산 전망대가 지어지고 있다. 복합전망대와 스카이워크를 놓고 거기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놓는 공사다.
완공 예정일이 2년이나 지났지만, 전망대와 모노레일 공사는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 공사 지체의 이유가 가지가지다. 주민 이주보상 갈등부터 안전사고 우려, 공사구간에서의 유물 발굴, 시행사의 자금난까지…. 급기야 하부 주차장 부지에는 ‘유치권 행사’ 딱지까지 붙어 있다.
조성공사 기본계획을 마련한 게 2019년이니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이 됐는데도 모노레일과 하부 주차장 완공은 아직 멀었다. 서두른다 해도 완공은 내년 10월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구는 이미 공정이 80% 이상 마무리된 전망대부터 문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내 개장이 목표. 이르면 10월쯤이 될 거라는 설명이다.
천마산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부산의 대표 명소를 다 내려다볼 수 있다. 부산 남항과 공동어시장, 항구를 드나드는 배, 용두산 공원과 부산타워, 남포동 일대 구도심, 영도의 봉래산과 남항대교, 이기대와 부산항대교 등이 발아래 있다. 가까이는 송도해수욕장 일대가, 멀리는 해운대의 마천루 숲이 펼쳐진다. 부산의 ‘거의 모든 것’을 다 그려 넣은 두루마리 그림을 펼쳐놓은 듯하다.
감천동 산동네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는 테라스를 가진 카페. 카페 손님의 8할쯤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천마산은 비탈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남부민동 산동네 집 지붕 위쯤을 수평으로 지나는 산복도로 ‘천마산길’에서 오를 수 있다. 산복도로란 산(山)의 배(腹)를 지나는 도로를 말한다. 평지가 좁고 산이 많은 부산에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와중에 몰려든 빈민과 피란민들이 산으로 올라와 얼기설기 집을 지으면서 만들어진 산동네가 많다. 이런 산동네 언덕 위쪽에 가로로 금을 긋듯 놓은 도로가 산복도로다.
보통 산동네에서 가장 높은 길인 산복도로는, 어디든 조망이 좋다. 산복도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는 이유다. 말이 전망대지 시야가 탁 트이는 자리쯤에 벤치와 조형물을 놓아둔 소박한 공간이다. 천마산길에는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 ‘하늘 전망대’ ‘누리바라기 전망대’ ‘부산항 전망대’ 등이 있다. 천마산 들머리가 시설 노후로 최근 철거된 누리바라기 전망대 부근에 있다. 절집 ‘관용사’로 가는 길을 찾아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 갤러리에 걸린 추억의 사진
천마산 자락에는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이 있다. 아미동은 불량 주택들로 가득한 비탈진 산동네. 마을 이름에 ‘비석’이 들어간 건 무덤의 묘비나 상석, 경계석이 산동네 건물의 축대나 담벼락, 계단, 섬돌, 받침대 등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몰려든 귀환동포와 6·25 전쟁통에 쫓겨온 피란민이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있었던 이곳까지 밀려들면서 산동네 마을이 만들어졌다. 집을 짓고 담을 쌓으면서 부족한 자재 대신 가져다 쓴 죽은 자의 비석은 그 시절의 남루함, 혹은 치열했던 삶을 증거 하는 흔적이다. 아미동에서는 죽은 자의 비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산 사람의 집과 동네를 지탱해 왔다. 아미동 골목을 따라 비석의 흔적을 찾는 도보 코스까지 만들어진 지금, 죽음을 기리던 비석은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기념비가 됐다.
아미동 집은 얼기설기 나뭇조각을 이은 판잣집에서, 기름종이를 지붕에 얹은 ‘루핑집’으로, 다시 시멘트로 찍어낸 ‘블로크집’으로 변해 갔지만, 부산항을 내려다보는 산동네 특유의 분위기는 예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쟁 무렵에 고향을 떠나온 피란민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해 부두노동자, 행상, 구두닦이, 날품팔이 따위의 일을 하며 이곳에서 고단한 삶을 의탁했으리라.
그 시절의 사는 모습을 산복도로를 끼고 있는 ‘최민식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1세대 사진작가’로 꼽히는 고(故) 최민식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산동네에 들여놓은 건, 아미동의 ‘문화재건’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갤러리에서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다양한 앵글로 담은 사진을 볼 수 있다. 갤러리의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뭉클한 감정이 올라오는 건, 사진가의 시선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서다.
■ 감천문화마을과 과잉관광
천마산 중턱에는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1955년 신흥종교 태극도 신자 800여 세대 4000여 명이 집단 이주해 정착해 만든 신앙촌으로 시작했다. 낙후된 달동네로 남아 있던 감천동은 정부의 관광지 육성 지원으로 ‘레트로풍’ 관광지로 떠올랐다.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방문객이 ‘너무’ 많다는 것. 작년 평균 하루 방문객은 8000명. 따로 이곳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다. 과잉관광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이곳에 가게 된다면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하다.
박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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