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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이 업종별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은 현실화될 것”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31일 국회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며 언론에 배포한 자료 가운데 일부다. 원청기업에 하청노동조합과의 교섭의무를 부과한 노란봉투법이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동법 개정 때마다한국밸류10년
경총은 이같은 ‘공포감 조성’을 거듭해왔으니 태도 자체가 새로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경총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이같은 주장을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조 파괴에 공모한 전력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은 2018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전모가 밝혀져, 삼성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 임릴게임 정보
직원들이 대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때 한국의 대표적인 ‘사용자단체’인 경총 임직원 3명도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가 자신의 본연의 업무인 ‘서비스’ 업무를 도급한 하청업체(지역별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설립하자, 삼성은 데이트레이딩
미래전략실-전자-전자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노조파괴 계획을 수립한다. 이때 경총은 삼성의 전략에 따라 하청업체들을 회원사로 가입시킨 뒤, 하청업체들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고 고의로 교섭을 지연시킨다. 조합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당시 경총은 법에 따라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게시한 협력사에 ‘공고문을 떼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공고문에강한종목
고의로 오타를 내게 하는 등 꼼꼼한 전략도 세웠다. 이같은 단체교섭 거부·해태는 노조법이 규정하는 부당노동행위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비판하는 경총이 스스로 노조법을 어긴 것이다.
대법원까지 확정된 경총 임직원들의 ‘범죄사실’은 여기에 그치지만 재판기록을 보면, 경총은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에 부응하며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오락실황금성
하청업체 ‘기획폐업’이다. 삼성은 노조와해 전략의 일환으로 조합원이 많이 가입된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잃게 할 심산이었다. 이때 경총은 하청업체 대표들과 폐업 일정을 직접 조율하며, 노조파괴 전략에 부응했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원하청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하지만,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중소·영세기업’을 폐업시킨 것은 삼성이고 경총이었다.
이러한 ‘기획폐업’은 노란봉투법 입법의 근거가 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21년 대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있다는 이유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로 봐,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물어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앞서 2010년에도 현대중공업의 하청노조 파괴 목적 하청업체 폐업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삼성과 경총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이러한 대법원 판결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들의 하청노조 파괴가 결국 지금의 노란봉투법을 만든 것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원청에 ‘진짜 사장 나와라’라며 교섭을 요구했다. 나중엔 삼성이 교섭에 응하기도 했다. 노조의 조직력이 커지고 파업 등으로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자,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찰 정보관에 뇌물을 줘 가며 노조 지회장과 비공개 교섭을 한 것이다. 당시 형식적인 교섭은 하청업체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이 하고 있었으니, 단체교섭 과정과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 원청이고,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단체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경총 역시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경총이 강조하는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원청이 만든 것이다. 그 산업생태계는 원청이 정해주는 대로 값싼 임금을 받고, 원청이 정해주는 대로 일하고, 하청업체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그 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하면 되고, 원청의 필요에 따라 구조조정 수요가 생기면 하청노동자부터 자르면 된다. 하청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져도 하청업체 책임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하청노조에게도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기업에 단체교섭을 하도록 해 ‘산업생태계’를 바꾸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으로 하청노동자 최종범·염호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마도 두 노동자는 지금의 노란봉투법을 바랐을 것이다. 삼성은 2018년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노조와해 사건에 대해 사과라도 했지만, 경총은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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