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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 서방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농업부터 공업까지 모든 부문의 기업들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미개발 시장을 차지하려는 부푼 기대에 들떴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고, 미국 기업들은 큰 수익을 기대했다. 또한 중국이 세계 경제 시스템에 편입되면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쏟아졌다. 마치 소가 수레를 끌듯, 경제 개혁이 자연스럽게 정치 개혁을 견인할 것이라는 낙관론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공급망의 중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연봉 심이 되며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중국에 손을 내민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전략적 실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출간된 ‘마오 이후의 중국’은 네덜란드 출신의 중국 현대사 전문가인 프랑크 디쾨터가 40년에 걸친 ‘개혁개방’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중국 사회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초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현대캐피탈저축은행 과연 질적으로 변화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경제 성장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시도일 뿐이며, 경제 개방 역시 진정한 의미의 개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광둥성부터 몽골 사막 인근의 간쑤성까지 중국 전역을 여행하며 각지의 기록 보관소에 보관된 문서들을 확보했다. 수천 건의 당 기록물과 비밀 회의록, 주요 인사의 기아자동차 광고 비밀 일기, 항의 서한 등을 통해 마오 치하의 일반인 삶을 다룬 ‘인민 3부작’을 펴내며, 새뮤얼 존슨상을 수상해 중국 현대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책은 1976년 마오쩌둥 사망 후부터 2020년 시진핑 집권기까지 중국이 ‘경제 기적’을 이룬 시기를 집중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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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펴냄, 3만3000원
결과적으로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중국은 시장 체제에 가까운 사회로 탈바꿈했지만, 민주 진영에 합류하기보다는 공산당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계획 경제를 유지하고 정교한 증명발급신청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중국의 WTO 가입은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시도였다. 대외에는 개방을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통제력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월 110억달러에 육박했고, 2008년에는 2665억달러를 넘었다. WTO 회원국들이 중국을 환영한 이유는 상표권과 저작권, 특허법 등에서 중국이 글로벌 기준을 따르기를 원해서였지만, 실제로는 저작권 침해와 가짜 의약품, 불법 복제 영화들, 짝퉁 제품이 판을 쳤다.
거대 시장에서 시장 확대를 노렸던 외국 기업가들은 즉각 실망했다. 시장을 찾아내면 지역 당서기와 연줄로 무장한 국내 경쟁자들이 몰려들어 외국 기업을 몰아냈다. 가장 큰 수혜는 다국적 기업이 아니라 중국 국영 기업이었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 개혁과 개방 정책에 집착한 계기는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운의 개혁파 지도자’인 후야오방이 정치국 회의 도중 심장 마비 증세를 일으킨 뒤 일주일 만에 사망하자 대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정직한 사람은 죽고, 위선자들은 남았다”는 거친 논조의 대자보도 등장했다. 전국에서 학생 시위가 벌어졌고, 톈안먼 광장에는 수만 명이 모였다. 중국은 수십 대의 탱크와 장갑차로 진압했고 사망자 수는 2700명에서 3400명으로 추정된다.
10여 일이 지난 뒤 덩샤오핑은 중앙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오직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오직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 또한 “6·4사건은 반사회주의 세력들이 중국에 침투하기 위해 벌인 시도”라며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이라는 서구식 이념이 중국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살 사건 후 16개월 만에 개최된 1990년 아시안게임은 중국 체제를 정당화하는 발판이 됐다. 중국은 308개 종목에 출전해 183개의 금메달을 따며 1위를 기록했다.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했다는 자평이 쏟아졌다. 덩샤오핑은 이렇게 말했다. “겸손하고 신중하라. 때를 기다려라. 먼저 나서는 자가 주도권을 잃을 것이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2018년 국가주석의 3연임 금지 조항이 폐기되면서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의 길도 열렸다.
인터넷 검열은 일상이 됐고, 조지 오웰이 쓴 ‘동물 농장’과 ‘1984’는 모두 금지 대상이 됐으며, ‘곰돌이 푸’도 시진핑을 닮았다는 소문으로 지하로 숨어들었다. 2019년 홍콩 시위 이후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됐으며 중국의 통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저자는 지난 40여 년간 중국이 펼친 정책들이 “계획 경제를 어설프게 손보려는 노력에 불과했다”고 평가한다. 많은 지도자들이 기본적인 경제학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다, 많은 경우 질적인 성장을 도외시하면서 성장률이라는 단 하나의 수치에 병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산당이 직면한 과제는 권력 독점과 생산 수단 장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생적인 오랜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막다른 길에 봉착한 듯 보인다”고 결론짓는다.
저자의 분석대로 중국의 사례는 정치 개혁 없는 시장 개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가려진 중국의 진짜 모습을 잊지는 않고 있는지 반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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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왼쪽)이 1982년 9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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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4일 톈안먼 광장 앞 창안대로에서 시민과 맞선 군인. <열린책들>
1989년 6월 베이징의 주요 교차로를 지키고 있는 탱크들. (David Turnley/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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