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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그에 담긴 가치, 기쁨과 슬픔을 전합니다.
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만난 전기 공무직 노동자 서호양(60)씨가 지하 사무실로 내려가기 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양옆에는 오래된 캐비과 옷 걸이 등이 놓여 있었다. 송주용 기자
"우리 공무직 노동자들은 햇빛 보기도 힘들어요. 사무실이 지하 2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무거운 철제 사다리에 공구함까지 짊어지고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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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등법원에서 만난 법원 공무직 노동자 서호양(60)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무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을 토로하는 그의 목소리는 습기 가득한 여름 공기처럼 무거웠다.
서씨는 서울고법에서 동료 25명과 함께 전기 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1989년 본관이 준공된 서울 국가장학금 대출상환 고법 건물은 시설 노후로 누전과 정전의 위험이 높다고 한다. 서씨를 비롯한 전기직 노동자들은 수만 볼트 전기가 흐르는 수변전실(전기 전압을 변환해 공급하는 시설)과 차단기를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다. 서씨는 "재판 중 법정이 정전되면 큰일이라 예방 관리를 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금리계산기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 종합청사.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이 함께 위치해 있다. 강예진 기자
식대 포함해도 최저임금, 햇빛 보기 힘든 근무 환경
서씨는 2019년 법원 공무직 노동자로 취직했다. 아내 병간호 때문에 은행을 pf 그만둔 후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시작한 전기 공부가 인생 2막으로 이어진 것. 처음 입사할 때는 용역 직원이었는데 2020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처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서씨는 "공무직으로 입사할 때 큰 돈이나 큰 기업 같은 노동환경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라면서도 "처우와 노동환경이 너무 열악해 깜짝 국민은행 직장인신용대출 놀랐다"고 토로했다.
우선 급여 문제가 크다. 전기를 다루는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고정됐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4월 급여 명세서에는 기본급이 190만6,240원으로 찍혔다. 식대 14만 원을 합쳐도 고정적으로 받는 돈은 204만6,240원이다. 주간-주간-주간-야간-비번 순으로 교대근무를 해서 매월 근무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급여도 근무시간에 맞춰 식대 포함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행법상 기본급에 식대를 포함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합법이다. 다만 수만 볼트가 흐르는 전기를 다루고 야간 교대 근무까지 하는 노동자에게 식대 포함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전기 공무직 노동자 서호양씨가 지하 2층 사무실로 내려가는 길을 촬영한 모습. 지하 2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철제 사다리와 공구를 짊어지고 지상까지 올라와야 한다. 서호양씨 제공
근무환경도 바꿔야 할 것 투성이다. 전기직 노동자들의 사무실은 지하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서씨는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 1층까지 무거운 철제 사다리와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야 한다"며 "지하실 깊이가 일반 건물보다 깊어 실제로는 1.5~2층 정도를 걸어 올라가는 셈"이라고 전했다.
휴게시설도 문제다. 법원에 마련된 휴게시설도 대부분 지하 공간에 마련됐는데 건물 배관이 그대로 노출된 곳 옆에 소파나 침대를 덩그러니 넣어둔 곳도 있었다. 서씨는 "쉴 때만이라도 햇빛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무실도, 휴게실도 전부 눈에 안 띄는 지하로 밀어넣어 땅 밑에서만 살게 하니 하루 종일 햇빛 한 번 볼 수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공무직 노동자들의 휴게실 모습. 건물 배관이 드러나고 바닥 페인트가 벗겨진 지하 창고에 쇼파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서호양씨 제공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함께 일할 공무직 노동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몇 번 출근을 한 뒤 업무와 급여, 노동환경을 따져보고는 금방 그만둔 사람들도 많고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룬 동료들도 많다고 전했다. 가족상을 당한 동료는 대체인력이 없어 다른 동료에게 사정을 해 자신의 업무 공백을 채운 뒤에야 휴가를 떠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씨는 "이건 인간다운 삶,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씨는 공무직 노동자들도 경력에 따른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을 수 있는 호봉제 도입과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현재 공무직 노동자들은 '직무급제'를 적용받아 2~4년에 한 번씩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다. 또 휴게공간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과 이를 종합적으로 관장할 공무직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아내의 투병 후 준비한 인생 2막인데···
그는 한때 잘나가는 은행원이었다. 5대 시중은행에 입사해 30년 넘도록 회사 생활을 했다. 은행 창구 업무부터 대부, 외환, 출납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고 은행 본점에서도 일한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2016년 무렵 뒤바꼈다. 아내가 암을 앓게 됐고, 아끼던 일곱 살 터울 동생은 학회 참석을 위해 해외에 나갔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연달아 찾아온 큰 고통으로 정신적 여유가 사라졌고 일을 손에 잡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픈 아내를 가까이에서 보살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평생 직장으로 여겼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아내 병간호를 시작했다. 이때 아내가 "집에만 있으면 마음이 더 복잡할 테니 좋아하는 건축 공부를 해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서씨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라디오를 뜯어보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이 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틈틈이 건축 공부를 1년간 했고, 건축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전기 공부를 하며 전기기능사 자격도 얻었다. 서씨는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전기의 전자도 몰라 형광등도 아내가 갈곤 했다"며 "인생이 흘러가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전기 노동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기술을 익혀 인생 2막을 열었지만, 근무 환경은 크게 뒷걸음쳤다. 한국의 수많은 장년·노년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서씨는 다시 창문 없는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를 걸어내려갔다. 계단 양옆에는 오래된 캐비닛이 놓여 있었다. 그는 "번듯한 법원 지하에도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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