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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 지하철도가 생긴다.’(제기정~경성역간의 도심관통할 지하철, 조선일보 1939년6월1일)
1939년 6월 신문에 경성에 지하철이 생긴다는 뉴스가 실렸다. 경춘선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인 경춘철도회사가 경춘선 기점을 제기동에서 창신동으로 변경하면서 창신동~제기동 구간 2.5㎞를 지하철로 연결하겠다고 총독부에 신청했다는 소식이었다.
‘동 회사에서는 인가되는 대로 연내로 공사에 착수하여 명년말까지에는 완성할 예정이므로 서 민국저축은행 울 사람이 지하철도를 타는 것도 멀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총독부에 신청하기 전, 경성부, 경기도, 철도국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쳤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경성 지하철 건설이 눈앞에 닥친 듯했다.
경성역~제기동간 지하철 건설계획을 보도한 조선일보 1939 개인신용정보서 발급 년6월1일자. 1차로 창신동~제기동 2.5킬로미터 구간을 건설하고 이어 경성역~창신동을 잇는 지하철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구 100만 돌파앞둔 경성
1938년 말 경성 인구는 73만이었다. 경성인구는 1920년 25만, 1930년 39만, 1935년 44만명으로 해마다 폭 중고차량담보대출 증했다. 주택문제는 물론 교통난도 심각했다. 인구 압력을 누그러뜨리기위해 시 외곽으로 나가는 교통망 확충이 시급했다. 지하철 건설은 경성의 인구 폭증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었다.
하나 바로잡을 것은 일제시대 경성 지하철 건설을 다룬 기존 자료들이 한결같이 ‘1920년대말 서울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지하철 간선급행버스 논의가 시작됐다고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낸 ‘한국철도건설100년사’(2005)를 비롯,서울교통공사가 2020년 8월14일 낸 서울 지하철 1호선 467주년 보도자료까지 그렇다. 누군가 잘못 쓴 내용을 확인없이 반복하면서 생긴 오류다.
경성부가 1942년1 코픽스변동금리대출 0월 간행한 경성교통계획도. 경성역부터 청량리까지 빨간 선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표시했다. /서울역사박물관
◇1927년 12월 도쿄 지하철 부설
세계 최초의 지하철 개통은 1863년 1월 런던 패딩턴역~패링던 역 6.4㎞ 구간이다. 도쿄 지하철은 1927년 12월 우에노~아사쿠사 2㎞가 처음 개통됐다. 막대한 공사비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1933년 오사카에도 지하철이 개통했다.
조선 최대 민간 철도회사인 조선철도주식회사가 경성 지하철 건설 계획을 총독부에 신청했다고 알린 조선일보 1928년11월7일자 기사
◇1928년 조선철도, 경성철도 지하철 건설 추진
경성 지하철 건설계획은 1920년대 후반에도 있었다. 충북선, 경북선, 황해선, 함북선 등을 운영한 민영 조선철도주식회사가 추진했다. 경성역에서 남대문, 종로를 거쳐 동대문까지 지하철을 뚫고, 이후 지상구간으로 청량리까지 연결하는 노선을 총독부 철도국에 출원했다. (출원한 중앙선과 지하철, 조선 교통의 대동맥이다, 조선일보 1928년11월7일)
조선철도주식회사엔 경쟁자가 있었다. 철도국 기사 출신 곡구소차랑(谷口小次郞)이 중심이 된 경성철도주식회사였다. 경성역부터 정동까지 지하철을 부설하고, 덕수궁 앞에서 지상으로 나와 청계천에서 고가철로를 내고 동대문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청량리를 잇는 구간을 건설하겠다고 신청했다.
◇중일전쟁 자재난으로 보류
경춘철도회사의 경성 지하철 건설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경성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교통기관을 완비하여야 된다는 구호에 맞춰 경춘철도회사에서는 경성지내에 지하철도를 깔아서 시내 및 시외와의 교통을 빠르게 하겠다고 지난 번에 관계 당국에 그 부설면허를 신청하였는데 철도국에서는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을 조사해본 끝에 요즘에 이르러 드디어 면허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결정하였다.’(시내 지하철 계획 좌절, 조선일보 1939년 10월11일)
철도국이 지하철 계획에 찬성하면서도 면허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1937년 7월 시작된 중일전쟁때문이었다. ‘철재와 시멘트 등 모든 재료가 모자라서 방금 극도로 제한통제를 하고 있으므로 이제 설령 지하철도의 부설을 면허한다고 하더라도 재료를 도저히 얻을 길이 없는 터인즉 실현될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앞기사 ‘시내 지하철 계획 좌절’)
총독부가 경성 지하철을 인가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동아일보 1940년4월18일자 기사.
◇지하철 건설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
철도국은 자재난을 내세워 지하철 건설을 보류했지만 논의는 엎치락뒤치락했다.
‘감독과 안 소장기사 사이에 교통난을 융화하야 대경성의 장래에 준비키 위하야 어떠한 희생을 하던지 허가를 하야 실현시킴이 대경성 면목에도 관계된다고 허가주장론이 대두되어 수뇌부간에서도 다시 이 문제를 조상(? 上, 도마)에 놓고 신중히 고려한 바 개의하야 명춘에 허가할 의향으로 측문된다.’(성동역에서 동대문까지 지하철 부설을 허가, 동아일보 1939년12월23일)
‘대경성의 새 명물인 지하철도는 경춘철도에서 작년 철도국에 인가를 신청중이던 바, 이는 사변 하 자재관계 기타와 시기상조로 일부에서는 반대하는 패도 있었으나, 현재 도시 교통의 급박한 폭주로 경전(京電)의 전차, 버스만으로는 도저히 현재의 교통 지옥을 완화할 수없다 하야 철도국에서는 그간 심의 중 늦어도 금년 9월 초순경에는 인가할 의향이다.’(도시 교통의 거물, 지하철 今秋에 인가, 동아일보 1940년4월18일)
경성에 지하철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매일신보 1940년7월4일자 기사. 동대문 정류장에 백화점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성동역~동대문 지하철 3㎞ 2년만에 완공
조선주둔 일본군(軍) 사령부까지 비상시 방공 목적으로 지하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던 모양이다. ‘경성에 지하철도가 필요한 것은 교통난 완화를 위한 고속도 교통기관으로서 사명뿐만 아니라 비상시 방공상으로도 극히 필요한 일이라는 견지에서 조선군이 특히 요망하고 있으므로 총독부에서는 경춘철도회사의 부설허가신청을 허가할 방침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성동역과 동대문에 지하철도실현재이, 조선일보 1940년7월4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경춘철도는 성동역~동대문 3㎞구간을 연내 착공, 2년만에 완성한다는 구상이었다.
‘철재를 절약하기 위해 터널은 ‘콘크리트’를 주로 하는 ‘아치’식 수도법(?道法)을 쓰기로 될터이고, 공사비는 동경은 지상 건물이 많기 때문에 1킬로에 500만원이나 들었으나 경성은 120,30만원 정도이면 될 예산이다. 소용되는 자재는 총독부에서 우선배급을 받고, 공사비는 식산은행에서 인수하는 사채를 발행하기로 모두 양해가 성립되었다.’(성동역과 동대문에 지하철도실현재이, 조선일보 1940년7월4일)
◇건설비 조달위해 백화점, 주택단지 운영 계획
총독부는 지하철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역사 주변을 개발, 동대문에 백화점을 경영하고 주택 단지를 경영할 계획도 검토했다. 서울역, 영등포, 청량리 역사 리노베이션을 위해 민자(民資)를 유치, 개발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지하철 건설계획은 일본이 진주만 공습으로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시대는 광복 후 1974년 8월15일 지하철 1호선 시청역~청량리 7.8㎞구간(총 9개역) 개통으로 시작됐다.
◇참고자료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건설100년사 中, 2005
서울교통공사, ‘46번째 생일 맞은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모든 것’, 2020년 8월14일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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