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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셰프. 서촌김씨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정성(精誠) 어린 음식의 필수 재료는 진심(眞心)뿐이다.
정성이란 누군가를 위해 온갖 힘을 쏟아내는 참된 마음이다. 진심은 참된 마음의 본체(本體)다. 정성 어린 음식은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지어내는 밥이다. 아무런 대가 없 은행 이자율 비교 이 오롯히 그를 위해 쏟아내는 부모의 사랑이야 말로 진심이다. 정성 어린 음식을 찾는 길은 그만큼이나 어렵다.
이탈리안 다이닝 서촌김씨의 김도형 오너셰프는 정성 어린 음식을 만들기 위해, 그만의 진심을 찾고 있다. 그것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아가페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미식으로서 행복을 선사하고픈 거짓없는 마음일지 우리은행 대출상담 모른다. 레스토랑 문을 여는 순간부터 돌아가는 순간이 추억으로 남도록 바라는 간절함일 수도 있다.
24일 마곡에 위치한 서촌김씨 오스테리아에서 만난 김도형 셰프는 묵묵한 표정으로 라자냐를 뽑고 있었다.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마치 가죽공예를 하는 장인처럼 가만히 집중하며 라자냐를 뽑아내고 재단했다.
개인파산
서촌김씨 입구에 적혀있는 글귀. 김도형 셰츠의 철학이 엿보인다. 서촌김씨 제공
‘좋은 음식이란 신선한 재료, 깨끗한 환경 그리고 좋은 마음 가짐과 정성이다’
서촌김씨 오스테리아 입구에 적힌 글귀는 김도형 현금서비스 이자율 셰프가 음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스스로 만든 철칙이었다. 철칙의 핵심은 ‘정성’이다. 신선한 재료와 깨끗한 환경은 정성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이정표다. 요리를 시작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김도형 셰프는 여전히 철칙을 마음에 새기며, 늘 이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서촌김씨 오스테리아는 방문한 모든 레스토랑 중 단연 가장 깨 담보대출 상환 끗한 곳이었다. 오픈한지 3년 가량 지났지만, 키친 후드조차 기름 때 한 방울 찾을 수 없을만큼 새 것처럼 깨끗하다. 손님들에게 오픈된 홀과 키친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를 보관하는 장소까지도 늘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출근을 해 재료손질이 끝나면 곧바로 1차 청소에 들어갑니다. 후드를 제외한 모든 곳을 청소합니다. 점심 서비스가 끝난 후 2차 청소를 하고 저녁 서비스 후 마지막 청소를 합니다. 후드는 월 5~6회 청소를 하고 있고 있습니다. 하루 2시간을 청소에 쓰고 있습니다. 청결을 위해 가스 화구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인 위생도 중요하게 생각해, 모든 작업 사이에 손을 씻는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서촌김씨 오스테리아 주방의 모습. 서촌김씨 제공
모든 셰프와 마찬가지로 김도형 셰프도 음식의 맛은 전적으로 재료에 달렸다고 말한다.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그는 전국 방방곳곳을 찾아다니곤 했다. 이날 쓸 줄기브로콜리는 제주 농장에서 구했으며, 허브들은 재배 중인 상태 그대로 배송받아 사용하고 있다. 여러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현지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는 게 보다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김도형 셰프는 지금도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위해 좋은 농장을 찾고 있다.
“좋은 재료, 깨끗한 환경은 정성을 완성하기 위한 조건에 불과합니다. 목적은 정성인 것입니다. 며칠 동안 소스를 끓여내고, 매일 수행하듯 청소하고 나를 정돈하는 마음이 참된 마음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렇게 오랜시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정성이 손님께 전달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요.”
서촌김씨 음식의 ‘농밀함’
김도형 셰프의 요리들. 서촌김씨 제공
김도형 셰프의 요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사는 ‘농밀함’이다. 그의 진심이 요리에 담겨있기 때문 아닐까. 농밀함은 특히 소스에서 느껴졌다.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소스는 셰프의 노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김도형 셰프의 요리는 다양한 맛의 밸런스와 레이어의 탄탄함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소스의 묵직함이 돋보였다.
코스의 첫 번째 순서, 안티파스티는 ‘봉골레(Vongole)’로 시작했다. 버터를 발라 겉면을 바삭하게 구운 치아바타 위에 화이트 발사믹으로 맛을 낸 문어 바지락과 돌나무, 슈가피순을 올렸다. 첫입에는 버터 풍미의 바삭한 치아바타 향이 치고 온다. 곧 화이트 발사믹의 과실향과 산미가 끌어올린 바지락의 단맛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뭉글뭉글하면서 질감이 있는 바지락의 식감도 좋다. 돌나무와 슈가피순의 쌉싸름함이 입한을 한번 개운하게 만든다. 음식 하나에서 다양한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서촌김씨 제공
두 번째 안티파스티로는 건조한 대추방울 토마토를 올린 부라타치즈와 포항초 크림를 담아낸 요리가 나왔다. 포항초의 풀향과 단맛이 부드러운 크림과 만나 향기로운 조화를 이뤘다. 작게 올린 시소의 향까지 더해져 다양한 향이 꽃피웠다. 건조한 토마토를 농축한 감칠맛과 단맛을 뿜어냈다. 이를 부드러운 우유향의 부라타치즈가 꼭 감싸주었다. 함께 한 일행들 모두 극찬을 한 디쉬였다.
세 번째 안티파스티로 전복 요리가 나왔다. 완도산 전복을 6시간 동안 수비드해 조리한 뒤, 진공 방식으로 만든 참외피클을 곁들였다. 여기에 자몽과 국내산 캐비어를 올리고 바질오일을 떨어뜨린 모스카토 뵈르블랑을 접시에 가득 담아냈다. 모스카토 뵈르블랑의 상큼하면서 부드러움이 더해진 단맛은 이것 하나만으로 셰프의 실력을 가늠하기 충분했다. 수비드해 부드러운 전복과 아삭한 단맛과 옅은 산미의 참외 피클의 식감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여기에 자몽의 씁쓸함과 상큼함 캐비어의 감칠맛과 짠맛까지 수많은 맛과 향을 한 요리에 담아낸 듯 했다.
김도형 셰프의 라자냐. 롤케이크처럼 말아 만드는 방식으로 밀도 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서촌김씨 제공
네 번째 프리모로는 라자냐가 나왔다. 김도형 셰프의 라자냐는 모양부터 특별하다. 라자냐에 화이트 라구를 넓게 펴바른 뒤 롤케이크를 말듯 돌돌 말아 구워냈다. 조금 더 밀도있는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라자냐를 중심으로 한 쪽에는 녹색의 바질크림을 반대쪽에는 붉은색의 로메스코를 담았다. 위에서 보면 녹색, 흰색, 붉은색인 국기와 닮았다. 바질크림은 부드럽고 단맛이 도드라졌고, 로메스코는 산뜻한 산미를 느낄 수 있어 두 소스를 비교해 먹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요소였다.
중간에 자몽 셔벗으로 입을 상큼하게 씻어낸 뒤에는 수비드로 조리한 채끝 등심과 곁들임 야채가 나왔다. 여기서 포인트는 와인과 소고기와, 다양한 야채와 허브 그리고 와인을 우려 만든 소스였다. 이틀 동안 졸여 만든 소스는 소고기의 육향과 녹진함, 야채와 허브의 상쾌함, 와인의 과실향이 꼭지점으로 농축된 맛이었다.
마지막 돌체로는 피스타치오 티라미수가 나왔다. 달콤함과 산미가 뛰어난 콜롬비아 원두로 뽑아낸 에스프레소를 직접 만든 사보이아르디에 촉촉하게 적시고 달콤한 피스타치오와 마스카포네치즈와 유정란으로 만든 크림을 듬뿍 얹고 구운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을 거칠게 갈아 올렸다. 우선 촉촉하게 적신 에스프레소 향이 코끝까지 진하게 흐른다. 마스카포네 치즈와 피스타치오로 만든 크림은 고소하고 달콤한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진심을 깨는 ‘노쇼’, 끝은 미식의 붕괴
김도형 셰프의 요리들. 서촌김씨 제공
서촌김씨 오스테리아 코스 가격은 인당 8만9000원, 비슷한 다이닝과 비교했을 때 ‘이래도 괜찮을까’ 생각이 들만큼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8번을 찾은 단골까지 있다고 한다. 김도형 셰프가 가격을 낮춘 이유는 미식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많은 이에게 미식을 접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인당 30만원이 넘는 파인다이닝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다이닝 시장은 너무 가격 인플레이션이 형성됐습니다. 10만원대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이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중저가 다이닝도 미식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만원 내외 가격이더라도 분명 훌륭한 코스를 만들 수 있고, 그를 통해 많은 사람이 미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촌김씨 제공
이런 김도형 셰프의 정성을 무너뜨리는 이들이 있으니 ‘노쇼’다. 김도형 셰프는 정성을 다한 미식을 즐기는 것이 고객의 권리라 생각한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고객이 가진 유일한 의무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예약 규정에 맞게 예약을 하고, 예약된 시간에 도착해 기재된 값을 지불하는 것. 혹여나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사전에 약속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 모두 고객의 의무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 권리를 망각한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예약을 마음대로 취소하는 것까지 스스로의 권리로 착각한다. 노쇼로 인한 금전적 피해는 그들의 상상보다 크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식당은 예약 고객을 위해 미리 재료를 구해 손질까지 해놓는다. 노쇼를 하면 그 재료비와 인건비를 날릴뿐 아니라, 다른 예약 손님을 받지 못해 테이블 하나를 완전히 날리게 된다. 결국 백기를 드는 건 셰프다. 김도형 셰프는 노쇼 스트레스로 업계를 떠난 후배들을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기차나 비행기를 놓쳤다고 해서, 갑작스레 예약해둔 호텔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는 억지 환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갑작스럽게 식당 예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때는 업체의 규정은 무시한채 무례하고 억지스럽기만 할까요. 그것이 업체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알고는 있을까요. 어디에나 규정이나 규칙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규정과 규칙을 무시한 노쇼와 고객의 억지는 결국 많은 자영업자를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결국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갑니다. 저는 다양한 미식문화가 서로 존중받고, 공존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미식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건 바로 고객들입니다.”
“진심이 고객에게 닿기를”
김도형 셰프. 서촌김씨 제공
김도형 셰프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틈’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원칙을 중요시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셰프로 보였다. 그렇기에 정성을 스스럼없이 지향점으로 잡았을 것이다. 김도형 셰프의 서촌김씨는 개인적인 공백기를 가지고 2022년 가을 마곡으로 이전하기 전 2017년부터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올랐다. 한국도 미식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음을 그들도 인정한 것이기에 미쉐린 선정은 뜻깊다.
서촌김씨 오스테리아. 서촌김씨 제공
한편으로 그는 굉장히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이었다. 서촌김씨 오스테리아는 마치 가정집에 초대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공간이다. 문고리부터 작은 소품까지 김도형 셰프가 직접 이탈리아에서 가지고 오거나 수집했던 물건들이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녹색을 포인트로 통일감을 줘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김도형 셰프가 그린 유럽미장 방식을 이용한 그림. 채상우 기자
뛰어난 미적 감각은 음식을 넘어 미술에서도 그 재능을 보인다. 최근 그는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유럽 미장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레스토랑에도 직접 그린 그림이 몇점 있었다. 하나는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 흰색, 붉은색을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벽면과 같은 질감의 페인팅으로 공간과의 통일성을 강조했다. 음악도 좋아해 혼자 있는 시간에는 LP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 셰프의 진심이 손님에게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서촌김씨의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셰프로서 김도형의 바람은 애절하다. 그 애절함이, 요리에 담긴 정성이 서촌김씨를 방문하는 모든 손님께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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