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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행태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벅차오르던 희망은 잔인한 실망과 분노로 변해, 우리의 가슴을 또다시 찢어놓고 있습니다.”
장마를 이기고 고개 내민 햇볕이 하얀 들국화 핀 골령골 너른 빈터 위를 비췄다.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75년 전 수천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이유 없이 살해된 ‘산내 골령골’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진행됐다. 골령골학살희생자유족회는 2016년 이후 매해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상환 6월27일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골령골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28일부터 7월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우리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뒤 묻힌 곳이다. 최소 3천여명 최대 7천여명이 골령골에서 살해돼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묻힌 구덩이를 모두 연 미성년자신용불량 결하면 1㎞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덥’이라 불리기도 한다.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진행된 ‘산내골령골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 대표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최예린 기자
이날 위령제에 중개수수료 계산 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회,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등을 비롯해 대전 지역의 많은 시민이 모여 골령골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학살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박희조 대전동구청장은 위령제 참석 대신 추도사를 보내왔다.
박선영 진실화위원장은 이날 위령제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박 위원장은 이틀 전 kb새희망홀씨 인 6월25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전쟁 기념식’ 참석 뒤 골령골에 들려 대전 동구로부터 ‘평화공원사업 추진 상황’ 보고를 받았다. 그날 박 위원장이 골령골로 보낸 근조화환에는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골령골희생자유족회는 위령제 참석을 거절한 진실화해위원장이 학살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이 서린 골령골을 ‘들리듯’ 찾아온 상가대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임재근 대전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이 화환을 들고 “국가에 의한 희생이 어찌 ‘고귀한 희생’이냐”고 따지자, 박 위원장은 차분한 표정으로 “잘 들으세요. 대화는 감정이 격해졌을 때 하는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진행된 ‘산내골령골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전미경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유족대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이틀 전 아버지가 묻힌 골령골에서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위령제를 올리기 전 떨지는 목소리로 유족대표 인사말을 했다. 전 회장은 “오늘은 골령골, 이 차가운 땅 위에 무고하게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의 넋을 기리는 추모의 날이다. 70여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유가족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 지독한 고통과 슬픔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흐르는 우리의 운명이 되었다”며 “우리는 ‘진실’이라는 하나의 염원을 품고 이 긴 세월을 버텨왔다. 사랑하는 이들이 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지 그 처참한 순간의 진실을 밝히고, 국가 폭력에 의해 짓밟힌 그분들의 명예를 되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최소한의 도리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산내골령골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진행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 이틀 전 들리듯 이곳을 다녀간 박선열 진실화해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있다. 최예린 기자
이어 작심한 듯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진실화해위이냐? 진실화해위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과거사 사건조사를 지연시키고, 심지어 형무소 희생자와 부역혐의 희생자의 진실규명을 중단하는 일을 저질렀다. 조사가 완료돼 보고서까지 작성된 368건의 과거사 사건이 아무 이유 없이 보류되고 있다는 사실은 유가족의 가슴에 다시 칼을 꽂는 행위다. 피눈물을 흘리며 싸워온 유가족의 삶 자체를 부정하는 잔인한 폭력”이라며 진실화해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껏 차려진 제사상 앞에는 골령골학살 피해자 중 660명의 이름이 적힌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유족들은 골령골의 희생자들에게 잔을 올리며 축문을 읽었다.
“부디 영령들이여. 저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소서. 저희는 단 한 분의 희생자도 빠짐없이 진실규명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실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골령골에 정의가 바로 서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저희는 당신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27일 오전 ‘산내골령골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진행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 전날 이곳에서 열린 ‘골령골 평화예술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함께 걸게그림이 전시돼 있다. 최예린 기자
27일 오전 ‘산내골령골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진행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 하얀 들국화가 가득 피어있다. 최예린 기자
27일 오전 ‘산내골령골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진행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한쪽에 금산간디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추모펼침막이 걸려있다. 최예린 기자
이날 위령제를 지낸 골령골에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및 평화공원(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2016년 위령시설과 평화공원 부지로 골령골이 선정된 이후로 10년 가까이 조성이 미뤄지고 있는데, 지난해 토지보상과 타당성 재조사도 모두 완료돼 유족들은 하루빨리 착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다음해 6월 전 평화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면, 이날 행사는 본래 모습의 골령골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합동위령제가 될 것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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